연재 기획·고정물
김병종의 시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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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나비 쫓는 소년… 그림·글 두 날개 꽉 붙잡고 살아갈 것”
■ ‘시화기행’ 2년여 여정 끝낸 김병종 작가 그리고 쓰는 열망 주체못해 두가지 일 함께하는 건 숙명 “그림으로 위로를 받고 싶다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달라” 故이어령 선생, 말년에 당부 9월 대부도 리조트서 개인전 내년상반기까지 책 8권 출간 “이제 다시 본업인 그림 그리기가 주축이 되는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소년 시절부터 해 온 글쓰기도 평생 지속할 것입니다. 글이 그림이 되는 순간, 그림이 글이 되는 찰나를 잡아채는 꿈을 아직도 꿉니다. 두 날개를 꽉 붙잡고 살아갈 것입니다.” 김병종(68) 작가는 일을 마친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듯 설레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경기 과천의 자택 겸 작업실 ‘송와(松窩)’에서 최근 만난 그는 앞으로의 그림과 글 작업 계획을 줄줄 읊었다. “제 호가 단아(但兒)인데, 아침의 아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아직도 나비를 쫓는 소년이지요. 니체의 말처럼 저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사냥터입니다.” 그는 지난 12일 문화일보 연재 ‘김병종의 시화기행’을 끝냈다.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며 직접 몸으로 느낀 예술 이야기를 시와 글, 그림으로 함께 풀어낸 것이었다. 독자?
장재선 전임기자 | 2022-04-19 10:06 -
전부였던 사랑을 보낸 후… 더 크고 더 높은 세계를 만나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13)피렌체, 단테의 집 두 번 마주쳤을 뿐인 베아트리체 감전되듯 강렬한 사랑에 휩싸여 “흡수되어버리는 행복”이라 정의 열살에 만나 스물넷에 돌연 사망 고문 같았던 ‘감정의 지옥’ 경험 상실의 에너지 통해 세계관 확장 문학·종교·정치 등 삶의축 이동 위대한 서사 문학 ‘신곡’도 완성 피렌체의 한 골목을 걷다가 돌담 위에 걸린 배너를 보게 됐다. 단테 박물관이었다. 그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민 것이다. 배너 아래에는 역시 돌담 선반 위로 작은 그의 흉상이 있었다. 자칫 지나쳐 버릴 뻔한 건물이었다. 문득 동시대의 ‘위대한 자’는 로렌초뿐 아니라 단테 알리기에리도 그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집을 나와서였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10살의 소년 단테가 저 멀리 소녀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처음 보았던 그 운명적인 날이 이 집을 나왔을 때였을까 싶은 것이다. 이제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거의 신화와 전설이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둘이 손 한번 잡았다는 기록도 없다. 단테가 처음 보고 감전된 듯 느꼈던 그 강렬한 기억만이 저 홀로
문화일보 | 2022-04-12 10:19 -
집무실서 미술관으로… 걸작들의 방은 더없이 눈부셨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12) 베키오 다리건너 미술관, 우피치 메디치가문 코시모 1세의 사무실 예술가 초빙·작품활동 지원한 공간 1765년부터 일반인에게도 문 열어 ‘비너스의 탄생’ 등 작품 다수 보유 카라바조 ‘마성의 천재성’에 충격 ‘3D 구현’ 마사토 벽화 만난건 행운 피렌체는 사람 사는 동네의 맛이 나는 도시다. 의(衣), 식(食), 예(藝)가 뒤섞이며 어우러져 있다. 미술관도 시골의 오래된 학교처럼 정겹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리는 ‘푸드코트’에서는 송로버섯부터 한국형 막국수까지 없는 음식이 없다. 우리네 옛 판자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베키오 다리 위의 상점들을 둘러보다가 좌판 같은 노천 식당에서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다. 지나치게 짠 것만 제외한다면 혼자 먹기 어려울 만큼 푸짐하다. 가죽 제품을 위해 껍질을 벗겨 낸 고깃덩어리로 만든 티본스테이크와 곱창버거도 있다. 하지만 저녁에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근처에 있는 ‘강남 식당’을 찾아볼 작정이다. 이탈리아 여행이 길어지는 만큼 한국의 솔푸드가 필요한 때다. 아르노 강 위의 베키오 다리는 마치 수상가옥
문화일보 | 2022-04-05 09:52 -
피렌체의 희망이었던 사제, 집단적 광기에 재가 되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11) 시뇨리아 광장의 사보나롤라 메디치 가문·교황청의 부패 공격 도덕 재무장·영적 각성 운동 주도 새로운 기독교 공화국 설립 역설 책 태우는 등 ‘피렌체판 분서갱유’ 거장들 예술품엔 온건주의적 태도 시민들 집단적 열망·최면 걷히며 광장서 십자가 매달려 화형 당해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 궁전과 우피치 미술관이 지척인 피렌체의 아고라(Agora)다. 한낮인데도 하늘에는 눈썹 같은 초승달이 걸려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이 안온한 광장이 한때는 광기와 살의의 현장이었음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왜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걷던 걸음들이 광장에만 모이면 흥분해 지축을 흔드는 것일까. 광기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일까. 왜 충동의 에너지들로 들끓게 되는 것일까. 우리만이 정의라고 믿게 하는 광장. 다수의 물결이 개인의 고독과 소외를 일거에 지워버리는 광장. 진실로 광장의 매직이다. ‘시뇨리아’는 원래 ‘통치자’라는 뜻. 그러나 광장을 통치하는 자는 왕왕 그 희생자가 된다. 광장의 역설이다. 호산나, 예수는 구세주라고 찬양하던 군중이 그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외치던 곳도
문화일보 | 2022-03-29 10:27 -
죽음의 공포 벗어나려… 지상에 세운 ‘천국의 모형’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10) 피렌체 두오모 성당, 기적의 천장화 (下) 神의 집이 곁에 있어야 안전 150년 건축의 시간 견딘 힘 돔 공사 끝낸 뒤 뚜껑을 덮고 천국의 모습 등 천장화 그려 언젠가 되돌아가는 고향처럼 둥근 돔은 ‘영혼의 자궁’ 연상 두오모 대성당의 내부 계단은 비좁고 가파르다. 마치 바위산을 오르는 느낌인데 앞사람의 엉덩이를 보며 행렬은 끝이 없다. 그런데 유난히 한국어와 일본어가 많이 들려온다.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았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의 2인 소설을 영화화해 대히트를 쳤고 그 영화에 나오는 피렌체의 두오모는 많은 젊은 연인의 로망이 됐다. 영화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가 함께 올라가 주겠니?” 숨을 몰아쉬며 두오모 정상 난간에 이르러 건너편 조토의 종탑과 넓게 펼쳐지는 붉은 기와의 중세풍 도시를 내려다보는 일. 비록 영화 속 대화가 아니더라도 그 높은 교회꼭대기까지 함께 올라와 사랑을 고백하면 누구라도 설레고 흥분되는 그 추억이 평생의 기억으?
문화일보 | 2022-03-22 09:49 -
‘꽃의 도시’에 핀 ‘궁극의 봉우리’… 욕망 비우고 영성 채우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피렌체 두오모 성당, 기적의 천장화 (上)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다 결국 신성으로 귀결되는 도시 관광=순례…일종의 종교행위 두오모 성당은 신성의 발화점 압도적인 장엄함·아름다움에 무분별한 열정의 헛됨 깨닫고 영적 단계로의 비상 맛보게 돼 피렌체 산타 마리아노 벨라역.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꽃이라고 불리는 도시는 지금 물속에 있다. 인구 삼십여만 명의 이곳을 오죽하면 세상은 꽃의 도시, 꽃피는 도시라고 부르며 사람에게 하듯 연모의 마음들을 보냈을까. 이는 아름다움으로 영원에 다가가려는 그 지극함과 인내에 대한 예찬이기도 할 것이다. 산타 엘리사베타에 있는 브루넬레스키 호텔에 숙소를 정한다. 꽃의 봉오리에 해당하는 두오모 대성당의 돔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호텔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호텔은 그가 직접 설계라도 한 듯 낭하가 길고 복잡하다. 층계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나비넥타이에 기름이 자르르해 보이는 검은색 정장을 한 호텔의 매니저가 프런트 쪽으로부터 성큼성큼 걸어 나오며 환한 얼굴로 맞아준다. 마치 시향의 지휘자쯤으로 보
문화일보 | 2022-03-15 10:21 -
지상의 양식으로 전한 천국의 메시지…벽화의 얘기를 듣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8) 밀라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下) 죽기 전 예수와 제자들의 식사 마른 빵·포도주가 전부인 식탁 이별 앞두고 행한 ‘마지막 의식’ 양식을 통해 삶을 찾으라던 예수 다빈치 그림서 의미 충실히 전해 택시는 나를 남부 이탈리아의 소도시쯤 생각되는 곳에 내려준다. 똑같은 밀라노인데 임마누엘 2세 명품 갤러리가 있는 쪽과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조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지던 거대도시는 썰물처럼 사라지고 산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은 고요한 마을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이 작은 읍(邑) 같은 곳에 ‘최후의 만찬’이?”, 싶었는데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다. 아마 나처럼 그 그림을 찾아온 길일 것이다. 오직 오래된 하나의 그림을 찾아 수고를 마다치 않고 찾아온 사람들. 마치 멀리 사는 지인을 만나보러 오는 것처럼 정겹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그 그림은 미술관이 아닌 성당 벽에 그려져 있다. 사실 한 공간 안에 몰아넣은 무더기 그림을 싫증 나도록 보아야 하는 것은 고역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작품에 대한 모독이다. 늙은 수녀가 주인인 기념?
문화일보 | 2022-03-08 10:02 -
천 가지 재능 품었던 巨人… 로마 아닌 밀라노를 택했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7) 밀라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왕성한 활동에 주변선 다빈치에 볼멘소리 잠수함·비행기 등 구상하자 당대엔 몽상가라고 손가락질 어느 하나에 머물지못한 천재 현대엔 불세출의 화가로 기억 오늘은 ‘최후의 만찬’을 찾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으로 간다. 날은 쾌청하고 햇살은 간지럽다. 저 유명한 스칼라 극장의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문득 고개를 드는데 높이 서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 시간 속에 사라져버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가 작은 도심공원에서 실감 나게 돌사람으로 서 있다. 수도자 같은 헐렁한 옷차림에 비니 스타일의 모자를 썼는데, 그 아래로는 그를 호위무사처럼 에워싼 젊은 미술가들의 조각상이 있다. 마치 오쇼 라즈니시 같은 그 모습을 나는 오래도록 올려다본다. 내면의 고요와 평화가 흘러나오는 하얀 조각상은 거리의 사람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 것 같다. 그 경이로운 인물을 올려보고 있자니 그의 시대와 연결되는 느낌이다. 거인의 어깨 위로 지나가는 바람이 내 볼 또한 스치고 간다. 생각해보면 저 불가사의
문화일보 | 2022-02-22 10:45 -
대성당에 바짝 붙은 명품거리… 聖과 俗의 기막힌 어울림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6) 밀라노, 두오모 성당과 명품 매장 로마의 밤공기가 음산했다면 밀라노는 반짝이는 허영 같아 다빈치 같은 거장의 그림이 창조적 패션의 영감 이끌어 伊 명품 ‘구찌’ ‘베르사체’ 등 세상의 아름다움 태동시켜 로마를 떠나 밀라노로 왔다. 밀라노는 빛의 기둥으로 세운 도시 같다. 광장의 한가운데에 얼음처럼 서 있는 두오모 대성당 때문일 수도 있겠다. 떠나온 도시를 험담하기는 안 됐지만 그동안 머물렀던 로마는 사실 좀 음산했다. 밤에 걷다 보면 콜로세움에서 죽어간 넋의 알갱이가 차디찬 공기에 섞여 부딪혀 오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아마 지나치게 어두운 거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한다면 도시 전체가 낮에는 박물관, 밤에는 무덤이었다. 그에 반해 밀라노는 대책 없는 생기와 발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밤의 거리 또한 풍성한 빛으로 유감없이 부풀어 올랐다. 물론 로마의 밤공기에서 음산한 냉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면 밀라노의 그것 속에도 반짝이는 허영 같은 것은 있었다. 그러나 일단 환한 빛은 내게 은총이었다. 그만큼 어둑한 로마의 밤거리는 울퉁불퉁?
문화일보 | 2022-02-15 10:18 -
금기를 허락한 용기… 르네상스를 꽃피게 하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5) 이탈리아 미술의 후원자들 다빈치·미켈란젤로 등 천재의 탄생 조직적이고 확고한 지원이 뒷받침 대대손손 투자 아끼지 않은 메디치家 발가벗은 ‘神의 형상’ 허락한 교황도 예술가들의 창조력 못지 않은 능력 좋은 여행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동반자가 좋을 것, 가방이 가벼울 것, 돌아올 집이 있을 것. 여행하기 좋은 ‘때’에 대한 조건도 있다. 다리 떨리기 전, 가슴이 떨릴 때. 화가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우선순위가 바뀐다. ‘시야가 흐려지기 전에 떠날 것’이다. 시야가 흐려져서 색채가 뿌옇게 되고 형태가 흔들리기 전에 볼 것. 가슴이 떨리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다리도 싱싱하고 감동의 피와 살도 적당히 끓고 있을 때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나서 ‘색채론’을 썼던 한 남자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시각에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10대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방대한 집필을 하고 83세에 눈을 감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다. 안경을 쓴 초상이나 사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타고난 좋은 시력의 소유자였던 듯싶다. 그는 서른일곱
문화일보 | 2022-02-08 10:15 -
양손에 피묻은 칼과 붓을 든… ‘또 한명의 미켈란젤로’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4) 바티칸 미술관의 천재들 - 下 서른여섯 살의 카라바조 시비 끝에 귀족 살해하고 몰타섬에 숨어 신분 세탁 2년만에 ‘성 요한의 참수’ 목이 잘리는 그림만 12점 자신에게 내린 징벌·속죄 39세에 해변에서 生 마감 땅 위의 고통과 슬픔 통해 하늘의 구원 전한 대변자 작업실에 들어가 처음 화면 앞에 서면 백(白)의 공포가 밀려온다. 대작일수록 더 그렇다. 창 대신 붓 한 자루 들고 맹수 앞에 선 느낌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다 보면 끊어질 듯 아파올 때도 있다. 문득 허기에 두꺼운 커튼을 밀어 밖을 보면 어느새 어둠이 몰려와 있다. 이럴 때 생각하는 두 사람의 미켈란젤로가 있다. 한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고 또 한 사람은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라는 두 이름 위에 신은 재능과 함께 각각 평생 싸워야 할 적을 심어놨던 것 같다. 그 적은 물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미켈란젤로 메리시 자신이었다. 가끔 작업이 안 풀려 울고 싶어질 때, 마음이 곤두박질칠 때, 무리해 신열이 나고 허리가
문화일보 | 2022-01-25 10:33 -
요절한 大家… 사랑 앞에선 마냥 서툴렀네
■ 김병종의 시화기행 - (103) 바티칸 미술관의 천재들 (中) 37세로 세상 떠난 라파엘로 제빵사 딸과 평생 연인으로 “그녀 없으면 작업 안돼”투정 아내 자리는 내어주지 않아 다빈치 화풍 자기것으로 소화 ‘아테네학당’등 대작 많이 남겨 경쟁자 여겼던 미켈란젤로엔 ‘천지창조’ 본후 감동받고 경외 바티칸 미술관의 정문 앞에 서면 그 아치형 돌담 위에 새겨진 두 사람을 저절로 쳐다보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알겠는데 다른 하나는 누굴까. 미켈란젤로와 어깨를 견줄 만한 화가나 조각가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르지만 그는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 바로 라파엘로이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며 회화와 건축에 걸쳐 소위 피렌체파(派)의 봉우리를 이룬 주인공이다. 통상 어떤 미술관에 가면 유난히 한 화가나 조각가에 대해 입체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화집을 술렁술렁 넘길 때와는 다르게 작품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비행기를 타고 발품을 들이는 것이리라. 이번 바티칸 미술관을 둘러 보면서는 부쩍 라파엘로라는 미술가에게 관심이 갔다. 그 선골(仙骨)풍의 아름다운 젊은이가 누구였
문화일보 | 2022-01-18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