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김선규의 사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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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의 사람풍경>상처 딛고 곧게 자란 자작나무들처럼… 삶은 위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희망의 빛’을 찾아 나선 1年 자작나무 숲을 걷습니다. 하얀 나무들이 아침 햇살에 눈 부십니다. 기지개를 켜고 긴 숨을 들이마시자 청량한 기운이 몸속 가득 스며듭니다. 새로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새삼 느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서 싸우며 하루하루 보낸 힘겨운 지난 1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인류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맞았습니다. 급속도로 확산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봄을 빼앗겼습니다. 유채 꽃밭이 갈아엎어졌고, 벚꽃 축제 등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됐습니다. 설렘으로 가득할 학교는 굳게 닫혔고, 극장, 경기장도 텅텅 비었습니다. 고용, 산업현장의 붕괴와 함께 사람들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236년 만에 미사가 중단된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성당 안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때 확신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우리 삶 속에는 반드시 희망도 있다고. 이때부터 코
김선규 | 2021-02-26 11:26 -
<김선규의 사람풍경>복조리 할머니, 새해 받고싶은 福은… ‘함께 일하는 일상’
털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할 마을회관이 굳게 잠겨 있다. 겨울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복을 엮던 손길과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한 해 복을 담을 복조리를 만드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신대마을이다. 남녘에서 부지런한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텅 빈 들에는 메마른 풀들만 남아 있고 인적이 뜸한 마을 골목에는 찬바람이 서성인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엄청 힘들어요.” 집 안 거실에 잘게 쪼갠 대나무가 한가득 놓여 있고 완성된 조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가운데서 폐현수막을 펼치고 앉아 이간난(70)씨가 홀로 조리를 만들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뚤어지기 때문에 발로 단단히 고정하고 억센 대나무를 바느질하듯 한 코 한 코 엮어야 한다. 복조리를 엮고 있는 주름진 손이 나무껍질처럼 까슬까슬하다. 손가락 끝은 갈라지고 굳어 있다. 함께 모여서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혼자 하니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된 노동만 남았다. “혼자 하니까 심심해 죽겠어.” 마을 아낙들은 겨울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마을 공동작업장에 모여 복조리를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잘 때까지 서로 웃고 떠들며 지내다
김선규 | 2021-02-19 10:23 -
<김선규의 사람풍경>강변마을 이어주던 섶다리의 추억… 가족도 일상도 그립다
함박눈이 내린다. 산과 들 그리고 꽁꽁 언 강물 위로 소복이 내려앉는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산하가 어느새 순백의 세상이 됐다. 눈발을 헤치며 누렁이가 앞서가고 지게를 멘 주인이 뒤를 따라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 정겨운 모습에 왠지 모를 그리움이 일렁인다. 강원 영월군 평창강 판운리 섶다리 풍경이다. “내 별명이 지게 도사야. 하하하.” 설을 앞두고 다리 건너 이웃 마을에 다녀온다는 하창옥(74) 씨가 불콰해진 얼굴로 호탕하게 웃는다. 발채를 얹은 지게 위에는 짐이 가득하다. 젊을 때 지게질깨나 했다며 지금도 일을 할 때 지게가 요긴하단다. 신작로가 뚫리고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강 건너 이웃 마을에 갈 때면 이 다리가 제격이다. 강 건너 이웃집에서 약주 한잔 걸치고 산이(풍산개)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발까지 날리니 더욱 마음이 넉넉해진 듯 유쾌한 표정이다. “옛날에 다리 놓는 날은 마을 잔치였지.” 갈수기인 10월쯤 강물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이 다리 기둥을 할 나무를 해오느라 분주해진다. 두 마을의 어른들이 다리를 놓는 동안 아이들도 덩달아 강가에 나와 신이 났?
김선규 | 2021-02-05 10:43 -
<김선규의 사람풍경>방역현장의 빛나는 헌신… 그들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밝다
북극발 최강 한파가 물러갔지만 냉기가 거리 곳곳을 배회하고 있다. 나란히 늘어선 하얀 천막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접수를 하고 체온을 재고 마지막 천막 앞에 선 사람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앞에서 코와 입을 벌리고 검체를 채취한 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인지 무거운 표정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긴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마포구 서강대입구역 임시선별검사소 풍경이다.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것 같아요.” 레벨D 방호복에 마스크하고 페이스 실드로 무장한 한진희(25) 간호사가 검체 채취를 마치고 천막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진희 씨는 신규 간호사로 병원 웨이팅 중 작년 9월부터 코로나 최전선에 투입됐다. 사회초년생으로 처음에는 방역의 최전선에 서는 일이 무섭고 긴장도 많이 됐다. 그러나 여러 개의 핫팩으로 몸을 녹여가며 견딘 매서운 북극 한파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한 번에 정확히 깊이 찔러야 하는데 전수조사 때 짜증을 내며 투덜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힘도 들고 속도 많이 상했다. 그때마다
김선규 | 2021-01-29 10:34 -
<김선규의 사람풍경>“조금만 더 힘내세요”… 희망을 전하는 ‘꽃들의 합창’
삶의 에너지가 바닥날 때면 회사에서 가까운 남대문시장을 찾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어느새 의욕이 조금씩 생겨난다. 특히 시장 한가운데 있는 꽃상가는 늘 그윽한 향기로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이곳을 나설 때는 꽃 한 다발과 함께 미소가 배어나곤 했다. 코로나로 꽃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골 꽃집 아주머니가 계시는 남대문 꽃상가를 찾았다. “얘는 어떻게 해요?” “걔들 참 예쁘지요.” 수북이 쌓인 꽃들을 앞에 두고 꽃집 아주머니가 모처럼 찾은 손님과 나누는 대화가 정겹다. 마치 어린아이들 보듯이 사랑스러운 눈빛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꽃도매를 하는 최명숙(69) 씨다. 코로나로 졸업과 입학 시즌마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늘 꽃들과 함께 지내서인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꽃을 신문지에 말아 묶어주는 아주머니의 손이 불편해 보인다. 오랫동안 힘줘 가위질하다 보니 오른손 마디마디가 굳어버렸다. 도매시장이라 새벽 3시부터 물건을 받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그동안 아이들을 ?
김선규 | 2021-01-22 10:42 -
<김선규의 사람풍경>“삼시 세끼 걱정, 잠시 스톱”… 두 딸이 밀어주는 ‘사랑의 썰매’
꽁꽁 언 논바닥에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썰매에 태워 빙판을 달리고, 젊은 아빠는 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얼음을 지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약한 세 팀만 이용할 수 있지만, 만국기가 휘날리는 얼음판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꽁꽁 싸맨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마스크 밖으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경쾌하다. 경기 양평 강상초 앞 논썰매장 풍경이다. “삼시 세끼 아이들 밥 해먹인 보람이 있네요. 호호호.” 어린 두 딸이 밀어주는 썰매를 타고 엄마는 마냥 신이 났다. 작은 의자 두 개를 이어 만든 썰매에 앉은 이 순간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 둘을 태우고 열심히 밀어줬다. 그렇게 몇 바퀴 돌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엄마가 힘들어하자, 이번에는 려은(10), 하은(8)이가 엄마를 썰매에 태워 신나게 밀어준다. “순간 울컥했어요.” 아이들과 일 년 내내 집 안에서 ‘지지고 볶으니’ 서로 예민해지고 힘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남편은 더 힘들게 일을 해야 했고 자신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에 우울할 때도 있었다. 돌이
김선규 | 2021-01-15 11:13 -
<김선규의 사람풍경>꽃 피운 솟대처럼… 우리 모두 ‘희망의 안테나’세웁시다
돌돌 말려 있던 금계국 꽃봉오리가 찻잔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따뜻한 차 한 모금에 추위에 웅크렸던 몸이 살살 녹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로 날아갈 듯 고개를 쳐든 작고 앙증맞은 솟대들이 작업실에 가득하다. 추위를 피해 전국의 새들이 여기에 다 모인 것만 같다. 웃음을 솟대에 실어 보내는 웃음치료사 송상소(60) 씨의 작업실이다. 방금 제작한 솟대를 보여주는 송 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가녀린 나뭇가지에 앉은 새 모양에 화사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5년 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솟대에 마음이 끌려서 하나둘 만들어 보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만든 솟대를 이웃에게 선물했더니 하나같이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때부터 솟대를 받는 이에게 항상 웃는 일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식처럼 꽃을 새겨 넣었다. “제 이름이 상(相) 소(笑)예요. 호호호.” 부모님은 딸 둘을 낳고 아들을 갖기 위해 7년 동안 공들인 막내가 아들일 것을 의심치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낳아보니 딸이라 웃음밖에 나오지 않아 아버지가 이름을 상소로 지어주셨다며 한바탕 웃는다. 어릴 적 학교에서도 이름이 특이해서 선생님들
김선규 | 2021-01-08 11:17 -
<김선규의 사람풍경>아무리 힘겨워도…삶은 계속되고 희망도 함께하리라
텅 빈 해변에 구름만 가득하다. 드넓은 모래사장 너머로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 구름이 물결친다. 할매바위 앞 외로운 등대는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겨울 바다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모임은 취소됐고 어느 때보다 분주했을 송년의 거리는 적막하기만 하다. ‘감염’이라는 공포가 찬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면서 사람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마스크 속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내 기억 속에 일몰이 가장 아름다웠던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찾았다. “날씨도 코로나랑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극성이니 하늘마저 우울해하는 것 같다며 문화관광해설사 홍경자(67) 씨가 인사를 건넨다. 관광객이 많이 와 가장 바쁘고 보람찰 때지만 올해는 그런 희망을 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 잠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다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간혹 관광버스가 오면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동시에 혹시나 하는 걱정도 함께 따라온다. “인생은 걱정하는 만큼 나쁘지 않더라고요.” 살면서 걱정만큼 부질없는 것이 없다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도 걱정투성이였다고 전한다.
김선규 | 2020-12-18 11:31 -
<김선규의 사람풍경>“난 뭘 얻으려 했나”… 은퇴 뒤 겨울산에서 찾은 행복의 비밀
겨울 산을 오르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내 그림자가 한 발 앞서 가며 길을 안내한다. 눈을 들어 보니 빈 가지 사이로 드러난 투명한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조금만 더 오르면 맑고 푸른 하늘이 손에 잡힐 것 같다. 어느새 마스크 속으로 스며든 차가운 공기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깨운다. 오르막이 끝나자 펼쳐지는 광활한 평원에는 황소바람이 반겨준다. 키 작은 나무들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라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날개를 돌리고 있다. 파란 하늘 위에 하얀 풍차가 돌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세 명의 등산객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뒤를 쫓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정신이 번쩍 들고 가슴이 후련해지네요.” 선자령 정상에서 김경호(65) 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건넨다. 30년간 함께 일한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찾은 길이었다. 퇴직 후에도 10년 동안 계속 만나온 그들은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도심에서 만나기가 부담스러워 주로 산행을 통해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마음껏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껏 기지개를 켠다. “행복은 늘 작고
김선규 | 2020-12-11 10:27 -
<김선규의 사람풍경>“평생 자식들 김장해 주고 싶어”… 엄마 몸부터 챙기셨으면
‘저리도 좋으실까.’ 밭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가 아들을 보자 반갑게 맞아주신다. 최근 넘어져 발을 다치셨다는 말을 듣고 근심스러운 마음에 시골집으로 향한 길이었다.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하고도 무와 함께 춤이라도 추실 기세다. 언제 심어 놓으셨는지 밭에는 배추와 무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머니의 걱정이 하나 늘어난다. 김장 때문이다. 집안 연례행사 중 김장은 상위권에 속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날짜가 정해지면 그날은 애·어른 할 것 없이 가족들이 총동원돼 시골집에서 김장을 했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그 이상의 의미가 가족들에게 있었다. 자식들은 추석 이후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됐고, 어머니에게는 당신이 힘써 지은 배추농사로 자식과 이웃에게 김장김치를 나눌 수 있는 보람된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장은 그 과정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다. 전날부터 배추와 무를 뽑아 씻고 소금에 절이고 밤새 무채를 썰어야 한다. 갖은 양념을 준비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김장을 그만하자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여든을 넘기시고도 고집스럽게 ?
김선규 | 2020-12-04 11:07 -
<김선규의 사람풍경>‘낙엽 청중’ 앞에서… 인생의 가을을 연주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다. 넓적한 플라타너스 잎들이 발아래에서 바스락거린다. 젊은 날 낙엽을 밟을 때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낭만을 즐기곤 했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낙엽 밟는 소리에 가슴이 시려 온다. 낙엽들이 서울시민보다 많을 것 같은 양재 시민의 숲을 걷는 중이다. “부아앙∼빰바∼.”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한 산책로 벤치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온다. 자동차 소음과 섞여 들려오는 금관악기 소리에 까마귀가 깍깍 화음을 넣는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청바지를 입은 중년 신사가 악보를 보며 트럼펫 연습에 한창이다. 수북이 쌓인 낙엽 앞에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작년 말에 정년퇴직했다는 최덕하(64) 씨다. 30여 년간 교회 차량을 운행했던 그는 교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던 연주자들이 멋있어 보였단다. 언젠가는 자신도 그 자리에서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남몰래 키웠었다. 퇴직하고 집에 있으려니 온몸이 쑤시고 마음도 가라앉았다.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다 트럼펫
김선규 | 2020-11-27 14:41 -
<김선규의 사람풍경>온몸으로 따뜻하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이 되고 싶어라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마스크에 비옷까지 입은 사람들이 나무판에 연탄을 짊어지고 골목길을 오르고 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온기를 나누기 위해 인천 문학산 자락 산동네에 모인 연탄배달 자원봉사자들이다. “연탄이 예쁘게 생겼어요.” 태어나 ‘실물연탄’을 처음 본다는 인채원(26) 씨가 동갑내기 단짝 안경원 씨의 얼굴에 묻은 검댕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대학 단짝인 두 사람은 입사한 지 한 달 된 초년생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디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연탄이 생각보다 무거워 처음에는 두 장씩 옮겼는데 몇 번 해보더니 3장도 거뜬하다. 경원 씨는 연탄 배달을 하는 내내 아직도 연탄을 쓰고 계시는 외할머니 생각을 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외할머니를 꼭 찾아뵙겠다며 다시 언덕을 오른다. “그냥 좋아서 나왔어요.” 지게 가득 연탄을 싣고 비좁은 계단을 힘겹게 오른 임규택(58) 씨가 연탄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른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숨은 가쁘지만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그랬듯이 임 씨도 겨울철이면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김선규 | 2020-11-20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