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이우석의 푸드로지
-
‘후루룩’ 면치기 한판… 더위먹은 입맛 깨우다
온도계의 수은 기둥이 하늘을 뚫을 기세다. 지루한 장마 이후 펄펄 끓어오르기 시작한 한반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냉면 전쟁’이다. 한국인의 여름 식탁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는 단연코 차가운 국수다. 우리는 흔히 찬 것을 섭취하면 몸이 식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과학적으로 이는 미미하다. 500㎖의 얼음물(약 0∼5도)을 마셨을 때, 중심체온(core temperature)의 감소는 약 0.1∼0.2도 정도로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구강과 식도, 위의 온도는 일시적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따라서 ‘시원하
문화일보 | 2026-08-06 09:28 -
오징어 물오른 동해 · 민어 이름난 서해 · 갯장어 꽃피는 남해… 여름에 더 맛난, 바다서 만난 별미
어딘가 거대한 헤어드라이어라도 버티고 선 듯 불어오는 열풍과 불화살처럼 쏟아지는 햇볕. 한반도를 프라이팬처럼 바싹 달구는 폭염 속 칠팔월 휴가철이 다가왔다. 바야흐로 지금은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본격적인 대한민국의 바캉스 시즌이다. 일찌감치 휴가를 잡아놓고 마냥 당일 날씨가 좋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악천후 탓에 ‘명승의 풍경’은 가끔 배신하지만 ‘지역의 맛’만큼은 그나마 변함없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제철 지역 음식은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지리와 기후, 역사,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일보 | 2026-07-23 09:31 -
정석의 한끼 ‘정식’… 요리 하나에 밥·찬·국 ‘하루가 든든’
한국인은 밥심이라는데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월드컵 오전 중계가 한창이라 더욱 그렇다. 직장가 식당들이 휑뎅그렁하다. 여름을 나려면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하는데…. ‘든든히 끼니를 챙겼다’고 하면 흔히 정식을 이른다. 단품 메뉴 이외에 뭔가 더 진용을 갖춘다. 보통 정식에는 주메뉴와 함께 국과 찬이 따른다. 그래서 ‘정식을 먹었다’는 말은 제대로 챙겨 먹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세상에서 ‘정식’이라 함은 흔히 두 종류가 있다. 정식(正式)은 뭔가를 정당한 방식으로 행할 때 쓰는 말이며, 정식(定食)은 미리 정해진 대
문화일보 | 2026-07-02 09:17 -
녹진녹진·오독오독 바다의 맛… 초여름 식탁 위 ‘味친 존재감’
여행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초여름,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철을 맞은 생선이 적을 때다. 횟감 생선을 비롯해 해산물은 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에 맛이 든다. 그나마 아직 초여름이라 꽃게와 새우, 전복, 멍게가 남아 있는 정도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귀한 성게가 6월부터 제철을 맞으니 그 강렬한 존재감만으로 여름 식탁이 풍성해진다. 성게는 해삼, 전복 등과 더불어 비싸기로 소문난 고급 해산물이다. 성게 생식소를 얹은 김초밥(우니 군칸마키)은 여느 초밥집에서도 가장 비싼 값을 매긴다. 해물 모둠 메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삼
문화일보 | 2026-06-18 09:23 -
‘사라다’부터 ‘스테이크’까지… 아삭·달큼·든든 ‘슈퍼푸드’
오뉴월 제철 생선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때는 절정을 맞은 채소와 과일이 많다. 상추와 아스파라거스, 죽순 등이 오르고 딸기, 복분자, 참매실 등이 맺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배추다. 물론 하우스 재배를 통해 연중 양배추를 먹을 수 있지만, 노지 양배추 중에서도 가장 연하고 즙이 많을 때가 5월이다. 이때부터 가격도 내려 요리에 두루 쓰기에 좋다. 고작 100여 년 전에 한반도에 들어왔지만, 재배도 쉽고 값도 싼 데다가 영양까지 뛰어나 현대 한국인의 밥상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양배추다. 생각과는 달리 식
문화일보 | 2026-05-28 09:27 -
바삭한 빵속에 뽀득 소시지… 한입 크게 물면 ‘식감 축제’
봄꽃의 향연이 끝나고 신록의 계절이다. 산과 들에도 형형색색의 팔레트가 펼쳐졌다. 창문을 투과한 대낮 볕이 훈훈하다 못해 따가울 정도라, 춘곤증도 예외 없이 어서 나가 보라 한다. 피크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이 나가 놀기 시작하면 핫도그가 잘 팔리는 때다. 식당보다는 야외 노점이나 푸드트럭에서 주로 취급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끼니가 아니더라도 출출할 때 하나씩 손에 들고 먹기 좋다. 또 직접 만들어 먹기에도 간편한 덕분에 캠핑 사이트에서도 많이들 즐긴다. 미국에서 도심 푸드트럭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메뉴가 바로 핫도그이
문화일보 | 2026-05-14 09:24 -
點心, 마음에 찍는 점… 한끼에 담은 쉼
화창하다. 비록 짧은 점심시간이라도 사무실을 나와 빌딩 숲 그림자를 피해 노란 볕 아래 잠시 서 본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만약 점심시간이 없었더라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줄곧 일만 했을 텐데 중간에 점심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점심(點心)의 뜻이 와 닿는다. 의아하다. 끼니는 보통 세 번 먹지만 점심만 한자어다. 아침과 저녁은 순우리말이다. 게다가 아침과 저녁은 원래 때(時)를 이르는 말에서 그때 챙겨 먹는 밥(食)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넓어졌지만, 점심은 애초 낮에 먹는 식사 행위만을 이르는
문화일보 | 2026-04-02 09:20 -
자연을 닮은 색… 신선함 담은 맛
음식을 느끼고 기억할 때 맛과 향만이 이를 심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색(色)도 분명한 몫이 있다. 사철에 연록이 번지는 춘삼월을 맞아 식탁에도 일제히 그린(green)의 물결이 올랐다. 나물 반찬이며 쑥국이며 계절 별미 두릅까지 온통 파릇파릇한 것이 창밖 들판을 빼닮았다. 요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보다 열기가 뜨겁다는 ‘봄동 비빔밥’만 봐도 눈이 시원해진다. 참고로 두바이쫀득쿠키 안에도 진한 녹색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들어간다. 흔히 음식을 접할 때 맛을 우선 연상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색으로 판별하게 마련이다. 잘
문화일보 | 2026-03-05 09:08 -
출출할 땐 ‘후루룩~’…가는 면발, 든든한 맛
신통방통하다. 올림픽 중계 TV 속에 펼쳐진 알프스 설원이 아직 눈가에 선하지만 분명히 봄은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 이런 날의 점심 한 끼로 역시 국수 한 그릇만큼 만만한 게 없다. 메뉴를 고를 때나 먹을 때 딱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따끈한 국물까지 있다면 그 또한 공허함을 채워 주니 더욱 좋다. 세상에 수많은 음식이 존재하지만 먹을 때 식감이야 국수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끄트머리를 집어넣고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쪼록 빨아들이면 바로 목구멍까지 타고 넘어간다. 공기와 섞이며 밀려드는 국수 가락이 씹기
문화일보 | 2026-02-26 09:39 -
역시 씹어야 제 맛! 지금은 ‘쫀득’시대
‘두쫀쿠’ 인기가 뜨겁다. ‘두바이 쫀득 쿠키’를 줄인 말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말이지만 어딜 가나 두쫀쿠 타령이다. 대충 들으면 누구나 “아하!” 알아들을 정도다. ‘두쫀쿠’가 뭔고 설명하자면 새로 나온 디저트 종류다. 우선 이름처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Dubai)와는 전혀 상관없다. 지난해 봄 한국인이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대한민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시작했으니 과연 ‘K디저트’라 부를 만하다. 다만 2024년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과 쫀득 쿠키가 합쳐진 구성이라 두바
문화일보 | 2026-02-19 09:26 -
구워봐도… 끓여봐도… 튀겨봐도… 가래떡이 딱이네!
설이 목전에 있어 떡방앗간이 문전성시다. 뜨거운 김을 뿜는 가래떡이 물 흐르듯 줄줄 흘러나온다. 설날 떡국을 차리기 위함이다. 저절로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흐뭇한 풍경이다. 요즘 여러 가지 떡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가래떡은 우리 떡의 기본이다. 빵으로 따지자면 식빵(loaf bread)이다. 식사용으로 먹는 식빵 역시 원래 소금 간을 한 밀반죽만으로 만든다. 가래떡은 디저트나 간식이 아니라 밥으로 먹는 떡이다. 씹을 때 느끼는 쌀 향기와 이외에 특별한 맛이 없어 오히려 다른 양념이나 국물과 잘 어울린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문화일보 | 2026-02-12 09:54 -
서울 시내서 ‘만 원’ 한장으로 먹을 수 있는 맛집들…4000원부터 시작
연일 주가지수가 상승해 단군 이래 최대 활황이라지만,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그다지 좋지 않다. 점심값, 술값 등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쑥쑥 올랐는데도 외식업계는 업계대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정부는 세밑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민생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도심 술집들이 한산한 것을 보면 모임도 많이 줄었다. 필자도 당장 체감한다. 신년회라도 하자 했더니 망설이는 문자로 되돌아온다.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 정산이라도 나와야 겨우 고개를 들이밀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시내 점심값이 드디어 1만
문화일보 | 2026-02-05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