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292 보고싶습니다
31 | 생성일 2020-08-28 12:00
  • “인생은 속도 아닌 방향”… 새내기 역무원 품어줬던 시절 눈시울[보고싶습니다]

    “인생은 속도 아닌 방향”… 새내기 역무원 품어줬던 시절 눈시울

    세월의 간이역은 언제나 뒤를 돌아 보게 만든다. 내 생의 가장 눈부셨던 한 페이지를 펼치면, 그곳엔 1987년의 뜨거웠던 여름과 시린 겨울이 교차하던 양평의 작은 역, 국수역이 있다. 당시 내 나이 스물여덟. 서울지방철도청의 제복을 입은 청년 역무원이었던 나는 푸른 기찻길 위에서 삶이라는 열차에 몸을 싣고 청춘의 서사시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 시절 국수역은 투박한 비둘기호 완행열차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쉬어가는 고즈넉한 간이역이었다. 역사는 낡았으나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의 온기만큼은 뜨거웠다. 총 열 명의 직원이 한 가족처

    문화일보 | 2026-01-21 09:09
  • 어린시절 사랑 알게 해준 그 남자… 지금도 잊어지지 않아요[보고싶습니다]

    어린시절 사랑 알게 해준 그 남자… 지금도 잊어지지 않아요

    어느새 세월은 거짓말처럼 50여 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내 나이 지금 68세고, 그의 나이는 두 살 위인 70세가 되었을 터이다. 그러니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이 16세였을 것이다. 그와 나는 내 나이 23세 정도까지 만났던 것 같다. 아주 심심산골 강원도 어느 산간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졸업 후, 더 이상의 배움을 이어갈 수 없었다. 지독한 가난뱅이 집, 딸 많은 집에 셋째 딸로 태어난 것이 어쩌면 그 시대로서는 죄인이었다. 그 시절엔 아들로 태어난 사람은 집안이 괜찮다면 대학공부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는 내가

    문화일보 | 2025-09-18 09:19
  • 깨끗하고 편리한 화장실 함께 만들었던 옛동료들 모두 잘있죠?[보고싶습니다]

    깨끗하고 편리한 화장실 함께 만들었던 옛동료들 모두 잘있죠?

    ■ 보고싶습니다 - 시청 화장실 문화수준 향상팀(2000~2001) 은퇴 후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되돌아본다. 월드컵국제축구대회 직전에 함께 일했던 화장실 문화수준 향상팀이 생각난다.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최되기 전에는 우리나라 화장실이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어서 냄새나고 지저분했다. 우리가 관할하는 한강과 안양천의 화장실도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사용하면 미화원분들이 분뇨차로 매일 수거했다. 장맛비나 폭우가 쏟아지면 미화원 30명을 비상동원하여 화장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5개씩 밧줄로 묶거나 지

    문화일보 | 2025-07-10 09:08
  • 낮엔 대학생, 밤엔 야학교사로… 검정고시 돕던 시절 그리워[보고싶습니다]

    낮엔 대학생, 밤엔 야학교사로… 검정고시 돕던 시절 그리워

    1984년 유난히 무더웠던 그해 여름 나는 낮에는 대학생으로 밤에는 부산 성화 야학 교장으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성화 야학은 처음엔 부산 사직동의 조그만 무용학원을 빌려 배움을 나누는 데 뜻을 함께하는 대학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후 1984년부터는 부산의 양정동 사무소가 새 건물을 지어 이사 가고 구 건물이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을 야학 교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당시 야학은 노동, 생활, 검정고시 야학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성화 야학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이었다. 대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

    문화일보 | 2025-06-25 09:28
  • 영원히 잊지못할 8사단 사령부 전우들아 항상 건강하길… [보고싶습니다]

    영원히 잊지못할 8사단 사령부 전우들아 항상 건강하길…

    1977년 11월 육군 입대를 논산훈련소로 입소해서 신병교육 훈련을 4주 받고 차출되어 논산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새벽 시간 용산역에 도착했다. 서울의 연말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서울 수도방위사령부 교육대대에서 부대 버스가 도착했다. 2주간 힘든 교육이 후암동 쪽에서 이루어지며 군기가 최고조로 들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다시 더플백을 메고 움직인 곳이 의정부 101보충대! 여기서 며칠을 대기병으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보의 귀동냥이 치열했다. 트럭을 타면 근접 지역의 부대로 가고 관광버스를 타면 최전방으로 간다니 고생길이 눈앞에 아른

    문화일보 | 2025-06-05 09:11
  • 살아있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꼭 다시한번 만나고싶은 전우들아[보고싶습니다]

    살아있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꼭 다시한번 만나고싶은 전우들아

    ■ 보고싶습니다 - 1973년 보병 20사단 61연대 본부 근무 전우들 얼마 전 정말 우연히 51년 만에 전우 서대현 군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전우의 연락처를 구해서 이루어진 만남이다. 서대현 병장, 그는 51년 전, 연천 소재 보병 20사단 61연대 본부에서 3년간의 군대 생활을 같이했던 전우이다. 달성 구지공단 파크골프장 사무실에서 정말 50년 만의 해후(邂逅)가 이루어졌다. 둘이서 와락 끌어안아 본다. 1983년에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 만남’만큼 애절하고 가슴 벅찬 만남은 아니지만 그렇게 흔치 않은 만남이다. 맞잡은 팔의 힘

    문화일보 | 2025-04-02 09:28
  •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족처럼 나를 믿어준 은사님[보고싶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족처럼 나를 믿어준 은사님

    ■ 보고싶습니다 - 고2 담임 이현령 선생님 나의 고등학교 2학년은 대학 입시의 고민보다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열여덟 살의 시작이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리라 노래를 불렀으니 어찌 보면 나는 망상가에 가까웠는지 모른다. 2학년 첫 학기를 시작하는 교실. 짧은 머리에 우아한 자태, 멜란지 그레이빛 코트에 웃는 ‘둘리 엄마’를 처음 만났다. 학생들 사이에서 둘리 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현령 선생님은 나의 2학년 담임이셨다. 하필 가장 흥미가 없었던 수학 선생님이셨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마지막 날.

    문화일보 | 2023-12-06 09:12
  • 40년 前 용문산 부대서 의기투합했던 의형제… 우정 영원하리라[보고싶습니다]

    40년 前 용문산 부대서 의기투합했던 의형제… 우정 영원하리라

    ■ 보고싶습니다 - 의동생 이영수·박태화 복숭아밭에서의 서약이라는 도원결의는 의형제를 맺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의로써 똘똘 뭉칠 것을 결의할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사나이 간에 우정을 다지고 싶을 때 의기투합해서 “도원결의하자”는 말을 하게 된다. 필자가 맺은 도원결의는 조국 영공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였던 공군 부대(용문산)에서 이루어졌다. 경기에 자리한 용문산(1157m)의 부대까지 가는 길은 현재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1980년대 초반에는 비포장도로였다. 울퉁불퉁한 산악 도로로 일명 탑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출퇴근했는데

    문화일보 | 2023-08-31 08:57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들의 합창… 혼자 아닌 함께였던 추억의 힘[보고싶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들의 합창… 혼자 아닌 함께였던 추억의 힘

    ■ 보고싶습니다 - 중창단 친구들 친구가 합창 공연을 올린다며 나를 초대했다. 연합동아리에 들어가 매주 노래 연습을 하러 다니던 친구였다. 작년에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던 터라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꽃다발도 사 들고 공연장에 갔다. 학생들끼리 준비한 공연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 다 같이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저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나도 이들처럼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섰던 적이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2년 동안 학교 중창단으로 활동했다. 담임 선생님이 중창단을 모집한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손을 들어 지원한 것이 시작이었다. 무슨 거창한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그랬을 것이다. 입단 과정은 꽤 복잡했다. 노래 테스트를 두 번이나 거쳤는데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부를 노래가 떠오르지 않아 애국가를 불렀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킥킥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 친구들은 떨어지고 나는 붙었으니 내가 최종 승자다. 중창단 활?

    문화일보 | 2023-08-09 09:03
  • 푸른 꿈과 열정 가득했던 빡빡 머리들… 성실하게 나라위해 헌신[보고싶습니다]

    푸른 꿈과 열정 가득했던 빡빡 머리들… 성실하게 나라위해 헌신

    ■ 보고싶습니다 - 숭실고 제52회 졸업생들 서로가 잊고 살던 가슴 시린 마음의 문을 여니 석양처럼 스며드는 기다림이 마중을 나셨다. 친구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서로가 보고 싶지만,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살아온 시간보다 세상과 이별의 시간이 더 가깝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6·25전쟁 전후 세대에 태어나 힘든 시절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전쟁의 폭탄 소리에 놀라서인지 그리 똑똑하지도 못했다. 특출 난 인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탄받는 사람도 없다. 성실한 자세로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다. 지울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동창들, 자랑스러운 숭실고 제52회 졸업생들의 만남에는 그 흔적들이 배어 있다. 불타오르는 용광로처럼 푸른 꿈과 열정이 묻어 있는 빡빡머리 소년의 머리 자락에 흰 눈이 내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인생은 저물어가는 것. 세월은 고장도 없이 흘러왔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 종각역 옆 ‘문화공간 온’에서 가진 숭실고 졸업 50년 인생 70년 기념 동창회는 가슴에 담아 두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붉게 물든다. 꽃보다 아름다운 동창?

    문화일보 | 2023-06-29 09:12
  • 점원·택시기사… 오뚝이처럼 일어나 새 인생 개척한 내친구 [보고싶습니다]

    점원·택시기사… 오뚝이처럼 일어나 새 인생 개척한 내친구

    ■ 보고싶습니다 - 친구 K 나의 친구 K의 삶을 통해 지난 반세기를 회고해 본다. 그를 통해 지난 반세기를 회고하는 이유는 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무 가지 정도의 직업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잣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산층 가정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에야 형제 많은 것은 다반사였고 제 먹을 것은 타고난다고 했던 시대였다. 형들이 많다 보니 잘사는 형도 있었다. 그가 처음 가게를 연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였을 것이다. 1974년쯤인데 압구정동에서 선물 가게를 시작했다. 당시 압구정동 길은 포장이 안 된 진흙탕 길이었다. 상가의 한 코

    문화일보 | 2023-06-28 09:05
  • 장난기 많았던 시절… 학습의 의미 일깨워준 친구[보고싶습니다]

    장난기 많았던 시절… 학습의 의미 일깨워준 친구

    ■ 보고싶습니다 - 수창초등학교 친구 장문석 한자어에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검은 물감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의미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 의해서 운명도 바뀔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내 삶에 영향을 준 친구라면 단연코 초등학교 친구 장문석을 꼽을 수 있다. 문석이가 서울에서 대구로 전학을 왔던 1971년 봄, 4학년 어느 날 오후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필자가 다닌 수창초등학교는 1907년 개교한 지 116년이 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수업 시간에 뒷자리 친구랑 장난치다가 이승복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아 기분이 울적해 있었을 때인데, 선생님께서 문석이를 서울서 전학 온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내 옆자리를 가리키며 “장문석, 이쪽 빈자리에 앉아라”라고 하셨다. 그 순간 나에겐 짝이 생겨났고 문석의 등장으로 인해 철부지 시절의 생활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공부 잘하는 문석이가 짝이 되면서 장난기 많은 소년은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문화일보 | 2023-05-31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