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
‘대리 맞선’ 나가는 부모… 결혼도 대신해줄 건가요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당신이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영국의 심리학자 젠트너는 남녀 불평등이 낮거나 높은 국가를 포함하여 10개국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차별받는 국가의 경우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여자는 남자의 재력을 중시한 반면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 보장된 국가일수록 이상형에 관한 성별 차이가 감소했다고 한다.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집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더 적극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그러니 입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지만 여성 폭력 가해자 중 절반이 연인이거나 배우자인 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는 한국에서 “1인 가구 고소득자 중 60퍼센트 이상의 남성이 결혼을 희망하는 반면, 70퍼센트 이상의 여성은 결혼 계획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건 그다지 놀라운 뉴스도 아니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은 일본도 한국 못지않다. 아니, 더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부모 대리 맞선’이라는 행사가 인기를 끌 정?
문화일보 | 2022-10-14 09:05 -
범죄의 온상 돼버린 화장실… 묻지마 살인자의 뇌 속 해부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추석을 앞두고 시골집에 가던 길이었다. 뭘 잘못 먹었는지 출발할 즈음부터 배가 아팠는데 가까스로 참았다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뛰어들자마자 기겁하고 말았다. 변기 뚜껑을 여니 그 안에 엄청난 것이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그 뒤로 뚜껑이 닫혀 있는 공중화장실의 변기는 피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데 동창회에서 농담 삼아 이 얘기를 꺼내자 남자 동기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반면 여자 동기들로부터는 “나는 칸막이 안에 이용자가 있는 듯 문이 잠겼지만 인기척이 없을 때 사용을 피하는데” “나는 이유 없이 뚫린 구멍이 보이는 칸은 절대로 피하는데”라는 진지한 반응이 돌아왔다. 내가 더러운 변기 따위를 신경 쓰는 동안 저이들은 성범죄와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엿 같은 일인지. 대만 작가 저우둥이 쓴 ‘무차별 살인법’(블루홀식스)은,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약하고 만만한 상대를 짓밟는 인간들의 머릿속은 대관절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고찰한 소설이다. 어느 건물의 공중화장실에서 초등생이 무참히 살해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불과 반나?
문화일보 | 2022-09-23 08:58 -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내가 판단할 권리 있나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라이터가 발명됐다고 한다. 종일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는 자식이 힘겹게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구부러지는 빨대를 고안해 냈다. 생후 3개월 된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던 어느 카피라이터는, 빨대나 라이터의 사례처럼 장애를 가진 소수가 구멍을 메우면 다수에게도 좋을 수 있음을 깨닫고 분투한 끝에 장애가 있건 없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를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일종의 약함이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새로운 가치가 된다. ‘다른 관점으로 보기’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고 ‘마이너리티 디자인’(다다서재)에 적었다.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대화(“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예요?”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쓰기 ?
문화일보 | 2022-08-05 09:16 -
자기계발서 남용은 사이코패스 만든다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이제 곧 많은 학생이 죽을 겁니다”라는 협박편지가 학교에 도착한 날짜는 7월 4일 목요일. 그날 피해를 입은 건 중학교 2학년 1반 학생들 전원이었다. 사망한 학생은 9명, 입원한 학생 3명은 혼수상태에 빠져 심각한 상태였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급식으로 나온 수프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날 당시 범인은 현장에 있었다. 친구들이 급식을 먹자마자 쓰러져 몸부림치는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보던 같은 반 학생. 현장에서 체포된 소년 우에다는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급식에 독약을 섞었을까. 소설 ‘목요일의 아이’(크로스로드)에서 작가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범행을 저지른 동기요? 없어요. 왜 동기를 알고 싶어 하죠? 그걸 알면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죠? 범죄자라면 그 동기를 밝히고 배경을 이해하고 자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해 안심하고 싶으니까”라고 부연할 뿐이다. 다만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우에다가 마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신처럼 행동하며, 자신을 추종하는 무리를 향해 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일보 | 2022-07-15 09:17 -
남 얘기 안 듣고 내 말만 얕아져 가는 소통의 깊이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1000명의 미국인에게 물었다. 여기에 이름이 적힌 영화배우, 성직자, 정치가 중 천국에 갈 확률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는 테레사 수녀(79%)였다. 평생 가난하고 아픈 환자들을 돌보았던 마더 테레사라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조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리라. “당신은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8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뻔뻔하지 싶지만 나도 이왕이면 천국에 가고 싶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영혼 통행증’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에 생긴
문화일보 | 2022-06-17 09:23 -
반려견 주인을 위한 10계 초보 견주 가슴을 때리네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출판사에 새 식구가 생겼다. 이름은 마리. 한 마리 두 마리 할 때의 그 ‘마리’다. 세상에 태어난 지 4개월 하고 나흘이 지났는데, 매일 열다섯 시간쯤 잠을 자고 세 번 밥을 먹고 다섯 번 똥을 싼다. 체구는 작지만 똥의 양은 만만치 않다. 그걸 누가 치우느냐. 물론 나다. 반려견과 생활하는 게 처음인 나로서는 똥 싸놓은 걸 보는 게 이토록 기쁜 일인 줄 몰랐다. 지난 두 달간 피와 땀과 눈물 어린 훈련을 한 대로 약속된 장소에 황금색 똥이 놓여 있으면 즐거워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 된다. 한데 며칠 전에는 사무실 휴지통을 뒤져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나한테 된통 혼이 났다. 그러자 여봐란 듯이 내 책상 밑에 똥을 싸놓은 거다. 이거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버릇을 고쳐놓으려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화를 내고 잠시 가둬 놨다. 이렇게 해야 교육이 되겠다 싶어서. 내 행동이 잘못됐음을 반성한 건 하세 세이슈(馳星周)의 소설을 읽고 나서다. ‘소울 메이트’(창심소)는 일곱 마리 개와 생활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는 노골적으로 학대를 일삼는 사람도,
문화일보 | 2022-05-27 09:22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정치인들 거짓말 하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주길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됐는데, 미국에는 ‘거짓말을 해도 간파당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회사가 있다고 한다. ‘라이어즈 다이스(Liar’s dice)’라 불리는 이곳의 대표는 월드 포커 투어(WPT)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케빈 조,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동작만으로 상대의 거짓 기술을 간파하고 자신의 패를 감추는 훈련을 오랫동안 해온 그는 은퇴 후 경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를 찾는 사람 중에는 특히 정치인이 많다고 한다. 선거나 청문회를 앞둔 후보들은 라이어즈 다이스의 거짓말 상품을 구입하는 게 관례처럼 된 모양이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홈페이지에는 거짓말 전문가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요령이 적혀 있다. 그중 하나가 소설을 읽으라는 것인데, 아마도 소설이란 뛰어난 거짓말이 집적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최근 추천도서 목록을 보니 흥미로운 제목 여럿이 눈에 띈다. 가령 ‘베터 라이어’(황금시간)는 조금만 각색하면 실생활에서도 쉽게 상대를 속이는 데 써먹을 수 있는 대사들이 즐비한 소설
문화일보 | 2022-05-06 10:47 -
만약 세상이 망한다면… 배려없는 ‘아저씨’들 탓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어느 날 소녀들의 세계에서 ‘아저씨’가 사라졌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아저씨’의 눈에 소녀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인데 놀라지는 마시길.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의 이야기니까. 학계에서는 이를 규명하려 노력했지만 끝내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이 불가사의한 현상과 마주한 ‘아저씨’들은 곤혹스러워한 반면 소녀들은 기뻐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소녀들이 먼저 실감한 것은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이 줄었다는 점이었다. 가슴에, 치맛자락에, 허벅지에 어떠한 것도 들러붙지 않았다. 어른들은 소녀들에게 ‘아저씨’로부터 몸을 지켜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딸이 외출할 때마다 불안과 공포로 곤두섰던 신경도 서서히 누그러졌다. 그렇다면 ‘아저씨’는 누구인가? 소설 ‘지속 가능한 영혼의 이용’(한스미디어)에서 작가는 아저씨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아저씨는 자세만으로도 판별할 수 있는데 특히 지하철에서는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2) 상대방이 어리거나 약해 보이면 반말을 한다. (3)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포착하면 은근히 눈?
문화일보 | 2022-04-15 10:02 -
소설인데 현실 같은… ‘택배 제국’의 택배기사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음, 평소보다 늦게 오네’ 싶을 때가 있다. 대개는 둘 중 하나다. 사람이 많이 탔거나, 택배 기사가 여러 층을 눌러 놓고 물건을 배달하는 중이거나. 며칠 전 내가 사는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때의 일이다. 문이 열리자 택배 기사와 상자들이 보였다. 5층과 12층, 18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는데. 누가 이 시간까지 저이에게 일을 시켰을까. 문득 전 세계의 택배물량을 독점하는 기업 ‘클라우드’가 떠올랐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이 회사는 전염병과 치안 악화로 외출을 꺼리
문화일보 | 2022-03-25 10:09 -
나만 옳다는 ‘정의중독’… 헤어나오기 힘든 쾌락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독자들이 웹소설에 등장하는 악당의 성차별적 행동과 대사를 문제 삼으며 “작가가 차별을 조장한다, 빻았다,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광경을 목도한 적이 있다. 악당이 악당답게 나쁜 말을 지껄이고 지저분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어째서 트집을 잡는 것인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한데 작가를 조리돌리는 댓글을 쭉 읽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난 옳고 쟤는 틀렸으니까 심한 말을 퍼부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작가 나카노 노부코는 이를 ‘정의 중독’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며, 항상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들지 않는다.” 나쁜 짓을 저지른 대상을 가루가 되도록 까더라도 자신이 곤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호되게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경향성이 더욱 강력해지기 마련이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소설 ‘절대정의’에는 스스로의 정의에 취해 굶주린 동물처럼 ?
문화일보 | 2022-03-04 10:13 -
미신 신봉하는 사람들, 비정상이기 때문일까?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20년 가까이 타던 차가 수명이 다해서 큰 맘 먹고 ‘장기 렌트’를 신청하여 새 차를 받았다. 인수받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렸다. 한데 기다리는 동안 엄마에게 보고하니 대뜸 “타기 전에 반드시 고사를 지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액운이 없어진다던가.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해야 한다면서. 대관절 어디서 절을 하란 말인지. 인수받기로 한 도로 위에서? 지금 사는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지나는 사람들이 다 볼 텐데. 음식은 뭘 차려야 한담. 막걸리? 돼지머리? 거참, 난감하네. 일전에 회사를 이전할 때도 이사는 손 없는 날 해야 하고, 입주할 때 팥을 뿌려야 한다고 어찌나 신신당부하시던지. 언젠가는 밥에 젓가락을 똑바로 꽂아놓았다가 단단히 혼이 나기도 했다. 큰일 난다고. 제사를 지내며 죽은 사람의 넋을 부를 때나 하는 거라고. 이런 걸 ‘사잣밥’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베트남, 중국, 일본에만 존재하는 문화임을 ‘쾌-젓가락 괴담 경연’(비채)을 읽으며 알게 됐다. 이 소설에는 미신을 신봉하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밥이 담긴 밥그릇 한가운데에 젓가락을 똑바로 꽂은 뒤에 양손을 모
문화일보 | 2022-02-11 10:01 -
‘퇴사’가 꿈인 직장인에게 도서실 사서가 건네는 책
■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회사에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는 직장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퇴사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대인관계가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 변덕스럽고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일쑤인 상사,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증명하려 애를 쓰면 이를 질투하고 뒤에서 헐뜯기 바쁜 동료, 이기적이고 능력도 없으면서 건방을 떠는 후배와 매일 맞닥뜨리는 게 고역이라는 직장인이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달로와)에 등장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퇴사할 용기가 없어서 늘 공허한 푸념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회사란 민주적 체계와는 거리가 멀고 사실상 모든 일이 주관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이어서 상사가 내리는 결정이 제멋대로라고 한탄하며 공정을 갈구해 봐야 실망만 커질 뿐이다. 게다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부당한 대우까지 참을 필요야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타인에게 분노를 품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걔(상사, 동료, 후배) 정말 바보 아니야’라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
문화일보 | 2022-01-14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