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332 이명학의 옛글산책
27 | 생성일 2021-06-07 11:35
  • <이명학의 옛글산책>역사상 자녀교육을 가장 잘했던 어머니

    <이명학의 옛글산책>역사상 자녀교육을 가장 잘했던 어머니

    중국 산둥(山東)성에 있는 맹묘(孟廟 : 맹자의 사당)에 맹자 어머니 위패를 모신 맹모전(孟母殿)이 있다. 그곳에 ‘모교일인(母敎一人)’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다. 1925년 이곳에 주둔했던 북양군벌(北洋軍閥) 필서징(畢庶澄) 장군이 썼다고 한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에 의해 다른 유적은 모두 파괴됐으나 이 비석만 온전하게 보전됐다. ‘母敎一人’은 ‘어머니 교육의 일인자’ 즉, 역사상 자녀 교육을 가장 잘한 어머니란 뜻으로 맹모의 공덕을 칭송한 글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모단기(孟母斷機)’를 통해 맹모가 자식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려 애쓰고 자식에게 단호한 가르침을 준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보통 어떤 사람을 기리려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기 마련인데 ‘모교일인’은 간결해도 너무 간결하다. 그러나 울림이 크다. 담고 있는 뜻 또한 넓고도 웅장하다. 이보다 더 큰 찬사가 있을까? 이 ‘母敎一人’을 ‘어머니는 한 사람만 가르치셨다’고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래 뜻과는 상관없이 이 풀이도 신선하다. 그 한 사람이 만고(萬古)의 스승이 돼 사람들에게 삶의 바른길을 일러주었고 2300여 년 동안 동양

    문화일보 | 2022-01-03 11:24
  • <이명학의 옛글산책>‘내 집은 누추하나 향기로운 덕이 있다’

    <이명학의 옛글산책>‘내 집은 누추하나 향기로운 덕이 있다’

    당나라 때 시인 유우석은 에서 “산이 높다 한들 신선이 살아야 이름을 얻고, 연못이 깊다 한들 용이 있어야 영검하다”며 크기나 깊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재한 것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사물은 내용에 따라 가치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어 “내 집은 누추하나 나의 향기로운 덕이 있다”고 자긍심을 표현했다. 나라는 존재로 인해 내 집은 이미 누추한 집이 아니다. 제갈량이 살던 띠집을 누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집이 낡고 허름한 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사느냐가 중요하지. 집주인이 허접한 사람이라면 집이 제아무리 화려한들 누가 알아주겠나? 세속적인 삶을 초월해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당당하고 떳떳한 정신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연암 박지원의 에서 허생은 일면식도 없는 당대 최고 부자 변승업에게 거금을 빌리러 간다. 허생은 대뜸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데 만금을 빌려달라”고 한다. 변승업은 두말없이 돈을 내준다. 주위 사람들이 놀라서 누군지도 모르는 거지 행색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거금을 주느냐고 묻자 변승업은 “남에게 뭔가를 빌리려고 하는 ?

    문화일보 | 2021-12-27 11:38
  • <이명학의 옛글산책>다산 정약용의 ‘사잠’

    <이명학의 옛글산책>다산 정약용의 ‘사잠’

    ‘보리밥 뻣뻣하다 말하지 마라, 앞마을엔 불도 못 때고 있으니. 삼베옷 거칠다 말하지 마라, 헐벗은 저들은 그마저 없으니.’ 다산 정약용의 ‘사잠(奢箴)’이란 글로 사치함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쌀밥은 못 먹어도 보리밥이라도 먹을 수 있고, 비단옷은 못 입어도 삼베옷이라도 걸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늘 불만이고 불평이다. 눈을 잠시 밖으로 돌려보면 자신만 못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내 처지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만족하면서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늘 투덜대며 불만 가득한 사람에게 무슨 발전이 있겠나? 그리고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 씀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능사는 아니다.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 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하는 널리 알려진 경주 최부자댁 이야기와 가난한 이는 누구든 뒤주에서 쌀을 퍼가게 했던 구례 운

    문화일보 | 2021-12-20 11:30
  • <이명학의 옛글산책>진나라 예양과 정치인

    <이명학의 옛글산책>진나라 예양과 정치인

    전국시대 진(晉)나라 사람 예양(豫讓)은 ‘만고(萬古)의 충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예양은 자기가 모시던 왕이 조(趙)나라 양자(襄子)와의 전쟁에서 죽임을 당하자 원수를 갚으려 일부러 죄를 짓고 궁으로 끌려가 양자를 죽이려다 발각된 적이 있었다. 그때 양자는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칭찬하며 풀어주었다. 그 후 거리에서 구걸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친구가 자기를 알아보자 온몸에 옻을 발라 피부를 상하게 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부인이 “모습은 내 남편과 다른데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는 뜨거운 숯을 삼켜 목소리를 완전히 바꾸었다. 친구가 “양자를 모시는 척하며 일을 도모하면 쉽지 않겠는가? 왜 이리 고생을 하는가?”라고 하자 예양은 “이미 그의 신하가 됐는데 죽일 생각을 한다면 두 마음을 품는 것이다. 내가 하려는 일이 지극히 어려운 것은 잘 알지만, 천하 후세에 남의 신하가 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다리 아래 숨어 지나가는 양자를 노리고 있다가 잡혀 죽는다. 모시던 주군을 위해 제 한 몸 희생해 끝까지 원수를 갚으려는 행위는 후세?

    문화일보 | 2021-12-13 11:25
  • <이명학의 옛글산책>삼국사기 ‘劍君’의 뜻

    <이명학의 옛글산책>삼국사기 ‘劍君’의 뜻

    살다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곤 한다. ‘삼국사기’ 열전에 검군(劍君)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화랑의 문하에 있으면서 궁에서 작은 직책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기근이 너무 심해 백성들은 비참한 상황이었다. 궁에 있던 관리들은 궁궐 창고의 곡식을 훔쳐 나눴는데 유독 검군만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비밀이 샐 것을 우려해 검군을 죽이기로 모의한다. 이를 눈치챈 검군은 화랑을 찾아가 “다시는 뵙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하직을 고하며 전후 사정을 이야기한다. “왜 고발하지 않는가?” “인정상 차마 저들을 죄에 빠트리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달아나면 될 것이 아닌가?” “저들이 잘못했는데 잘못도 없는 제가 달아나는 것은 장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검군은 이야기를 마치고 그들을 찾아가 독이 든 음식을 먹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아마 검군은 당시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이해했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데 피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 여겨, 차라리 죽는 것이 그들도 살리고 자신의 절조(節操)도 지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오래전 수원에서 서울로 오

    문화일보 | 2021-12-06 11:29
  • <이명학의 옛글산책>감언이설

    <이명학의 옛글산책>감언이설

    는 거북이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용궁 근처까지 갔다가 “간을 두고 왔다”는 거짓말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토끼 이야기다. ‘감언이설’은 남을 꼬드기기 위해 꾸며낸 달콤한 말이다. 이 이야기는 ‘김유신 열전’에 실려 있다. 김춘추는 딸과 사위가 백제군에게 죽임을 당하자 원수를 갚겠다는 각오로 고구려에 원병을 청하러 간다. 그러나 고구려 왕은 도리어 신라가 차지한 고구려 옛 땅을 내놓으라며 김춘추를 옥에 가둔다.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 꼼짝없이 용궁으로 끌려가는 토끼 신세가 됐다. 김춘추는 고구려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에게 뇌물을 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어느 날 밤 감옥으로 술과 안주를 가지고 찾아와서 해준 이야기가 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춘추가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 드디어 땅을 돌려주겠노라는 거짓말을 하고 풀려난다. 그러고 보니 는 1000년이나 지난 오래된 이야기다. 살다 보면 감언이설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때로는 그럴듯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소식이 “고수익을 보장

    문화일보 | 2021-11-29 11:24
  • <이명학의 옛글산책>비교

    <이명학의 옛글산책>비교

    세종 때 정승을 지낸 황희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밭을 가는 소 두 마리를 보고 농부에게 “어느 소가 낫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농부는 황희의 귀에 대고 “저쪽 소가 낫습니다”라고 했다. 괴이하게 여긴 황희가 왜 귀에 대고 낮게 말하는지 되묻자 농부는 “만약 이쪽 소가 제 말을 듣는다면 비록 미물이지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라고 했다. 그 후로 황희는 누구를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 모든 불평불만은 누구와 뭔가를 비교하면서 싹트기 시작한다. 우리도 살다 보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또 다른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할 땐 우쭐해지기도 하지만, 자신보다 월등한 사람과 비교할 땐 부러운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불평불만이 생기고 심지어 열등감까지 느끼게 된다. 우쭐한 생각이나 불평불만 모두 마음의 평정을 잃은 것이니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라는 주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 특히 가정에서 남들과 비교하는 소리를 예사로 하기 쉽다. 옆집 부인은 어떻고, 친구 남편은 저렇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듣는 상대방?

    문화일보 | 2021-11-22 11:23
  • <이명학의 옛글산책>‘송양지인’

    <이명학의 옛글산책>‘송양지인’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송나라 양공(襄公)의 인자함’이라는 뜻으로, 쓸데없이 베푸는 동정을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춘추시대 송은 강대국 초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초는 송보다 국력이 월등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한 신하가 초의 군사가 많으니 그들이 강을 건너기 전에 공격하자고 간한다. 그러나 양공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강을 건넌 초 군대가 미처 대오를 갖추지 못했을 때 공격하자고 했으나 양공은 또 거절한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드디어 전열을 갖춘 초 군대와 전투가 벌어지자 송은 대패하고 양공은 부상한 뒤 죽는다. 양공은 죽기 전에 백성들이 원망하자 “군자는 상처 입은 군사를 두 번 공격하지 않는다”는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이겨야 한다. ‘삼국지’를 보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술수와 매복, 기습 등이 비일비재하다. 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싸움이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가 망하고 수많은 백성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양공은 정정당당함이라는 도덕적 명분에 집착해 수많은 백성을 죽게 했다. 국력이 월등한

    문화일보 | 2021-11-15 11:24
  • <이명학의 옛글산책>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이명학의 옛글산책>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장자(莊子)’에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식견이 좁음을 비유한 것이다. 매미는 여름 한 철 살다 죽으니 살아보지 못한 봄가을을 알 수 없다.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을 하늘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과 같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지적 경험의 중요함을 일깨운 것이다. 에 형가(荊軻)라는 유명한 협객이 나온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러 갔다가 도리어 죽임을 당한 의협심 강한 인물이다. 연나라 태자 단(丹)은 진시황을 죽이러 떠나는 형가를 연나라 수도가 있었던 북경에서 역수(易水)까지 배웅한다. 태자 단은 진나라에 볼모로 가 있다가 진시황에게 모진 학대를 받고 도망쳐 왔다. 그러니 원한이 오죽했겠는가. 그 대목을 읽으면서 북경에서 역수까지의 거리를 내 경험에 비춰 경복궁에서 한강 정도까지로 이해했다. 그러던 차에 북경에서 역수까지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형가의 의협심을 기리는 ‘형가탑’이 있었다. 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긴 여정이었다. 실제 경험해보니 태자 단이 진시황에게 원한을 갚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

    문화일보 | 2021-11-08 11:28
  • <이명학의 옛글산책>구변의 달걀

    <이명학의 옛글산책>구변의 달걀

    2400여 년 전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위(衛)나라 왕에게 구변(苟變)이라는 사람을 천거한다. 왕은 “그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나 예전에 백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남의 달걀 두 개를 먹었기에 등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세금을 핑계로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짓이라는 것이다. 이에 자사는 “지금은 전국시대입니다. 이런 위급한 시기에 고작 달걀 두 개 때문에 뛰어난 장수를 내칠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나무에 옹이가 한두 개 있다고 해서 나무를 버리지 않습니다. 장점만 취하면 됩니다”라고 한다. 왕은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작은

    문화일보 | 2021-11-01 11:18
  • <이명학의 옛글산책>화패이입자 역패이출(貨悖而入者 亦悖而出)

    <이명학의 옛글산책>화패이입자 역패이출(貨悖而入者 亦悖而出)

    ‘대학’에 ‘언패이출자 역패이입(言悖而出者 亦悖而入), 화패이입자 역패이출(貨悖而入者 亦悖而出)’이라는 글이 있다. ‘말이 어그러져 나가면 또한 어그러져 들어오고, 재물이 어그러져 들어오면 또한 어그러져 나간다’는 뜻이다. ‘패(悖)’는 도리에 어긋난 것이다. 패륜(悖倫)과 행패(行悖)도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짓이다. 말을 도리에 맞지 않게 하면 그대로 되돌아온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재물도 그렇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은 결국 정상적이지 않은 어떤 일에 쓰이게 된다. 한 푼도 남지 않는다. 불로소득이나 뇌물이나 정당한 소득이 아니다. 이런 돈은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일에 모두 쓰이게 된다. 우리나라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정치인과 사업가가 주고받은 뇌물은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다 쓰이고 그 두 사람은 감옥으로 간다. 웃을 수도 없는 기막힌 현실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니 ‘천화동인’(天火同人)이니 세상이 시끄럽다. ‘주역’에 있는 그 좋은 글귀로 회사명을 짓고는 애당초 우리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생각 없이 몇몇 개인의 배를 채우려 ?

    문화일보 | 2021-10-25 11:28
  • <이명학의 옛글산책>노마지지(老馬之智)

    <이명학의 옛글산책>노마지지(老馬之智)

    춘추시대 제(齊)나라 재상 안영(晏영)은 키는 작달막했으나 능력이 출중하고 늘 겸손해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어느 날 구척장신 마부가 거들먹대며 크게 채찍을 휘두르면서 안영이 탄 수레를 몰았다. 마부가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다짜고짜 헤어지자고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마부가 까닭을 묻자 “재상께서는 키는 작으나 지체가 높은데도 항상 공손하신데, 당신은 구척 거구에 지위도 변변치 않으면서 뭘 그렇게 거들먹대느냐?”고 했다. 잘못을 깨달은 마부는 다음 날부터 몸가짐을 조심했다고 한다. 마부는 윗사람의 위세를 믿고 으스댔던 것이다. 얼마 전 노철학자께서 정부에 비판적인 말씀을 하자, 논조를 못마땅하게 여긴 어떤 이가 나이를 들먹이며 막말을 퍼부었다. 취중에나 지껄일 만한 소리였다. 믿는 구석이 있거나 이를 논란거리로 삼아 뭔가 얻으려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막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거들먹대며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나이는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나이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말씀의 내용으로 논쟁해야 했다. 부끄러운 줄을 알자. ‘노마지지(老馬之智)’는

    문화일보 | 2021-10-18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