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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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적은’ 독서보다 나쁜건 ‘가볍게’ 읽는 것입니다
이번 주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나란히 도착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뜨인돌)와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마음산책)입니다. 전자가 독서 에세이라면, 후자는 책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엮었습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으로 유명한 헤세는 작가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자 욕심 많은 장서가였습니다. 이들 책은 헤세가 책에 관한 한 얼마나 까다롭고 엄격한 ‘근본주의자’였는지 잘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1년에 몇 권쯤 책을 읽으시나요. 아니, 몇 권을 읽어야 ‘다독가’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민 평균 독서량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정부 조사를 접할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아마 헤세였다면 ‘큰일 났다!’고 걱정하기는커녕 ‘쓸데없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 같습니다. 그는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는 ‘독서론’을 폅니다. ‘다독’(多讀)에 집착하지 말고 ‘남독’(濫讀)을 경계하라는 조언과 함께 말입니다. “인생은 짧고 저 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미련하지 않은가.” 헤세는 책을 ‘적게’ ?
나윤석 기자 | 2022-05-13 10:39 -
콜롬비아에 불어닥칠 문학한류 기대합니다
지금 여기는 보고타 국제도서전이 한창인 콜롬비아입니다. 이곳에 와서 한류의 위상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한 행인은 일행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말하고, 어떤 공무원은 “한국전쟁을 함께 치른 한국과 콜롬비아는 형제의 나라”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더군요. 이들은 하나같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를 듣고 K-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한류를 향한 애정은 도서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막 이틀째인 20일 한복 체험관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구슬치기를 해보는 부스는 특히 많은 관객으로 북적였습니다. 신기한 듯 구슬을 여러 번 굴린 공학도 노에미 알바레스(27) 씨는 “‘오징어게임’은 국적을 뛰어넘는 인간의 슬픈 욕망을 보여준 드라마”라며 “한국의 주빈국 참여 소식에 도서전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한류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깊게 뿌리 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 해답은 모든 예술의 원천이 되는 문학과 책을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탐색하는 책이 바탕에 없다면 그로부터 자양분을 얻는
나윤석 기자 | 2022-04-22 11:11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완성할때까지 수정… 모든 ‘창작의 비밀’
“무엇을 그릴지 알려면,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파블로 피카소) 론 M 버크먼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총장의 ‘메이커스 랩’(윌북)은 ‘창작의 태도와 비밀’에 관한 책입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 애플 스토어 디자이너 팀 코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축한 프랭크 게리 등 50여 명의 ‘메이커스’를 인터뷰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불쑥 찾아온 영감을 붙잡고 한달음에 뚝딱 만들어 낸다는 환상을 버려라”고 말합니다. 타고난 천재란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작품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면서 알아낸” 결과라는 것이죠. 카우프만은 초고를 완성한 다음 퇴고를 하며 구조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니 무서워도 재밌고, 흥미를 잃지 않으니 계속 쓸 수 있습니다. 그에게 글쓰기란 도착한 후에야 목적지가 어디인지 깨닫는 과정이고, 이만큼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놀라움을 안겨주는 행위입니다. 군살 없는 테슬라 ‘모델 S’를 디자인한 프란츠 폴 홀츠아우젠 역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며 “기업의 가치와 지향이라는 ‘근본’으
나윤석 기자 | 2022-04-01 10:10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썸’을 파헤쳐보니 ‘사랑’이 하고 싶다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의 가사는 썸타는 남녀의 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합니다. 2010년 무렵부터 유행한 썸은 애매한 남녀 관계를 뜻하는 연애 문화입니다. 이 시대 ‘썸남썸녀’들은 어항 속 물고기를 다루듯 ‘떡밥’을 던지며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관계를 이어갑니다. 최성호 경희대 철학과 교수의 책은 여러 대중문화의 소재로 활용된 ‘썸타기’와 ‘어장관리’를 학술적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썸이라는 현상이 사회 변화와 조응하는 보편적 문화로 자리매김한 만큼 가벼운 가십거리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저자는 이런 연애 문화를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의지적 불확정성’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의지적 불확정성이란 어떤 욕구로 삶을 채워야 하는지 명료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썸타기의 핵심에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불확정성이 자리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썸에 대한 학술 연구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사회
나윤석 기자 | 2022-03-11 09:53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관심·취향을 ‘일’로 삼은 2000년대생의 ‘행복찾기’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1992년생 프리랜서 저술가의 인터뷰집 ‘기다리기에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동녘)를 펼쳤다 이 문장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책은 패션 디자이너,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후 활동가, 목조주택 빌더 등 취향과 관심을 ‘일’로 만든 청년들을 만난 기록입니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이거나 스물을 갓 넘긴 ‘200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입시’와 ‘취업’의 정해진 루트를 벗어난 이들에게 일이란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보다 ‘삶을 이루는 정체성’에 가깝습니다. 기후 활동가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변화가 쉽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하고, 장애인 유튜버는 “‘절절한 스토리가 없는’ 평범한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힙니다. 제목처럼 ‘어른이 되길 기다리기엔 내일이 너무 가까웠던’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저자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는 길을 고민합니다.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라는 또렷한 현실감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거운 공구를 들고 목조주택을 짓
나윤석 기자 | 2022-02-18 10:06 -
예민한 예술가 되는 노년… ‘사랑스러운 꼰대’ 되려면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 국내 최초의 과학 서평 매거진을 표방한 ‘시즌(SEASON)’ 창간호가 최근 발간됐습니다. 발행인인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의 말처럼 “과학책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라 반갑습니다. 서평과 일반 칼럼을 엮은 창간호 주제는 ‘100세 시대, 길고 멋진 인생’입니다. 문장 그대로 ‘노화’에 기죽지 않고 팔팔한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과학’의 틀 안에서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나이 듦·질병·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글이었습니다. 윤 교수는 ‘세월이 나를 예술가로 만든다’라는 글에서 ‘사랑스러운 꼰대’가 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지는 존재입니다. 삶을 향한 애착이 커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현실의 어르신들은 쉽게 분노하고 슬픔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을 구분하는 ‘감성 판별 능력’이 한층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라네요. 예년과 다름없는 명절을 보냈는데 종종 부모님들이 “제 가족만 챙긴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곤 하는 것 ?
나윤석 기자 | 2022-01-21 09:47 -
책 구해준 사례비 대신 ‘이야기’를 준비하세요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 서울 은평구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서점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중고책을 사고파는 곳이지만, 여느 책방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 헌책방엔 ‘절판된 책’을 구해달라는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데, 이 책방 주인은 몇 달을 수소문해 어렵게 책을 구해줘도 책값만 챙기고 사례비(수수료)는 받지 않습니다. 대신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그 책에 얽힌 손님의 사연 말입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프시케의숲)는 이 책방지기가 10여 년 동안 만난 사람과 책에 관한 기록입니다. 손님이 찾는 책 종류만큼 다양한 사연이 펼쳐집니다. 수십 년 전 첫사랑에게 선물한 책과 같은 판본을 찾아달라는 이도 있고, 함께 학생운동을 하다 소식이 끊겨버린 후배와의 추억을 털어놓는 이도 있습니다. 의뢰인이 책 제목이나 저자 같은 ‘핵심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면 주인은 작은 단서에 의존해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처럼 기억의 조각을 모아 책의 ‘윤곽’을 그려나갑니다. 때로는 애틋한 러브스토리 같고, 때로는 쫄깃한 추리극 같은 사연들 위로 앙드레 지드의 ‘미완의 고백’, 박완서의 ‘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헤르만
나윤석 기자 | 2021-12-10 10:18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우울감 떨어내는 방법
마음을 치유하는 에세이들이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습니다. ‘생각 비우기 연습’을 제안하는 책부터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아붓느라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법을 일러주는 책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이 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불안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우리 일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번 주 나온 ‘왜 그는 더 우울한 걸까?’(책사람집) 역시 미국 임상심리학자가 각자 이유로 삶에 지친 독자를 일으켜 세우는 책입니다. 10년 넘게 수많은 우울증 환자를 상담해온 저자는 우울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 무기력과 외로움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 내려갑니다. 책에 따르면 우울감은 다양한 증상으로 이뤄진 정서적·신체적 증후군입니다. 여기엔 기분·식욕·수면 패턴·사고방식의 ‘부정적 변화’가 동반됩니다. 저자는 우선 우울감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냥 툭툭 털고 기운 내. 우는 소리 좀 그만해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휘둘리면 영영 우울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두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려면 우울감을 ‘독립된 실체’로 받아들여야
나윤석 기자 | 2021-11-19 10:11 -
“난 이렇게 유명해졌다”… MZ세대 인플루언서 325명의 보고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정연욱 지음│천년의상상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유튜브’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무려 3000여 권이 검색됩니다. 영상편집 기술부터 유튜버의 성공 비결까지 실로 다양한 책들이 펼쳐집니다. ‘기나긴’ 목록을 보니 우리가 ‘SNS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책의 위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시대라지만, 책만큼 최전선에서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매체는 드물다는 생각도 들고요. 쏟아지는 유튜버에 관한 책 가운데 이번 주 나온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에 눈길이 간 건 SNS 생태계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욕망과 결부한 시선 덕분이었습니다. 연세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저자는 16개월간 325명의 인플루언서를 만났습니다. 그들에 대한 생생한 사례 연구에 해석을 가미해 ‘K-디지털 인류’의 일상과 꿈을 그려 보입니다. 저자가 만난 20∼30대 인플루언서들은 하나같이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풍족한 내일’을 가꾸기 힘든 세상에서 유명세야말로 “가라앉는 슬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한 ‘생명줄’이자 찬란한 미래를 약속하는 ‘코인’”
나윤석 기자 | 2021-10-29 09:46 -
체온 높을수록 ‘행복감’ 우리는 온기 나누고있나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 미국 예일대에서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 절반에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줬고, 나머지 사람들한텐 차가운 커피를 제공했습니다. 그런 다음 진행자는 ‘지적이고 주도면밀한’ 인물 A를 묘사한 글을 읽게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뜨거운 커피를 마신 참가자들은 A를 ‘따뜻한’ 인물로 파악한 반면, 아이스 커피를 받은 이들은 ‘냉철한’ 사람으로 인식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이 쓴 ‘따뜻한 인간의 탄생’(머스트리드북)은 이처럼 ‘물리적 온도’와 ‘사회적 온기’의 연관성을 분석합니다. 예일대 실험이 전자가 후자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면, 그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온라인 게임 참가자들에게 ‘실내 온도’를 추정해보라고 했습니다. 프로그램 통제를 통해 절반은 팀을 꾸려 ‘소속감’을 느끼도록 했고, 나머지는 홀로 소외된 채 경쟁자와 싸우게 했습니다. 그 결과 두 집단의 온도 추정치는 3도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물론 소속감을 경험한 참가자들이 실험 공간을 더 따스한 곳으로 받아들였죠. 책은 ‘따뜻한 것’을 ‘차가운 것’보다 우호적으로 느끼는 현?
나윤석 기자 | 2021-10-01 09:51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王자 복근 없으면 어때… 나만의 건강 방식 찾기
고등학교 때 ‘예다남(예쁜 다리를 가진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습니다. 마른 몸매에 근육 없이 ‘미끈한’ 다리를 보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이런 오명(?)을 벗고 ‘강한 남자’의 표본 같은 근육을 만들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헬스장을 등록했습니다. 나름 굳은 각오로 시작했는데 웬걸, 석 달도 채 못 다니고 관뒀습니다. 혼자 땀 흘리며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작에 영 흥미가 안 생기더군요. 그 이후에도 몇 번 피트니스센터를 들락날락했지만 ‘작심 3개월’의 패턴은 늘 반복됐습니다. “언제쯤 덩치를 키우고 ‘초콜릿 복근’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독일 역사학자 위르겐 마르추카트가 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헬스장과 필라테스·요가 학원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현대사회를 제목 그대로 ‘피트니스(fitness)의 시대’라고 규정합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신을 가꾸는 모습이 ‘핏(fit)’한 몸매에 대한 열풍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것이지요. 건강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 같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책은 ‘피트니스 전성시대’에서 성공과 성취를 제1 명제로 삼는 신?
나윤석 기자 | 2021-09-03 10:12 -
<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요즘 퇴근 후 밤마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는 ‘엄마’‘아빠’ 외엔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지만, 신기하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옆에 꼭 붙어 있습니다. 얼마 전 악어로부터 새끼를 구하려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 사슴의 이야기를 들려줬을 땐 아이는 별 반응이 없는데 저 혼자 코끝이 시큰해져 괜히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딸과 시간을 보낼 때마다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 도대체 ‘이야기를 만들고, 읽고,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요. 이번 주 나온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인플루엔셜)을 펼쳤다가 이런 스토리텔링의 본질을 사유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영국 기업가 비카스 샤가 유발 하라리, 제인 구달 등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134인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요.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가’라는 장(章)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등장합니다. 마텔은 여기서 “스토리텔링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말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건 단순히 이야기를 들
나윤석 기자 | 2021-08-13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