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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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순간 팡!… “특별한 여름밤 기대해도 좋아”
여름이면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닌다. 휴대전화보다 조금 작은 A7 크기다. 가방을 가볍게 꾸리다 보니 노트도 자연스레 작아졌다. 땀에 젖은 이마, 능소화, 분수대, 옆 사람과 나누던 시시한 이야기. 큰 사건보다는 그날의 자잘한 풍경을 적거나 그린다. 계절을 채집하는 나만의 놀이라고 할까. 벌써 세 권째 여름 노트를 채우고 있다. 내 서가에는 계절마다 꺼내 읽는 그림책들이 있다. 올해 여름 칸에는 ‘불꽃놀이’를 새로 들였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여름이 짙어진다. 아침 햇살이 빌딩 사이로 비쳐들면 아이들은 기지개를 켠다. 얇
문화일보 | 2026-07-10 09:32 -
“실패라 생각마… 보잘것없는 것도 재능이 될 수 있어”
길 위에서 작은 선 하나를 발견한 아이는 그것을 보물처럼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온다. 공책 안에서 잠든 아기처럼 웅크리고 있던 선은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삐뚤빼뚤한 동그라미를 그렸고 점차 자유자재로 아이와 함께 놀기도 하며 아이가 겁먹은 순간엔 앞을 막아서 아이를 지켜 주기도 한다. 아이의 키가 자라는 만큼 선도 자라 낙서처럼 거칠어지기도 하고 토라져서 숨어 버릴 때도 있지만 언제나 아이 곁에 머무른다. 그렇게 선은 아이에게 긴 수평선이 되어 그 너머를 보게 한다. 선은 주인공의 에고로서 제멋대로 떠오르는 영감이기도 하고, 가장
문화일보 | 2026-07-03 09:37 -
제자리에서 세상 밖으로… 함께 더 멀리가는 아이들
살면서 잘한 일이 운전을 배운 거다. 차를 몰면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만큼 보고 듣고 겪는 것들이 많아졌다. 여자인 친구들에겐 특별히 더 운전을 추천했다. 단편집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어린이는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 ‘통학 버스 없인 학교 다니기도 힘든 시골 마을’ ‘집에서 슈퍼까지 걸어서 가려면 족히 이십 분’은 걸리고, 친구를 만나려면 ‘버스 타고 배 타고’ 가야 한다.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꾼다. ‘자라 낚시’의 ‘지우’는 마카롱같이 사랑스러운 디저트를 쉽게 구할 수
문화일보 | 2026-06-26 09:24 -
교과서 낙서·우유탑 쌓기·피구… 얘들아, 선생님도 끼워줄래?
어린이를 안다는 건 무얼까. 어른은 어린이가 아닌데 내가 바라보고 규정하는 어린이가 진짜 어린이일 수 있나? 동화와 동시에서 어린이를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대개 ‘이게 진짜 어린이의 모습이지!’ 하고 자신만만한 태도가 드러나 보이는 작품일수록 공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현실의 어린이와 거리가 있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한다든가, 어른이 바라는 특정한 모습을 은근히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작품에서 어린이의 일상과 감정, 생각이 도드라지게 나타날 때 그럴 위험이 크다. 동화에 비해 긴 얘기를 할 수 없는 동시는
문화일보 | 2026-06-19 09:41 -
한몸이기도, 일곱이기도… ‘상상 초월’ 애벌레와 친구들
다음 달이면 작업실을 얻은 지 1년이 된다. 좁은 방이라서 컴퓨터 책상, 책장, 4인용 식탁을 겨우 놓았다. 평일에는 원고를 쓰거나 웹진을 편집하고, 주말에는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 이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셋과 방 세 개짜리 구옥에서 6년을 복닥거렸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또래의 동료들과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생일이 아니더라도 구실을 만들어 케이크에 초를 밝혔다. 그런데 혼자서는 어떨까? 쓸쓸함을 견디지 못해 얼마간 작업실 대신 카페로 출근했다. 노에미 볼라의 그림책 ‘인생 파티: 파티원 구함’에는 나를
문화일보 | 2026-06-12 09:31 -
TV도, 장난감도, 연필도 없는 방… 풀과 구름이 내 친구야
가구, 전자제품, 장식품은 물론 청소도구마저 청소해야 할 지경인 어느 집의 상태가 이 그림책의 첫 장면이다. 하늘에는 비행기가, 땅에는 빌딩이, 바다에는 배들로 꽉 찼다. 심지어 우주도 각종 기기로 가득하다. 정말이지 세상은 포화 상태다. 매 순간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고 정보가 범람하며 모든 것은 터져버릴 듯이 쌓여간다. 그림책 속 과학자는 텅 비고 고요한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몰두한다. 그는 온갖 실험 끝에 마침내 기계를 하나 개발했고 거기엔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그가 그토록 꿈꾸던 것이었다. 오랜 연구에 지친 그는 그 안에서
문화일보 | 2026-06-05 09:23 -
‘반려염소’와 공동생활… 조금 불편해도 마음은 따뜻해
일곱 살 때 작은할아버지의 돼지 농장에 간 기억이 있다. 뽀얗고 보송한 아기 돼지에 반해 서울 집에 데려가자고 졸랐다. 부모님은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면 그때 키우자”며 나를 달랬다. 모면을 위한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속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돼지를 아파트에 들이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에 염소가 이사 왔다!’의 ‘해솔’은 어떤 사정으로 염소 ‘흰바람’을 맡게 된다. 해솔은 과거에 아파트에서 병아리 ‘끼오’를 닭이 될 때까지 키웠다. 시끄럽다는 민원으로 끼오를 타지로 보내고 죽음을 막지
문화일보 | 2026-05-29 09:13 -
아이를 제물로 바치라는 지네신…“부당한건 맞서 싸워야지”
아동문학에서 대개 어린이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이루어내는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여러 어린이가 등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돌보며 함께 성장한다. 어린이가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다. 부모 혹은 친구와의 관계, 가정과 학교 및 지역사회의 현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들…. 그런데 사실, 어린이의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주어진다. 개인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이는 일들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어리고 젊은 사람들이 줄곧 희생되는 구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어려움을 삶의
문화일보 | 2026-05-22 09:21 -
보석같은 동심, 그생각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어릴 때 가장 큰 숫자는 100이었다. 백 점, 백 개, 백 번. 더는 셀 수 없을 만큼 크고 단단한 숫자. 2008년 첫걸음을 뗀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가 18년 만에 마침내 100권에 이르렀다.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는 단지 100권 출간을 기념하는 책이 아니다. 손바닥만 한 책에서 웃음과 고독, 상상과 용기가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른다. 시인들은 작은 존재들을 부른다. 냉이 옆집에 사는 꽃다지, 달빛벌레, 모댐이풀꽃 등과 같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들을 엎드려 오래 들여다본다.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문화일보 | 2026-05-15 09:53 -
친구가 된 늑대와 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그림을 그리는 늑대는 커다란 성에 혼자 산다. 새로운 걸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지내는 동안 감자에는 곰팡이가 피고 자전거에는 바람이 빠진다.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날들 속에서는 우아한 실내도 드넓은 정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늑대가 예약한 정원사가 도착한다. 정원사 개는 가위질을 잘못해도 비가 내려도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할 일을 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마저 즐거운 일과처럼 보일 만큼 유연하게 일하는 개 덕분에 늑대의 성은 하루하루 생기를 띤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늑대가 “다른 데 가서 찰칵거리면 안 될
문화일보 | 2026-05-08 09:14 -
“거절 당해도 괜찮아”… 겁이 많은 아이에게 주는 위로
초등학생 때 일이다.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용돈이 부족했다. 새 연필을 모아 단골 문구점으로 갔다. 사장님께 연필을 싼값에 사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사장님도 적잖이 당황했을 듯하다. ‘거절당하기 숙제’의 ‘태양’이는 이제 막 4학년 여름방학을 맞았다. ‘도전 일지 쓰기’ 숙제를 얼른 끝내고 싶어 ‘열 번 거절당하기’에 도전한다. 친구는 그런 태양이를 비웃는다. 너무 쉽다는 거다. 숙제가 되려면 ‘거절당하지 않기’에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과연 거절당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쉬울까. 태양이는 평
문화일보 | 2026-04-24 09:16 -
철거 위기의 집, 가택신들의 ‘망자 살려내기 대작전’
‘요즘 토끼 타령’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등 옛이야기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끌어내는 그림책을 선보여 온 강혜숙 작가의 그래픽노블이다.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그림책을 만드는 ‘바캉스 프로젝트’ 출간작 ‘저승 쾌담집’ ‘악착 동자’에서 출발해, 저승이란 소재를 그래픽노블로 확장시켜 유쾌한 저승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의 그래픽노블’로 자랑스레 내놓을 만하다. 이야기는 오 대감의 막냇손자 오장수가 죽으면서 시작된다. 집안에 큰 우환이 계속되자 문중 어른들은 집터가 운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에게까지 해가 닥치기 전에 집을 허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 2026-04-17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