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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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나전칠기
박영규 용인대 명예교수 고려의 나전칠기는 전복, 소라 껍데기를 얇게 갈아낸 다음 문양을 오려 함이나 합 등의 표면을 장식하고 그 위에 칠을 입힌 공예품이다. 청자, 금속공예, 불화와 함께 고려의 대표 미술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고려 나전칠기의 주류인 국화 문양은 지름이 1.7㎝이며, 이를 C자형으로 감싸고 있는 금속선 넝쿨에 형성된 잎들은 길이가 2∼3㎜에 불과하다. 나전함의 경우 손끝으로도 잡기 어려운 4만5000여 개의 작은 조각이 빼곡하게 배치돼 있다. 이는 숙련된 공예 기술의 정수이며 경건한 불심이 뒷받침된 결과로 해석된다.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에 세밀가귀(細密可貴·나전 솜씨는 세밀하여 귀하다)라 했다. 가까이 보면 고도의 미세함과 정교함에 감탄하고, 조금 떨어져 보면 작은 연속 문양이 단순하고 안정적인데, 오색영롱한 자개 빛깔이 더해져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도의 제작 기술과 예술성을 갖춘 고려 나전칠기는 외국 박물관에서 동양 미술품의 필수 구성 요소로 그 진가가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생활용품보다는 불교 용구로 소량 생산됐고, ?
문화일보 | 2023-12-18 11:38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자합’
황지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나전으로 장식한 작은 합으로 모자합(母子盒)을 구성하는 자합(子盒) 중 하나이다. 모자합은 큼직한 원형이나 사각형 모합(母盒) 안에 네 개의 자합이 한 개의 둥근 자합을 둘러싼 꽃 형태로 구성된다. 나전칠기는 불화, 청자와 함께 고려 시대 예술문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예품으로 완형(完形)은 세계적으로 20여 점이 남아 있고 국내에는 4점 정도가 확인된다. 이 나전합은 고려 나전칠기의 주요 무늬인 국화넝쿨무늬로 빼곡하게 장식돼 있다. 꽃과 넝쿨잎무늬에는 자개와 복채(伏彩)한 대모(거북 등딱지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가
문화일보 | 2023-12-11 11:36 -
돌아온 ‘황제의 선물’ 나전흑칠삼층장
진은영 배재학당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Henry Gerhart Appenzeller·1858∼1902)에게 하사한 ‘나전흑칠삼층장(螺鈿黑漆三層欌)’이 그의 증손녀 다이앤 도지 크롬(Diane DodgeCrom·1957∼ )의 기증으로 2022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전흑칠삼층장’은 고종 황제가 조선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세우고 조선의 근대화 및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한 아펜젤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것으로,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전해오고 있었다. 그의 증손녀인 다이앤이 ‘나전흑칠삼층
문화일보 | 2023-12-04 11:37 -
일본민예관 소장 ‘백자청화초화문각병’
오순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 일본 도쿄(東京) 메구로구에 있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日本民芸館(일본민예관)’이라는 목제간판이 걸린 2층 가옥이 보인다. 이곳은 일본의 사상가, 미학자이며 한국미의 특성을 최초로 규명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가 민예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장소로, 공예품 1만7000여 점이 소장·전시돼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예술품은 17∼19세기 후반의 조선 공예품을 주축으로 약 1600점이 소장돼 있으며, 도자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백자청화초화문각병’(왼쪽 사진)은 야나기에게 각별한 도자기다. 이 병은 1914년 당시 조선에서 교사로 일하며 조선 고도자를 연구하던 아사카와 노리타카(1884∼1964)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이 한 점의 도자기가 야나기에게 조선의 미에 눈뜨게 하고, 민중이 사용하는 공예품의 미를 발견해 민예운동을 주창하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으니 가장 중요한 도자기라 해도 과함이 없겠다. 높이 12.8㎝, 입지름 5.9㎝인 아담한 크기의 이 병은 구연부 안쪽을 세심하게 갈아내 보수한 흔적이 있어
문화일보 | 2023-11-27 11:41 -
시카고미술관 소장 ‘청자오리모양주전자’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시카고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소장돼 있는 ‘청자오리모양주전자’는 12세기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의 진수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뛰어난 조형에 유색마저 비췻빛을 갖췄으니,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보급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자선가이자 동양 미술 컬렉터 러셀 타이슨(Russell Tyson·1867∼1963)의 기증으로 미국 시카고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에서 부동산업으로 부를 축
문화일보 | 2023-11-20 11:33 -
오사카도자미술관 소장 ‘분청사기상감연화문뿔잔’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 관장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퇴근길 뜨끈한 국물과 술 한잔 생각나는 겨울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술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한둘 없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술은 한국인의 오랜 단짝 친구이며, 그런 만큼 다양한 술 문화가 형성됐다. 일본 오사카(大阪)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는 아주 재미있는 술잔이 있다. 물소의 뿔처럼 생긴 ‘분청사기상감연화문뿔잔’으로 이 잔은 전주 출신 재일교포 이병창(1915∼2005) 선생이 한일 우호 친선과 재일 한국인의 지위 향상을 희망하며 1999년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한 한국 도자기 301점 중
문화일보 | 2023-11-13 11:38 -
왕권 상징 다섯발톱…‘백자구름용무늬항아리’
안현정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 국내에서도 귀하디귀한 다섯 발톱을 가진 ‘청화백자구름용문항아리’가 프랑스 세브르국립도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코를 위로 치켜들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용의 주위에 여러 개의 구름을 배치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높이 60㎝, 지름 47㎝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박물관은 홈페이지에 ‘세계에서 가장 큰 꽃병’이라고 소개하면서 1750∼1770년경 경기 광주 관요에서 왕실 연회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용도에 대해 ‘이 유물은 왕궁의 알현실에서 왕이 앉은 왕좌 양쪽의 장식품으로 사용됐고, 재능 있는 화가에 의해 표면
문화일보 | 2023-11-06 11:39 -
日·美로의 기나긴 여정… ‘자수종정도병풍’
김소연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는 19세기 후반경 조선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수종정도병풍(사진)이 소장돼 있다. 종정도(또는 준이종정도)는 중국 고대 청동기의 의례적 기물을 문양으로 그리거나 수놓은 작품이다. 본래 청동기는 상, 주나라 제사의례에서 술과 음식을 담거나, 향로 및 악기로 사용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동기는 연구와 수집, 복제의 대상이 됐고, 잡귀를 쫓는 효능에 대한 믿음이 존재해 더욱 귀하게 취급됐다. 고동기를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은 이를 2차원의 평면에 옮겨 시각화하는 데 이르렀다. 더욱이 종정도에는 기물뿐만 아니라 자세한 설명과 명문까지 그대로 재현됐다. 고(古)동기에는 자손의 복을 기원하고 오래도록 아껴 사용하라는 글이 새겨 있는데, 이와 같은 축원은 이제 이 병풍을 사용하게 되는 존재에게 투영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40점의 청동기를 문양과 명문까지 세심히 수놓았던 장인은 실제 각각의 청동기를 접하고 동일하게 묘사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듯싶다. 주로 명·청대 출간된 금석 연구서의 내용을 충실히 참고
문화일보 | 2023-10-30 11:33 -
美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양면 병풍 ‘백납도병풍’
이정은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 한 화면에 다양한 모양과 주제의 작은 그림들을 모은 그림을 백납도(百納圖)라고 한다. 화면 속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작은 그림들을 직접 붙인 경우도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에 소장된 백납도는 10폭으로 이뤄진 병풍(사진)으로, 폭마다 산수, 인물, 화조, 영모(翎毛), 어해, 사군자, 기명절지(器皿折枝) 등 19세기 유행한 여러 종류의 그림이 원형, 직사각형, 정사각형, 접선형, 단선형 등 각기 다른 형태의 화면 속에 그려져 있다. 그림 속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러기, 꿩, 닭, 매, 나비, 매미, 잠자리, 고양이, 조개, 가재, 잉어,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 다양한 동식물은 물론이고, 물레를 돌려 실을 잣거나, 베틀로 옷감을 짜는 여성의 모습도 볼 수 있어 다채롭다. 고든 모트(Gordon K. Mott·1914∼1998)의 유증품 중 하나인 이 병풍은 앞면에는 백납도, 뒷면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서예를 담고 있는 양면 병풍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뒷면의 가장 왼쪽과 오른쪽, 즉 병풍을 접었을 때 덮개 부분이 되는 두 폭을 제외한 중앙의 여덟 ?
문화일보 | 2023-10-23 11:33 -
샌프란시스코에 숨어 있던 우리 화조병풍
고연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Asian Art Museum, San Francisco)에 소장된 이 19세기 화조화병(사진)은, 4폭을 하나의 화면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화조화로 비단 바탕에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이에 비견될 만한 구성과 규모의 화조도 4폭 병풍 두 틀이 서울의 국립고궁박물관에 전하고 있는데, 여기 소개하는 이 병풍이 좀 더 크고 필묵의 솜씨에 더욱 생동감이 있다. 병풍에는 꽃가지에 꽃이 가득 붙어 풍성하게 뻗어 나간 조선 왕실 특유의 표현법으로 그려진 홍색 도화(桃花)와 분홍 해당화, 녹색 이끼가 융단처럼
문화일보 | 2023-10-16 11:32 -
미국 필드박물관 소장 ‘활옷’
이승희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학예연구원 붉게 단풍이 물드는 계절,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붉은 활옷이 만개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시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에서는 총 9점의 활옷을 선보이며, 오늘은 그 중 미국 필드박물관 소장 활옷을 소개하려 한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필드박물관은 1899년 독일인 수집가 움라우프(J.F.G.Umlauff, 1833∼1889) 측으로부터 570여 점에 이르는 한국 컬렉션을 구입하였다. 이때 활옷을 포함한 복식, 생활 도구, 공예품, 무기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문화재가 거래되었다. 필드박물관에서는
문화일보 | 2023-09-25 11:33 -
美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활옷’
문은경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 학예연구원 지난 15일 개막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우리 활옷이 여럿 공개된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The Cleveland Museum of Art) 소장 활옷(사진) 역시 이 중 하나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1916년 개관해 설립 초기부터 한국 문화재 수집을 이어온 한편, 2013년부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독립된 한국실도 운영하고 있다. 1916년 12월 초 작품을 직접 구입하러 한국에 온 클리블랜드 미술관 측은 조선 말기 활옷 세 점을 구입하
문화일보 | 2023-09-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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