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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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듯 섬세하게… 악보에 숨어있는 ‘환상의 세계’를 길어올리다
■ 이정우의 후룩후룩 -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쇼팽’ 독주회 연주자 : 미하일 플레트뇨프 일시·장소 : 9월 10일·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쇼팽 폴로네즈 1번, 환상곡 바단조, 뱃노래 올림바장조, ‘환상’ 폴로네즈, 6개의 녹턴, 폴로네즈 6번 ‘영웅’ 앙코르곡 : 글린카 ‘종달새’, 모슈코프스키 에튀드 작품번호 72번 중 6번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난 러시아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뇨프는 ‘심마니’ 같았다. 일반인의 눈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땅에서 남다른 감각으로 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거장은 음악 곳곳에 파묻힌 아름다움을
이정우 기자 | 2023-09-12 09:12 -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
지나간(後) 공연을 돌이켜보고(look) 다음(後) 만남을 내다보자(look)는 의미의 리뷰. 공연을 놓쳐 아쉬운 마음은 책이나 음반 같은 물질로 달래봅니다. 연주자 : 안드라스 쉬프 일시·장소 : 11월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프로그램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프랑스 조곡 5번,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지그,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32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 모차르트 론도 A단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D.959 앙코르 : 브람스 인터메조 A장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1악장,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지난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 같았다. 헤르메스가 누구인가. 신계와 인간계를 오가며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전하는 그리스 신화 세계의 소통 창구다. 시프는 바흐에서 베토벤, 슈베르트에 이르는 클래식 영웅과 그들의 음악을 피아노 건반을 통해 관객에게 오롯이 전했다. 특히 궁핍함으로 상처가 덕지덕지 붙었을 법한데 쾌활한 천성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 모차?
이정우 기자 | 2022-11-17 09:16 -
명료하고 영롱한 선율… ‘생전의 슈베르트’를 보았다
■ 이정우의 후룩후룩 - 언드라시 시프 렉처콘서트 지난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 같았다. 신계와 인간계를 오가며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전하는 그리스 신화 세계의 소통 창구. 시프는 바흐에서 슈베르트에 이르는 클래식 영웅과 그들의 음악을 건반을 통해 관객에게 오롯이 전했다. 특히 궁핍함으로 상처가 덕지덕지 붙었을 법한데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 모차르트나 병마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슈베르트를 연주하는 대목에선‘이들이 생전에 이렇게 피아노를 쳤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본연의 음악을 관객에게 전했다. 이날 공연은 사전에 프로그램을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시프의 소개에 따라 연주곡이 구성됐다. 렉처콘서트(Lecture & Concert)란 독특한 형식은 연주의 ‘전달’이 아닌, 음악의 ‘전령’이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시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사적 계보를 정의해 나갔다. 대위법으로 얽힌 바흐와 모차르트의 연결고리, 원자같이 작은 모티브가 전체 악장에 영향을 미치는 곡의 전개방식이 닮은 하이
이정우 기자 | 2022-11-09 09:03 -
날카롭고 풍요롭다… 생소한 음악에 숨결 불어넣는 ‘시대의 악사’
■이정우 기자의 후룩후룩-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크레메라타 발티카 연주회 지나간(後) 공연을 돌이켜보고(look) 다음(後) 만남을 내다보자(look)는 의미의 리뷰. 공연을 놓쳐 아쉬운 마음은 책이나 음반 같은 물질로 달래봅니다. 지난 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시대의 악사’였다. 그는 거리의 악사처럼 무엇이든 들려줬다. 다만 의도와 방식이 조금 달랐다. 크레머는 한 시대의 작곡가와 그가 속한 세계의 영혼이 담긴 음악의 숨결을 관객에게 불어넣었다. 현과 활만 있으면 무엇이든 들려줄 법한 크레머 덕분에 관객들은 생소했던 음악과 세계, 나와 다른 타자와 조우했다. 크레머와 그가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이날 연주한 곡들은 모두 발트 3국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 그렇지만 결코 지역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가 담겨 있었다. 패르트의 ‘형제들’(Fratres)은 크레머의 스산한 바이올린 독주로 시작해 현악 앙상블이 겹쳐지며 점차 색채를 입기 시작했다. 그가 집중하면 가는 다리를 오므리며 양 무릎을 붙인 채 엉거주?
이정우 기자 | 2022-09-07 09:03 -
‘겸손한 야심가’ 임윤찬의 바흐
지나간(後) 공연을 돌이켜보고(look) 다음(後) 만남을 내다보자(look)는 의미의 리뷰. 공연을 놓쳐서 아쉬운 마음은 책이나 음반 같은 물질로 달래 봅니다. 혹여나 다음 공연으로 달래볼 수도 있겠죠. 연주자 : 임윤찬 일시·장소 : 8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프로그램 : 바흐, 피아노(키보드) 협주곡 5번 F단조 앵콜곡 : 바흐 파르티타 1번 ‘사라방드’,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 2번 지난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바흐 연주는 겸손했다. 두 가지 측면의 겸손함. 우선 위대한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대한 경외감. 임윤찬은 평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첫 앨범으로 내놓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바흐에 대한 존경심을 표해왔다. 오죽하면 올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결정지은 결선 마지막 무대에서 선택한 라흐마니노프를 ‘러시아의 바흐’라고 칭할까. 임윤찬에겐 바흐가 일종의 ‘대명사’로 자리한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오늘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겸허함. 이날 ‘바흐 플러스’ 공연은 소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을 기?
이정우 기자 | 2022-08-14 09:44 -
‘건반의 해방자’ 유자왕
지나간(後) 공연을 돌이켜보고(look) 다음(後) 만남을 내다보자(look)는 의미의 리뷰 . 공연을 놓쳐서 아쉬운 마음은 앨범이나 책 같은 물질로 달래봅니다. 연주자 : 유자왕(王羽佳, 35) 일시·장소 : 6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슈베르트/리스트(편곡) ‘백조의 노래’ 중 1번 ‘사랑의 전령’ 5번 ‘안식처’, 슈베르트의 12가곡 중 4번 ‘마왕’, 쇤베르크 피아노 모음곡 Op.25, 슈베르트 헝가리안 멜로디, 리게티 연습곡 6번 ‘바르샤바의 가을’ 13번 ‘악마의 계단’,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3번, 알베니스 이베리아 모음곡 4권 1번 ‘말라가’ 3권 3번 ‘라바피에스’ 앵콜곡 : 필립 글래스 연습곡 6번, 마르케스 단존 2번, 브람스/치프라(편곡) 헝가리 무곡 5번, 비제/호로비츠(편곡) 카르멘 변주곡, 슈베르트/리스트(편곡) ‘물레 감는 그레첸’, 슈베르트의 12가곡 중 2번 ‘물 위에서 노래하는’, 리스트 순례의 해 제1년 : 스위스 중 4번 ‘샘가에서’,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7번 3악장, 모차르트/볼로도스(편곡) 터키 행진곡, 멘델스존 ‘무언가’ Op.67 2번,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이정우 기자 | 2022-07-02 08:02 -
<이정우의 후룩후룩>‘두부’같은 부흐빈더의 슈베르트
은 문화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이정우 기자가 이어가는 고정란입니다. 지나간(後) 공연을 돌이켜보고(look) 다음(後) 만남을 내다보자(look)는 의미의 리뷰를 모았습니다. 공연을 놓쳐서 아쉬운 마음은 앨범이나 책 같은 물질로 달래봅니다. 연주자 : 루돌프 부흐빈더 일시·장소 : 6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슈베르트 네 개의 즉흥곡 D.899,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D.960 앵콜곡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의 저녁’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두부’ 같았다. 두부라니. 76세 할아버지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 푸근한 인상은 별론으로 하고, 그가 연주하는 몽글몽글하고 영롱한 음을 듣고 있자면 부드러운 두부가 떠오른다. 그런데 어딘가 쫀쫀하고 밀도 있다. 그 이면엔 정교한 좌우 밸런스란 명인의 비법이 숨어 있다. 부드러운 촉감 아래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 탱글탱글한 느낌의 두부. 일전에 강원도 속초에서 먹고 감탄했던 명인의 모두부?
이정우 기자 | 2022-06-1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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