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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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운명이라고?… 끝없이 연마해야 하는 기술”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박찬국 서울대 교수가 꼽은 ‘사랑의 기술’ “설렘 후 찾아오는 실망과 환멸 성숙한 인격·신뢰로 극복해야 상대 소유하려는 건 자기도취 합일되지만 개성은 존중할 것 물질·명성에 매몰 경계하고 자식·연인 나아가 이웃까지 ‘사해동포적 사랑’으로 연결” “20세기 이후 종교·철학 분야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고전이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1900∼1980)이 1956년 발표한 명저 ‘사랑의 기술’(원제 ‘The Art of Loving’·문예출판사)을 이렇게 소개했다. 전 세계에서 2500만 부 이상 팔린 고전은 위대하지만 때로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 되는 사랑의 다양한 무늬를 사유한다. 책에 대한 전 세계적 열광은 엄청난 환희와 함께 불타올랐다가 이내 환멸과 적대로 사그라들곤 하는 사랑이 인류의 영원한 숙제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박 교수를 만나 남녀의 사랑, 부모와 자식의 사랑부터 이웃에 대한 사랑을 넘나들며 오늘날 위기에 놓인 사랑과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니체
나윤석 기자 | 2023-04-18 08:57 -
“27년전 ‘담장’ 넘은 두 소년의 사랑… ‘지옥’에서도 우린 성장한다”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장진 감독이 꼽은 성석제 ‘첫사랑’ 당시론 파격적인 소재 ‘동성애’ 기존 질서 맞서는 장치로 삼아 “사랑한다” “나도” 반전의 결말 사춘기 감정적 파노라마 묘사 은근한 웃음뒤 삶 곱씹게 하는 ‘유머의 본질’다시 생각하게돼 “달콤한 제목 속에 지독한 성장담을 숨겨 놓은 소설입니다.”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장진이 추천한 성석제의 단편 ‘첫사랑’은 1996년 발표된 성장소설로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의 독특한 사랑을 그린다. 소설집 ‘첫사랑’(문학동네)에 수록된 이 표제작은 공부는 잘하지만 연약한 주인공 ‘나’가 대도시 변두리의 한 중학교로 전학 오면서 시작한다. 전학 온 지 며칠 안 돼 힘센 동급생에게 얻어맞은 ‘나’에게 키가 한 뼘은 더 큰 ‘너’가 다가와 손길을 건넨다. 이름이 백승호인 ‘너’는 학교 양아치들이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소년. ‘나’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졸졸 따라다니며 관심을 드러내는 백승호를 밀어내지만, 이내 그와 가까워지며 미묘한 감정의 파도에 휩싸인다. 장진은 ‘흙먼지가 커다란 꽃처럼 피어올랐다’는 첫 문장
나윤석 기자 | 2023-03-07 09:05 -
“의로움 있는 곳에 富 따른다”… 재테크 권한 ‘조선의 불온서’ 를 아십니까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조선 유일 재테크 서적 ‘해동화식전’ 발굴한 안대회 교수 조선시대 남인 지식인 이재운 ‘부자 = 악 · 빈자 = 선’ 통념 엎고 재물 축적에 관해 풀어낸 산문 상인 9명의 성공 사례도 담아 “풍족한 삶 꿈꾸는 건 기본 욕망 이 책이 당시 사회 흔들었다면 근대 전환 더 빨라졌을 수도” “조선 사회의 근간을 부정하는 불온하고 위험한 ‘재테크 서적’이었습니다.”한문학자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조선시대 부의 미덕을 찬양한 산문‘해동화식전(海東貨殖傳)’을 이렇게 평가했다. 안 교수가 발굴해 지난 2019년 번역·출간한 ‘해동화식전’(휴머니스트)은 조선 유일의 재테크 책으로 ‘부자는 악하고 빈자는 선하다’는 당대 통념을 뒤집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방법을 고민한다. 남인 지식인이었던 이재운이 1750년 무렵 쓴 글은 상업을 중시하는 ‘중상주의적 경영론’에 다양한 재주로 거부(巨富)가 된 실존 인물들에 관한 ‘상인 열전’을 덧붙인 형식이다. 재물 축적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의 ‘화식전’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동명 저작에서 따왔다. 동
나윤석 기자 | 2023-01-17 09:02 -
“내 영혼의 피 냄새 같은 ‘허무’… 더불어 살면 삶이 더 평안해져”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김영민 서울대 교수 신작에 영감 준 소동파의 ‘적벽부’ “적벽부, 한문 산문 중 가장 유명 새 에세이 ‘인생의 허무를…’ 이 이 작품의 ‘유연한 주석’ 됐으면 소동파의 허무는 긍정적인 감정 필멸자 인간의 숙명이라 생각땐 세속 가치 · 명예 욕심 떨치게 돼” 정치사상사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사회평론)는 불멸을 향한 꿈 앞에 번번이 좌절하는 인간이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모색한 에세이다. 김 교수는 중국 북송(北宋) 때 문인인 소동파가 쓴‘적벽부’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그림·문학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텍스트를 가로지르면서도 서문에서 “‘적벽부’에 대한 유연한 주석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이유다. 책 부록에는 김 교수가 직접 우리말로 번역한 ‘적벽부’ 전문이 실려 있다. 김 교수는 이달 중 ‘적벽부’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300점이 넘는 도판을 담은 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사회평론에서 김 교수를 만나 ‘필멸자’의 허무한 숙명을
나윤석 기자 | 2022-12-13 09:09 -
다윈 진화론에 뿌리… 벤담 · 밀 공리주의 영향도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사회생물학과 윤리’ 피터 싱어의 이론은 호주 출신 윤리학자 피터 싱어(사진)가 ‘사회생물학과 윤리’에서 펼친 이론은 가깝게는 에드워드 윌슨, 멀게는 찰스 다윈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랜 세월 다윈은 ‘경쟁에서 이긴 자(the fittest)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오해받았으나 최신 연구는 그가 최상급이 아닌 비교급(the fitter) 개념을 통해 ‘일반적인 상대보다 나은 능력을 보유하면 도태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했음을 밝혀냈다. 다윈의 사상을 받아들인 윌슨과 싱어는 ‘상대보다 나은 능력’의 핵심이 이타성과 도덕이라고 파악했다. 싱어의 이론에서 얻은 영감을 신경과학 분야로 확장한 학자는 조슈아 그린이다. 그는 저서 ‘옳고 그름’을 통해 동물로부터 기원한 협력의 본성이 집단 결속력을 강화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집단과의 분쟁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념·인종·종교·성별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우리’의 도덕과 ‘그들’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선택적 과잉 공감이 폭력과 혐오로 이
나윤석 기자 | 2022-11-15 09:07 -
“‘우리끼리’ 깊은 공감이 혐오 불러… ‘타인 향한’ 공감의 반경 넓혀야”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장이 꼽은 ‘사회생물학과 윤리’ 인간 · 동물 모두 이타성 갖지만 이성 통한 ‘공감의 확장’서 차이 내집단 몰두 ‘선택적 과잉 공감’ 가장 원시적 형태로 경계해야 정서 아닌 이성에 바탕한 공감 폭력 · 혐오 시대 끝낼 단초될 것 올해 출판계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다정함’이다. 다정한 친화력을 진화의 원동력으로 지목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9만 부 이상 팔리면서 ‘타인이라는 가능성’ ‘다정함의 과학’ 등 공감·타인·연대를 키워드로 삼은 책들이 쏟아졌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9월부터 가천대 창업대학장(석좌교수)을 맡고 있는 장대익 교수는 다정함에 관한 이 모든 책에 영감을 준 고전이 피터 싱어의 ‘사회생물학과 윤리’(연암서가)라고 말했다. ‘동물 해방’으로 유명한 윤리학자인 싱어는 1981년 출간한 이 책에서 도덕은 ‘문화’가 아닌 ‘생물학’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덕이 사회적 협약이나 관습으로부터 굳어졌다는 통념을 뒤집으며 다른 영장류와 공유하는 진화적 본성임을 밝힌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장 교수?
나윤석 기자 | 2022-11-15 09:06 -
수필처럼 풀어낸 ‘먹고 마시는 것의 의미’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설탕과 권력’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설탕과 권력’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음식의 맛, 자유의 맛’ ‘설탕, 근대의 혁명’ ‘백년식사’를 권했다. 현재 절판된 ‘음식의 맛, 자유의 맛’은 시드니 민츠가 ‘설탕과 권력’ 이후 선보인 저서다. ‘설탕과 권력’이 진지한 학술서라면, ‘음식의 맛, 자유의 맛’은 먹고 마시는 행위의 사회과학적 의미를 부드러운 문체로 풀어낸 에세이에 가깝다. 요리사 아버지에 관한 개인적 일화에서 출발한 책은 음식이 인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매개이자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도구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코카콜라의 기원을 1863년 프랑스가 페루에서 수입한 코카 잎을 포도주에 섞은 뒤 탄산을 주입해 판매한 데서 찾으며 이 탄산음료가 단숨에 세계인을 사로잡아 지구촌을 점령한 역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주 교수는 “‘설탕과 권력’과 ‘음식의 맛, 자유의 맛’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민츠는 ‘인류학자’가 아닌 ‘음식 인류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가천대 문화유산역사
나윤석 기자 | 2022-09-27 08:55 -
“달콤한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 이면엔 씁쓸한 노동착취 여전”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꼽은 ‘설탕과 권력’ “TV에도, SNS에도 음식 콘텐츠가 넘쳐나는 ‘먹방의 시대’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축복이지만, ‘먹는 행복’의 이면엔 누군가의 불행이 있습니다.”한국 대표 ‘음식 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최고의 고전’으로 미국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의 ‘설탕과 권력’(원제 ‘Sweetness and Power’)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 별세한 민츠는 일생 동안 식량 생산에 숨은 권력관계를 고찰한 석학이다. 1985년 펴낸 ‘설탕과 권력’은 그의 문제의식이 집대성된 명저로 16∼19세기 유럽인들의 식탁에 설탕이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로 오르게 된 과정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맥락 안에서 관찰한다. 국내에는 1998년 출간됐다 지금은 절판된 상태.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실에서 주 교수를 만나 결코 달콤하지 않은 ‘설탕’ 이야기를 나눴다. ‘식탁 위의 한국사’와 ‘백년식사’로 잘 알려진 주 교수는 최근 음식 연구 노하우를 담은 ‘음식을 공
나윤석 기자 | 2022-09-27 08:55 -
“형제간 권력투쟁·공멸 ‘막장 비극’?… 한국 정치현실 거울처럼 비춰”
■김헌 교수가 꼽은 “포이니케 여인들’ 약속 깨고 왕좌 독점하려던 형 외세와 손잡고 조국을 친 동생 1대1 결투뒤 허무하게 생 마감 오이디푸스 두 아들 얘기 다뤄 “멍청한 둘 부딪치면 결국 불행 비극 대사에 핵심 메시지 응축 인간본성 다루는데 그치지않고 다툼이 초래한 결과 들여다 봐 “멍청한 두 사람이 부딪치면 그 결과는 끔찍한 불행일 뿐이다.”서양 고전학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에우리피데스의 고대 그리스 비극 ‘포이니케 여인들’에 나오는 이 대사에 작품의 핵심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고 했다. 기원전 5세기에 쓰인 ‘포이니케 여인들’은 소포클레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의 스핀오프(본편에서 파생된 드라마) 같은 작품이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권력에 눈멀어 아버지를 성에 가두고 1년씩 번갈아 테베를 다스리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형 에테오클레스는 약속을 깨고 왕좌를 독점하고자 동생을 추방한다. 이웃 나라 아르고스로 망명한 폴리네이케스는 그곳을 다스리는 아드라스토스 왕의 딸과 결혼한 뒤 아르고스 군대를 이끌고 형을 치기
나윤석 기자 | 2022-08-23 09:08 -
“60년 전 SF 상상 현실됐지만… 인간 한계는 여전, 오만 버려야”
■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정보라 작가가 꼽은 ‘우주 순양함 무적호’ ‘고전을 묻다’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한 권의 고전을 놓고 대화하는 시리즈다. 서양 고전학자인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고전이란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라며 “답은 틀릴 수 있으나 질문은 틀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고전에 담긴 질문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를 어제보다 성숙한 존재로 변화시키기를. 시리즈 첫 손님은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다. 폴란드 SF거장 스타니스와프 렘 1964년 낸 접촉 3부작 완결편 AI·가상 현실·유전자 복제… 상상력으로 그린 우주 탐사기 “인간, 낯선 곳선 한없이 나약” 오늘날 우리에게도 질문 던져 소설 속 소련의 과학만능주의 공산주의식 체제 경쟁 꼬집어 “스타니스와프 렘 작품은 다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재미’는 ‘우주 순양함 무적호’가 최고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최고의 고전을 골라달라는 메일에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
나윤석 기자 | 2022-07-19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