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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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는 왜 그랬을까”… 드라마 속 심리해부
“그 영화의 주인공은 왜 그런 거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후에 자주 듣는 질문이다. 드라마, 영화,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인공, 조연 가릴 것 없이 평범하지 않고 조금씩은 특이하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버릇을 갖고 있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을 하거나, 나 같으면 하지 않을 결정을 한다. 사람의 깊은 심리를 이해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나의 개인적 경험만으로는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으니 궁금증이 커진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가공의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달리 어떤
문화일보 | 2026-09-04 09:27 -
너무 높은 ‘평범함’ 기준… 살기 위해 숨는 청년들
진료실을 찾는 청년들이 늘었다. 벅찬 경쟁 끝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이도 있지만, 사회의 트랙에서 벗어난 지 오래돼 다시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이를 일본식 ‘히키코모리’로 봤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수년간 방에 은둔하다 지친 부모의 손에 끌려온 사례들이다. 가족에게 완전히 의존하며 어떠한 사회적 활동도 하지 못한다. 초반에는 우울증을 겪었을지 몰라도 현재는 별다른 임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를 ‘중산층의 역설적 비극’이라 부른다. 한·일 모두 열심히 살아온 부모가 중산층에 안착했다. 드디어
문화일보 | 2026-08-07 09:22 -
‘오늘의 권태’ 견뎌내려면 ‘과거의 의미’ 되새겨보라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정신과 의사로 나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실존적 의미를 찾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로고테라피의 정수가 담긴 책인데,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수용소 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난 다음 본인의 가족도 수용소에서 사망하는 경험을 하고 저술한 내용으로 알려져 더욱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극적인 사연은 이후 마케팅적으로 퍼진 이야기이고, 프랭클은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삶은 어떤 조건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한다. 강제수용소 경험은 그가 맞다는 걸
문화일보 | 2026-07-03 09:16 -
초고령 사회 진입한 한국… 이제 ‘좋은죽음’ 생각해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고민할 때가 좋았다. 세상에 대한 희망과 낙관이 있었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하루였다. 어느덧 잘 마무리하는 것, 더 나아가서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나를 만난다. 처음에는 그 생각이 머리 안으로 들어오자 영 낯설었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죽음을 가까이 대하고 있지만 개인적 관심 안으로 들어온 건 몇 년 안 됐다. 노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이제 원치 않게 오래 살아가는 것이 걱정이라는 불안이 커가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난치병을 정복해 나가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문화일보 | 2026-06-05 09:27 -
만약 운동할 시간없다면… 쉴 때 TV볼 때 ‘스쾃’을
얼마 전부터 아침에 분유를 먹고 있다. 이 나이에 웬 분유냐고? 실은 눈을 뜨면 첫 카페라테를 마실 때 우유 대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성인용 분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최대 고민은 운동을 해도 근육량이 늘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 하는데도 근육이 안 늘어나니,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만 했고, 결국 아침 첫 커피의 미각적 즐거움마저 포기한 것이다. 슬펐다. 운동 이렇게까지 하면서 해야 하나? 나와 같은 정신과 의사인 하주원 작가도 비슷한 마음으로 갖가지 운동을 한 경험으로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라는 책을 썼다.
문화일보 | 2026-05-08 09:16 -
과도한 몰입·불쑥 내뱉는 말… 현직 약사의 ‘ADHD극복기’
최근 집중이 안 된다며 내원하는 성인이 늘었다. 그러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상대적으로 주의력 발달이 늦은 소아청소년기의 정신질환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고장 난 장난감 로봇처럼 쉬지 않고 움직인다. 소지품을 자주 잃어버리고, 시험 문제의 맨 뒷장을 풀지 않는다. 증상은 뇌가 발달해 성인기가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 과거에는 성인 ADHD는 없다고 여겼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성인기로 넘어간다고 본다. 소아기 ADHD가 성인이 되면 30% 정도는 진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경도의 증상까지 포함하면 반 이상은 문제가 남
문화일보 | 2026-04-03 09:16 -
1012만명은 ‘자발적 독신’… 혼자 사는 게 평범한 세상
2013년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삶은 흔치 않은 소재였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프로그램은 여전한데, 이전과 달리 자유롭게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싱글의 일상으로 콘셉트가 바뀌었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혼자 사는 사람이 가족 형태로 사는 사람과 비슷한 비율이다. 2025년 행정안전부 자료로 1012만 가구, 즉 42%가 혼자 사는 세대인 걸 보면 어느덧 혼자 사는 게 평범한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 주목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100여 명의 혼자 사는 사
문화일보 | 2026-03-06 09:34 -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는 절실한 대상 떠올리기를
독서 모임보다 글쓰기 강좌 광고가 인기 있는 요즘이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언감생심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당연성으로 전환되었다. 출판계는 초유의 불황이라지만 2024년 신간 종수는 6만4306종으로 전년에 비해 2.3%가 증가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책을 읽는 사람은 주는데 발간 종수는 늘고 있다. 나도 저자가 늘어난 덕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저자로 살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한 편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
문화일보 | 2026-01-30 09:20 -
“이만하면 됐다” 태도로… 불안할수록 기준 낮춰야
우울증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나,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것이란 생각은 오해다. 꽤 잘나가고 성공한 사람도 우울과 불안을 달고 산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30대 청년이 있다. 맡은 업무를 하루 종일 하고, 저녁에 운동을 한 다음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진행한다. 주말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고, 개인 프로젝트로 사람들을 만난다. 모자랄 게 없는 사람이 우울을 호소하며 나를 만난 지 몇 년이다. 내가 봐도 부러울 정도로 기능 수준이 높은 이 청년은 왜 우울한 것일까. 좋은 성과를 내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문화일보 | 2026-01-02 09:10 -
몸속 생체시계는 10만개… 리듬 깨지면 정신도 해쳐
우울증으로 온 분은 지금 상태가 적극적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지 궁금해한다. 나는 먹고 자는 리듬이 무너져 있다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울 자체는 정상적 감정의 하나다. 에너지를 입수하는 먹는 것, 소모를 줄이며 충전하는 수면은 알아서 잘 돌아가야 하는 생체 리듬의 핵심이다. 두 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우울증이란 질병은 먹고 자는 리듬이 무너지는 원인이자 결과다. 아넬루스 오퍼르하위젠과 마레이케 호르데인의 ‘하루 리듬’(푸른숲)은 먹는 행위와 수면 리듬의 광범
문화일보 | 2025-11-28 09:29 -
막막한 현대사회의 삶… 고대철학서 답을 찾다
‘결국 원리와 본질은 무엇일까.’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사회 현상을 보고, 책을 읽으며 중얼거리는 말이다. 전에는 ‘무엇이 잘못됐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매개로 명료한 것을 찾았다. 그런데 갈수록 세상일들은 구체성보다 보편성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마음이 커졌다. 내가 쓰는 책도 그렇게 가니 선명하고 뾰족한 결론보다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맺고 있어 “도인이 되어가나요”란 지인의 평을 듣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최신 과학보다 오래된 철학 이론에 눈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문화일보 | 2025-10-31 09:25 -
무엇에 중독된다는 건 욕망이 만들어낸 ‘결핍’
일 년에 최소 100여 권을 읽는다. 문학보다는 인문사회, 과학서를 좋아해서 지식을 얻는 게 문학적 카타르시스보다 앞선다. 가끔 내가 ‘활자 중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필요한 정보라서 머리에 욱여넣는 게 아니라, 그냥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읽고 알고 싶다는 충동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 행동의 동기는 모두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너무 지나치면 증상이라 하게 됩니다.’ 불안을 설명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생존과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불안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기 위한
문화일보 | 2025-09-12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