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419 과학자의 서재
12 | 생성일 2022-11-18 09:19
  • ‘나이듦’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 그 시간을 어찌 견뎌낼 텐가[과학자의 서재]

    ‘나이듦’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 그 시간을 어찌 견뎌낼 텐가

    ■ 과학자의 서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으로 일할 때 사람들이 “자연사박물관은 뭐 하는 곳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자연사(自然史)박물관은 사고사(事故死) 또는 병사(病死)하지 않고 자연사(自然死)한 생명을 전시하는 곳입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보통은 웃어넘기지만 가끔 진지한 사람들은 “저도 자연사하고 싶어요”라고 말을 덧붙인다. 우리는 자연이라고 하면 마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생각보다 참혹하다. 자연사란 무엇일까? 자다가 슬며시 숨을 거두는 것일까? 그건 돌연사다. 자연사는 굶어 죽든지 잡아먹혀 죽는 거다. 그게 자연의 이치다. 호랑이와 사

    문화일보 | 2023-11-03 09:24
  • 인류 위한 선택이 지구에도 이로운가… 과학자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과학자의 서재]

    인류 위한 선택이 지구에도 이로운가… 과학자가 던지는 윤리적 질문

    “인류 역사상 폭력은 꾸준히 감소해 왔고 어쩌면 우리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스티븐 핑커가 그 두꺼운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언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숫자를 들이대는 데는 도리가 없다. 적어도 인간 사이의 폭력과 차별은 줄어든 것 같다. 인간과 다른 생명,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같은 이야기가 성립할 수 있을까? 화학 분야의 탁월한 교양과학서를 여러 권 펴낸 바 있는 김병민은 새 책 ‘지구 파괴의 역사’에서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0억 마리가 넘는 닭이 A4 용지 한 장

    문화일보 | 2023-10-06 09:04
  • 야생이 무서운 퓨마·삶이 두려운 여성… 종을 초월한 우정과 교감[과학자의 서재]

    야생이 무서운 퓨마·삶이 두려운 여성… 종을 초월한 우정과 교감

    “우리나라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1호는?” 열 중 아홉은 ‘호랑이’라고 답한다. 정답은 대구 향산에 있는 측백나무다. 놀랍게도 호랑이는 천연기념물에 속하지도 못한다. 퀴즈에 틀린 사람들은 화를 낸다. “아니, 호랑이 정도는 천연기념물이어야 하는 것 아냐!”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야생에 한 마리도 없는데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호랑이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이다. 5000마리가 넘는다. 전 세계 야생 호랑이보다도 더 많다. 6% 정도만 동물원에 살고 나머지는 테마파크, 호텔, 심지어 가정에서 살고 있다. 애완동물로 말이다.

    문화일보 | 2023-09-01 09:14
  • 집에서도 따라하는… 생물해부법 가이드[과학자의 서재]

    집에서도 따라하는… 생물해부법 가이드

    ■ 과학자의 서재 “생파 때 문상 선물 받고 싶어”라는 중학생 대화도 너끈하게 이해하는 나도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이라는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상한 생선’이라니…. 생선은 ‘생물 선생님’의 약자다. 저자 김준연은 전직 고등학교 생물 교사로, 현재는 가장 잘 나가는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수상한생선’은 구독자가 47만 명이며 누적 조회 수는 1억3000만 회가 넘었다.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책으로 엮었다. 1권은 바다 생물, 2권은 육상 생물을 담았다. 예전에는 개구리 해부를 하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수업이 없다.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한 채 해부 수업을 이끌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은 해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물을 분류하게 한다. 바다 생물을 다루는 1권의 1부에는 상어, 멸치 같은 물고기, 2부에서는 해삼, 성게처럼 척수가 있는 동물, 3부는 새우와 홍게 같은 절지동물, 그리고 4부는 굴과 가리비 같은 연체동물을 다룬다. 대부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상어 편을 보자. 상어는

    문화일보 | 2023-08-04 09:06
  • 아바타·매트릭스 속 미래… 이미 우린 경험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

    아바타·매트릭스 속 미래… 이미 우린 경험하고 있다?

    ■ 과학자의 서재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지 아주 골고루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한 인터뷰에서 뱉은 말이다. 미래학자들은 아무 말 잔치를 한다. 수십 년 후 누가 “당신이 40년 전에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소”라고 따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통찰이 뛰어나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 그렇게 된 것만 우리가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예측은 중요하다. 특히 미래가 불안하거나 또는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견해주는 사람이 고맙기 마련이다. 윌리엄 깁슨이 값진 이유가 그것이다

    문화일보 | 2023-07-07 09:24
  • 암컷-수컷역할 따로없어… ‘젠더 이분법’ 깨는 자연[과학자의 서재]

    암컷-수컷역할 따로없어… ‘젠더 이분법’ 깨는 자연

    ■ 과학자의 서재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흔히 박치기 공룡으로 통한다. 공처럼 툭 튀어나온 두꺼운 머리뼈로 싸웠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는 수컷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두 마리가 박치기하는 장면이 전시되어 있다. 도슨트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 두 마리는 왜 박치기를 할까요?”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암컷을 차지하려고요.” 놀랍다. 이긴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도슨트는 아이들 말에 덧붙인다. “수컷은 암컷 앞에서 힘으로, 멋으로, 노래로 뽐내요. 박치기도 그런 것이죠. 하지만 결정은 암컷이 하는 겁니다. 암컷이 그 수컷에게 관심이 없으면 소용없어요. 선택받지 못한 수컷은 다른 암컷 앞에 가서 또 박치기하면서 힘자랑을 하겠지요.” 훌륭한 대답이었다. 루시 쿡의 ‘암컷들’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암컷이 선택권을 가진 이유는 암컷이 더 많은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암컷은 정자보다 훨씬 큰 난자를 제공하고 새끼가 태어난 후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 논리는 암컷을 경쟁에서 배제

    문화일보 | 2023-06-09 09:06
  • 만유인력을 깨달은 비법? 물음·가설·관찰 반복하라[과학자의 서재]

    만유인력을 깨달은 비법? 물음·가설·관찰 반복하라

    ■ 과학자의 서재 과천과학관 뒷마당에는 멋진 사과나무가 있다. 뉴턴의 사과나무의 손자뻘 된다. 나무를 소개하면 꼭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있다. “설마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서 만유인력을 발견했겠어요? 다 지어낸 얘기지.” 이럴 때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는 현재 41권까지 발간된 ‘우주형제’다. 작가는 코야마 추야. 그를 비롯하여 많은 만화가를 발굴한 편집자 사도시마 요헤이는 ‘관찰력 기르는 법’에서 말한다. ‘왜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졌을까’라는 평범한 물음을 세기의 발견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관찰력이라고 말이다. 관찰을 방해하는 가장 큰 것은 상식과 편견이다.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관찰한다. 뇌(의식)가 관찰을 방해하는 것이다. 몸과 감정도 관찰을 방해한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맥락을 놓치고 대상만 바라보면 관찰을 그르친다. 사도시마는 관찰을 방해하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을 ‘안경’이라고 부르고, 이를 이해한다면 오히려 관찰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안경을 쓰지 않고 대상을 볼 수 없다면 안경을 바꿔쓰고 보면 된다. 바로 ‘가

    문화일보 | 2023-05-12 09:06
  • 137억년 전 빅뱅부터 인류 탄생까지… 우주 역사 통해 보는 미래[과학자의 서재]

    137억년 전 빅뱅부터 인류 탄생까지… 우주 역사 통해 보는 미래

    ■ 과학자의 서재 과학은 어렵고 지루하다. 과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사는 재밌다. 역사(history)에는 이야기(story)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할머니가 해준 옛날이야기를 지금은 하나도 기억 못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얼마나 재밌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뭘까? 선조의 찬란한 문화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건 아닐 거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모든 나라는 망했다. 로마제국, 한나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모두 망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망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지속가능할지 반

    문화일보 | 2023-03-31 09:07
  • 인류가 사랑한 다큐 ‘동물의 왕국’… 더 재미있는 막전막후[과학자의 서재]

    인류가 사랑한 다큐 ‘동물의 왕국’… 더 재미있는 막전막후

    KBS는 공영방송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가끔 KBS가 공영방송이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동물의 왕국’을 볼 때다. 어린 시절 내게 TV란 동물의 왕국 그 자체였다. 몇 가지 유사한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동물의 왕국으로 통칭한다. 동물의 왕국은 이미 보통명사다. 어떨 때는 매일, 때로는 주말에만 방영되었는데 방영 시간과 길이가 들쑥날쑥이었다. 상관없었다. 나는 그 시간을 기다렸고 신이 나서 봤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물의 세계에 대해 감탄하는 한편 궁금한 게 있었다. “도대체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프로그램에는

    문화일보 | 2023-03-03 09:09
  • 여성 자기결정권 강화시킨 피임법 … 인류의 새 질서 출발점이었다[과학자의 서재]

    여성 자기결정권 강화시킨 피임법 … 인류의 새 질서 출발점이었다

    ■ 과학자의 서재 ‘노콘노섹’. 콘돔 없으면 섹스도 없다. 상식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짐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의 짝짓기는 거의 대부분 번식 행위가 아니라 유희다. 그런데 이게 도덕적으로 합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분도 많다. 2010년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가 “특수한 경우에 한해 콘돔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고 말하자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교황의 발언이 피임을 위해 콘돔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곡해하지 말라고 밝혔을 정도다. 100년도 더 걸렸다. 간호사 출신의 여성 사회운동가 마거릿 생어가 1920년에 출판한 ‘여성과 새로운 인류’의 한글 완역판(동아시아)이 이제야 나왔다. 저자는 “열한 명의 아이를 낳은 내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헌사에 썼다. 생어는 피임법을 개발하고 가르쳤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맙소사! 지구가 돈다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모든 생명은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가르친 것도 아니고, 겨우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방법을 개발하고 가르쳤다고 체포되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민주주의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듯 우리의 피임법과 피임권도 누군가의 투쟁

    문화일보 | 2023-02-03 09:01
  •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은 백린 중독 탓?… 의학으로 푼 고전[과학자의 서재]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은 백린 중독 탓?… 의학으로 푼 고전

    ■ 과학자의 서재 어린 시절 계몽사 축약판으로 읽은 ‘장발장’은 빵을 훔친 이야기와 은 식기를 훔쳤지만 용서받는다는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2019년 영화를 보기 전에 민음사 판으로 ‘레미제라블’을 다시 읽으면서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소설이 매우 길고 복잡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안에 프랑스혁명기의 사회상을 처절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1부 주인공 팡틴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진주처럼 고운 앞니를 뽑아서 파는 장면이다.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앞니를 비싼 값에 사서 자기 입에 끼우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런 기술이 있기나 했을까? 있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다른 사람의 치아를 이용해 현대의 임플란트 같은 시술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에서는 남의 치아를 이용하여 브리지 치료를 하기도 했다. 신경과 의사 유수연은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에이도스)에서 명작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징, 질병, 그리고 특정 사건을 의학적으로 진단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

    문화일보 | 2023-01-06 08:55
  • ‘8번째 대륙 우듬지’ 올라선 여성식물학자, 유리천장을 깨다

    ‘8번째 대륙 우듬지’ 올라선 여성식물학자, 유리천장을 깨다

    EBS ‘세계테마기행’ 마다가스카르와 캐나다 편에 출연했다. 실제 여행 경험을 생생하게 되살려준 마다가스카르 편과 달리 캐나다 편은 내 경험과 사뭇 달랐다. 마다가스카르 편은 사람 눈높이에서만 촬영했는데 캐나다 편은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점이 다르니 내가 본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흐름출판)를 쓴 1953년생 마거릿 D 로우먼은 식물 속에서 식물과 함께 성장하다가 식물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에게 익숙한 식물과 달리 식물학계는 낯설었다. 그는 식물학계에서 초청받지 않은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문화일보 | 2022-11-1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