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이철호의 시론
-
‘D램版 화형식’과 삼성전자 위기 탈출
지난해 1월 7일, 삼성전자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사망진단서’가 날아들었다. 그는 ‘CES 2025’에서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They have to do a new design)”고 폭탄 발언을 했다. “새로운 디자인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HBM 재설계를 요구하며 엔비디아 납품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란 의미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5만5400원으로 바닥까지 내려갔다. 회사 내부에는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문화일보 | 2026-01-21 11:56 -
막바지 ‘내란 재판’과 제 발등 찍는 尹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9수(修)는 한때 ‘뚝심과 집념’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어떤 법률이라도 끝까지 파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미지로 새겨졌다. 시험 준비 대신 지인들의 상가(喪家)를 지키거나 친구 결혼식 때 함을 날랐다는 미담까지 곁들여졌다. 그러나 내란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이유가 다른 데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법률가로서 기본 개념조차 혼동하는 발언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증인신문에서 “계엄은 선포만 했고, 실행은 없었죠”라는 질문을 던졌고, “상황실도 설
문화일보 | 2025-12-26 11:36 -
한은 총재 때리는 민주당 오발탄
더불어민주당의 이언주 최고위원은 자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물고 늘어진다. 지난 6월 이 총재가 은행장들에게 “금리 인하 기조 아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대선 직후 경제사령탑이 공석인 상황에서 당연한 부탁이었지만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될 일인데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몰아세웠다. 나아가 “한은 총재가 교육·입시·정치 사안까지 언급한다”며 “오지랖이 너무 넓다”고 비난했다. 최근 이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을 때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경솔한 한
문화일보 | 2025-11-28 12:15 -
아무도 못 말리는 ‘돈 헤는 밤’ 최민희
2020년 5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사태가 터졌을 때 일이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차용한 ‘돈 헤는 밤’이란 풍자시가 나돌았다. ‘의원님이 지나가는 자리에는/의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회계장부의 돈을 다 헤일 듯합니다/…/돈 하나에 아파트와/돈 하나에 기념관과/돈 하나에 안성 펜션과/돈 하나에 소녀상, 소녀상/…/그러나 정권이 끝나고 수사가 시작되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의원님 이름자 옆에도/조국처럼 죄목이 무성할 거외다.’ 자칭 ‘반일 투사
문화일보 | 2025-10-31 11:44 -
부끄럼 아는 나라, 부끄럼 모르는 정치
삼성 이재용 회장의 장남 이지호(24) 씨가 해군 장교로 입대하는 장면을 보면서 네팔을 떠올렸다. 네팔은 25세 이하인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72명이 숨지고 공산당 정권이 무너졌다. 수도 카트만두는 분지다. 온통 3000m 이상의 산들이 에워싸 헬기 외에는 탈출이 어렵다. 이번에도 총리와 수뇌부 가족들이 군 헬기의 구조용 밧줄에 매달려 간신히 탈출했다. 속옷 차림으로 시위대에 붙잡힌 재무장관은 며칠 동안이나 이곳저곳 끌려다니며 얻어맞았다. 관저에서 외교장관 가족들이 무차별 구타당하는 영상도 충격을 던졌다. 권력자 집안의 소유로 알
문화일보 | 2025-09-26 11:50 -
美 경제, 황금시대 아닌 ‘태풍 전 고요’
지난 5월 13일, 취임 후 첫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전통에 따라 아랍 커피를 내며 환대했지만, 그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트럼프는 형인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가 알코올 중독으로 요절한 이후 술·담배는 물론 커피조차 멀리해 왔다. 대신 그의 곁에는 늘 하루 12캔씩 마신다는 다이어트 콜라가 있다. 요즘 코카콜라만큼 친(親)트럼프 기업도 없다. 코카콜라는 원액을 애틀랜타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들어 관세에서 자유롭다. 알루미늄 캔에 50% 관
문화일보 | 2025-08-29 11:51 -
文 닮은꼴 되면 2027 경제 폭망 부른다
정권마다 정치적 부채를 안고 출발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정권을 ‘쟁취했다’기보다 운 좋게 넘겨받았다는 부채 의식이 적지 않았다. 언론이 앞장서 최순실 스캔들을 파헤쳤고 대규모 촛불시위는 민주노총 등이 주도했다. 그는 세 가지 선물로 보답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그것이다. 집권 초부터 참여연대와 진보 교수 출신의 장하성·김상조·홍장표·김수현 등을 앞세워 전격전에 나섰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에 10.9%나 올렸다.
문화일보 | 2025-07-30 11:40 -
국토부 사탕발림에 넘어가선 안 된다
6·27 대출 규제를 놓고 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느니 노·도·강으로 풍선 효과가 번지느니, 손가락질이 한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 발작을 가라앉히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가계대출은 4월 5조 원-5월 6조 원-6월 7조 원으로 폭증했다. ‘진보 정부에선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도 패닉 바잉을 불렀다. 시장이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한 긴급 조치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26전 26패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이 반면교사다. 한국 집값은 실물경제보다 대출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상품이 된 지 오래다. 역대
문화일보 | 2025-07-04 11:48 -
재정 중독과 섣부른 정책 실험, 위험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던진 지 일주일 만에 손을 들었다. 주식·달러 폭락과 함께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에서 4.5%로 뛴(국채값 하락) 게 결정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국채 시장을 보니 사람들이 너무 불안해하더라”며 강경 입장을 뒤집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많은 금융 상품이 10년물 국채에 연동돼 있어 전방위로 불똥이 튄 것이다.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 정부부채(35조 달러)의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감세 공약도 물 건너간다. 3월 10일에는 또 다른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한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가
문화일보 | 2025-06-11 11:47 -
“제조업-약달러, 금융-강달러” 美 이중성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오후 4시 51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한국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환율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순식간에 원·달러 환율은 1420.2원에서 1396.5원까지 떨어졌다. 단 10분간 1.66%나 폭락했다. 이달 초 대만달러가 2거래일 사이에 9.2% 급락(대만달러 가치 상승)한 것과 판박이다. 그때도 미국이 대만에 환율 압박을 한다는 뉴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 밑에는 끔찍한 1985년 플라자합의 악몽이 깔려 있다. 그해 9월 22일 미국·일본·독일·
문화일보 | 2025-05-16 11:43 -
국힘과 이준석 ‘따로’는 필패의 길
정치적 촉이 빠르다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준석은 한국의 케네디”라며 “미래를 위해 제3 후보로 굳건히 나가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중도 사퇴하면 구(舊)정치”라며 대선 완주를 주문했다. 뻔한 계산이다. 현재 구도에서 7∼9% 지지율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완주하면 45% 지지율의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무조건 이긴다. 이준석을 ‘제2의 이인제’로 만들어 6월 대선 승리를 쉽게 챙기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을 차출해 와도 이길 수 없는 구도다. 그나마 대선이 좀 팽팽해지려면
문화일보 | 2025-04-21 11:43 -
美 관세 부메랑, 매킨리 실패 닮아가나
이철호 논설고문 트럼프, 1900년 매킨리 따라 하기 ‘관세↑=재정수입↑’ 판박이 논리 성장 하락·물가 상승 부작용 외면 美 3월 소비자물가지수 변곡점 제조업 위해 소비자 희생 논란 한국, 시범 케이스 되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데날리(원주민어로 ‘높은 곳’)로 바꾸었던 알래스카 최고봉 이름을 다시 매킨리로 돌려놓았다. 그만큼 윌리엄 매킨리(1897∼1901년 재임) 제25대 대통령을 우상으로 존경한다. 공화당 소속이던 매킨리는 파나마 운하의 초석을 놓았고, 하와이를 점령했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필리핀을
이철호 | 2025-03-28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