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
본래 토론은 갈등·혼란 해소하는 활동
춘추전국시대는 ‘말발’의 시대이기도 했다. 공자는 축타 같은 말발이 없으면 지금 같은 세상에서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탄식했다. 평소에 교언영색 하는 이 가운데 어진 이는 드물다며 교묘한 말주변을 비판하던 공자조차 말발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말발이 행세하는 현상은 갈수록 만연했다. 제자백가의 시대는 학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말발을 양껏 뽐냈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 시절 말발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이들 가운데 장의라는 이가 있었다. 훗날 말을 종횡으로 치달으며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는 점에서 ‘종횡가’라고 평가받
문화일보 | 2025-06-02 09:17 -
건강한 공동체 가능하게 하는 힘은 ‘말’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흔히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권력을 위해 권모술수도 불사하고, 권력을 쥐면 안하무인 군림하는 오만하고 비열한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세상 선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위선도 덧붙는다. 정말 이런 모습이 인간의 본성일까. 원래 뜻은 그렇지 않으니 ‘정치’는 매우 억울할 것 같다. “일그러진 것, 잘못된 것을 바로(正)잡기 위해 막대기를 들어 친다”라는 뜻의 ‘정(政)’과 “세상만사가 평온하고 안정되게 물(水)처럼 흐르도록 다스려져,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어
문화일보 | 2025-06-02 09:04 -
어짊을 못갖추면 동물적 몸에 머물러
살면서 내가 자연과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내가 평온하면 자연도 평온해진다고 느낀 적은 또 어떤가? 인간과 자연을 칼같이 나누는 근대인들에게는 무척 생뚱맞은 물음이지만, 한자권의 옛사람들에게는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물음이었다. 도가의 대표자인 장자는 천지와 나는 더불어 살아가며 만물은 나와 하나라고 단언했고, 불교에서도 천지는 나와 한 뿌리이고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고 가르쳤다. 도가나 불교와 대척점에 서 있던 유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온 세상은 모두 한 형제”(논어)라는 공자의 세계관을 더
문화일보 | 2025-05-02 10:09 -
육체와 정신의 건강 조화 이룰때 행복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1970년대 유명했던 광고 문구다. 전쟁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가난으로 인해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적이 있다. 그때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고마운 일을 한 셈이었다. 물론 건강은 인간에게는 언제나 중요하다. 올바른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과 휴식,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건강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이것
문화일보 | 2025-05-02 09:26 -
정의는 강자의 이익… 약자는 순응해야
(44) 무례한 미국 우선주의 ■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멜로스 탐낸 아테네 속국되라 압박하며 “강자 지배는 신의 뜻 생존하려면 저항말라” 트럼프 힘의 논리 등 ‘야만’ 비추는 거울로 동방의 페르시아 왕국이 그리스를 침략하자,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협력하여 방어에 성공했다. 그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기보다는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며 갈등하더니, 결국 전면전을 벌였다. 기원전 431년에 시작된 펠로폰네소스전쟁이 터진 것이다. 10년 뒤 양쪽은 50년간 휴전하자는 니키아스 평화협정을 맺
문화일보 | 2025-03-28 09:30 -
‘지속가능’ 강함은 힘 아닌 禮에서 비롯
(44) 무례한 미국 우선주의 ■ 좌구명 ‘춘추좌전’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당당한 대의명분 없이 소국 정벌해선 안돼” 군주에 조언·만류 40여년 대국 군림뒤엔 타국을 禮로 대한 방식 저 옛날에도 대국, 그러니까 힘센 나라는 다른 나라를 함부로 대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나라를 예우하지 않음에 대한 경계가 줄곧 있어 왔다. ‘춘추좌전’의 다음 언급이 대표적 예다. 대국은 의(義)를 따름으로써 패자가 돼야 합니다. …미더움으로써 의를 행하며 의로써 대국에 부여된 사명을 완수함은
문화일보 | 2025-03-28 09:29 -
法·판결 무시한 공동체, 처참히 멸망
(43) 군주와 국법 ■ 플라톤 ‘크리톤’ 사형선고 소크라테스 부당 판결 억울했지만 “개인이 법 무시하면 나라 존립 하겠나?” 합의한 법률대로 사는 법치주의 일깨워줘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투옥되었다. 친구 크리톤은 탈옥을 제안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 나라에서 법정의 판결들이 개인들에 의해 무력하게 되고, 효력을 상실하고 파기된다면, 이 나라가 전복되지 않고 계속 존립할 수 있겠는가?”(플라톤의 ‘크리톤’) 그는 관습과 상식을 문제 삼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무
문화일보 | 2025-02-21 09:15 -
막강 진나라 왕도 국법 못 어겼다
(43) 군주와 국법 ■ 여불위(呂不韋) ‘여씨춘추(呂氏春秋)’ 공동체 이끄는 복돈 아들이 살인죄 범하자 진나라 군주 용서에도 국법대로 사형 집행 군주 오만·착각 맞서 法 아래 존재 환기시켜 진시황의 조국 진나라는 그야말로 ‘법조문대로’의 나라였다. 법조문이 촘촘하게 구비되어 있었고 법 집행은 무척 엄격했다. 진나라가 망하자 혹독한 법 집행이 멸망의 제1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속출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실상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의 증언이다. 상앙이 열 차례나 법을 보수했건만 신하들은 이를 오히려 사사로움을 실현하는 밑천으로 이용하였다. 강한 진나라라는 바탕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황제가 되지 못한 것은 군주가 법으로 관리들을 꾸준하게 다스리지 못해서이다.(‘한비자’) 군주가 관리들을 법으로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 진나라는 중원을 통일하여 황제의 나라가 될 힘이 충분했음에도 적잖은 세월 동안 그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법의 서슬이 시퍼렇다는 진나라에서 군주는 왜 법으로 신하들을 통?
문화일보 | 2025-02-21 09:15 -
역성혁명의 성공 조건은 ‘정의로움’
(42) 쿠데타 ■ 백이숙제찬(伯夷叔齊贊) 상나라 주왕 폭정에 제후였던 무왕 ‘거병’ 완승뒤 천자에 올라 백성위해 어진 정치 역사적 정당성 품어 대대로 성군 존중받아 기록된 바, 한자권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역성혁명은 3000여 년 전 주나라 무왕이 일으킨 것이었다. 당시 일인자는 천자였고 그 밑으로는 천자가 임명한 제후들이 있었다. 제후는 천자로부터 일정 지역의 통치를 위임받은 자로, 천자가 중국 전체의 임금이라면 제후는 한 지역의 임금이었다. 그러니까 제후는 통치를 위임받은 지역에선 임금이지만 천자의 임명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천자의 신하다. 천자는 왕이라고 불렸지만 제후는 공이나 후, 백 등으로 구분되어 불린 이유다. 그런데 무왕은 본래 제후였다. 그가 위임 통치하는 주나라는 천자가 다스리는 상나라 휘하의 여러 제후국 중 하나였다. 따라서 무왕은 처음부터 왕으로 불릴 수 없었다. 공이나 후, 백 중의 하나로 불렸어야 했는데, 그가 왕으로 불리게 된 까닭은 그가 왕을 축출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은 이러했다. 제후인 ?
문화일보 | 2025-01-24 09:33 -
독재권력 노린 쿠데타의 끝은 ‘몰락’
(42) 쿠데타 ■ 설득의 정치 왕정으로 출발 로마 폭군 몰아낸뒤 공화정 힘커지자 야심가 꿈틀 권력 놓고 내전상태 ‘내란’ 카틸리나 탄핵 ‘독재’ 카이사르 암살 언제까지 그대는 우리 인내심을 악용할 셈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대 광기는 우리를 조롱할 것인가? 어느 지경까지 그대 만용은 고삐 풀린 채 날뛸 것인가? 그대 계획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을 느끼지 못하는가? 그대 음모는 좌절되었다. 여기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가? 지난밤에, 지지난밤에 그대는 무엇을 했는가? 어디에 있었는가? 누굴 불러 모았는가? 어떤 계획을 꾸몄는가? 우리 가운데 누가 그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벌써 사형을 당해야만 했고, 그대가 우리에게 모의했던 그 파멸이 바로 그대에게 가해져야만 했다.” 기원전 63년, 로마 원로원에서 키케로가 카틸리나를 탄핵한 연설이다. 카틸리나는 군사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여 원로원을 무력화시키고, 로마의 공화정을 무너뜨린 후에 독재적 권력을 쥐려는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키케로도 제거 대상이었다. 그러니 ?
문화일보 | 2025-01-24 09:33 -
가족 지키느라 법 어겼다면 대가 치러야
(41) 선택은 책임의 동의어 ■ 사기 법 어긴 가족 감싸는 건 천륜 따랐지만 ‘소의’ 인정하고 대가 치르면 사회 우선하는 ‘대의’ 한해 확실히 정리하고 새해 정갈히 맞았으면 하루는 공자와 섭공이 올곧음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섭공이 먼저 말했다. “우리 고을의 올곧은 자는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이를 증언했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우리 고을의 올곧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줍니다.” 올곧음에 대한 견해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일화이다. 여기서 공자의 견해를 긍정하는 쪽은 아버지와 아들은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인 만큼, 천륜을 중시하여 아버지의 죄를 아들이 숨겨줌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인간사회의 모든 윤리와 법은 천륜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천륜을 어기면서 법을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섭공을 지지하는 쪽은 천륜을 중시한다고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되는 것은 아니며, 나아가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사는 한 무엇보다도 법을 우선하?
문화일보 | 2024-12-30 09:06 -
정의로운 분노와 행동이 공동체 지킨다
(41) 선택은 책임의 동의어 ■ 이솝 우화 양치기 거짓말 반복에 주민들 안도하며 관대 결국 손해 본 건 마을 惡 안 끊고 방치한 탓 ‘의’로써 분노할 건가 ‘이’ 추구해 넘길 건가 고통을 피하고 편안함과 즐거움,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풍요로움에서 느끼는 만족과 쾌감이 행복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손해 보기를 꺼리고, 이익이 되는 것에 솔깃하고 집중한다. 이러한 호리적(好利的), 탐리적(貪利的) 본성은 종종 도덕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큰 이익
문화일보 | 2024-12-30 09:05
-
본래 토론은 갈등·혼란 해소하는 활동
춘추전국시대는 ‘말발’의 시대이기도 했다. 공자는 축타 같은 말발이 없으면 지금 같은 세상에서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탄식했다. 평소에 교언영색 하는 이 가운데 어진 이는 드물다며 교묘한 말주변을 비판하던 공자조차 말발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말발이 행세하는 현상은 갈수록 만연했다. 제자백가의 시대는 학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말발을 양껏 뽐냈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 시절 말발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이들 가운데 장의라는 이가 있었다. 훗날 말을 종횡으로 치달으며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는 점에서 ‘종횡가’라고 평가받
문화일보 | 2025-06-02 09:17 -
건강한 공동체 가능하게 하는 힘은 ‘말’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흔히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권력을 위해 권모술수도 불사하고, 권력을 쥐면 안하무인 군림하는 오만하고 비열한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세상 선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위선도 덧붙는다. 정말 이런 모습이 인간의 본성일까. 원래 뜻은 그렇지 않으니 ‘정치’는 매우 억울할 것 같다. “일그러진 것, 잘못된 것을 바로(正)잡기 위해 막대기를 들어 친다”라는 뜻의 ‘정(政)’과 “세상만사가 평온하고 안정되게 물(水)처럼 흐르도록 다스려져,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어
문화일보 | 2025-06-02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