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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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같은 세상에 세운 푯대… ‘불모’에서의 ‘생존’을 찾다
슬라보예 지젝은 실재계를 황량한 바람만 부는 불모의 사막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가 나점수는 자신의 조각이 선험적 실재로부터 온다고 했다. 작가는 그렇게 이미, 저절로, 주어진 실재를 찾아서 불모의 사막을 헤맨다. 작가의 조각에서는 그런, 사막의 맛이 난다. 건조한. 까칠한. 소금기가 묻어나는. 작가의 조각은 사막 식물의 최소한의 몸통을 닮았고, 사막에 던져진, 전설처럼 아득한 시간을 증명하는, 빛바랜, 알 수 없는 사물을 닮았다. 사막 유목민이 흙벽돌로 지어 회칠한 벽의 색감을 닮았고, 회칠이 벗겨진 흙벽의 속살을 닮았다. 그렇게
문화일보 | 2026-05-11 09:20 -
“미술은 ‘자유’” … 망치를 든 예술가, 경계를 부수다
# 김을의 ‘드로잉을 넘어서’ “드로잉은 붓과 연필이 아닌 망치로 하는 것.” 김을은 기존 ‘미술사를 넘어서’ 새로운 미술을 꿈꾼다. 그는 새로운 미술의 탄생을 위해 드로잉과 회화 그리고 조각 등 기존 미술 개념을 해체한다. 여러분, 드로잉이 무엇인가? 뭬야? 너무 뻔한 질문이라고요? 미안타! 여러분이 잘 알 듯이 드로잉은 일반적으로 채색을 쓰지 않고 주로 선으로 그리는 회화표현을 뜻한다. 그런데 김을의 드로잉은 전통적인 개념의 드로잉을 넘어선다. 머시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좋다! 여러분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언급해
문화일보 | 2026-04-27 09:55 -
등고선으로 만든 산·몸을 잃어버린 새… 익숙한 풍경은 없다
임선이 작가는 조각과 설치, 그리고 사진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기법뿐만 아니라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거듭해 왔는데, 이런 변주에서 가장 눈여겨볼 특징은 바로 시각의 전복이다. 여기서 전복이란 단순히 뜻밖의 이미지를 던져 시각적 반전을 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실재의 풍경이라고 믿었던 것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시간과 기억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임선이의 작품들은 단일한 의미로 규정되거나 고정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은
문화일보 | 2026-04-13 09:36 -
구겨진 창틀·종이 의자… 나약한 것에 ‘힘’을 불어 넣다
폐품(혹은 기성품)을 예술로 전환시키는 일은 작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마르셀 뒤샹이 그랬고, 그를 따르는 많은 예술가들이 ‘레디메이드(Ready-made)’ 따위의 형식으로 (기존)사물에 다른 생기를 불어넣었다. 미술은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했던 마법이었고, 이 맥락에서 미술가들은 마법사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금술을 몰래 익히고 연마하여, 은밀한 장소(=작업실)에서 온갖 실험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그 결과물들을 내어놓았다. ◇반(反)조각 조각은 장르 특정상 물질과의 갈등과 마찰 그리고 극복을 전제한다. 무겁고 단단한 돌은 물
문화일보 | 2026-03-31 10:01 -
금속은 빛이 되고, 빛은 공간이 되고… 경계 허문 ‘공존의 조각’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박충흠은 ‘형태와 빛의 상호작용’ 그리고 ‘공간과 관람자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한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의 핵심을 필자는 ‘공간에 관한 인식의 변환’이라 규정한다. 조각 자체가 ‘주체(subject)’였던 시절, 그것이 놓일 공간은 ‘종속적’이거나 ‘대상적’이었다. 그러나 박충흠의 조각이 놓일 공간은 공간 그 스스로 주체적이다. 조각이 놓일 장소로서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공간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오히려 조각을 받아들이는 반전의 양상까지 가능한 것이 박충흠 조각의 핵심이다.
문화일보 | 2026-03-16 10:25 -
클래식 위에 ‘위트’ 한조각 행복한 변주
마카롱이다! 앗, 아니다. 실제 마카롱과 똑같이 만든 조각이다! 파스텔 톤으로 예쁘게 빚어진 여러 마카롱이 니케의 날개를 장식하고 있다. 익숙한 고전적 이미지 위에 달콤한 위트를 얹은 이 조각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미소를 자아낸다. 바로 조각가 노준의 작품이다. ◇ 노준다운 작품의 시작= 마카롱처럼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노준 작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는 그의 청년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혹시 1990년대 히트 상품 ‘깜찍이 소다’를 기억하는가? 지금도 귀에 맴도는 로고송 속
문화일보 | 2026-03-03 09:35 -
웅크리거나, 눕거나, 기대거나… 침묵하는 조각에 ‘존재의 무게’ 얹었다
존재의 무게를 견디는 형상들 - 배형경 조각에 나타난 실존의 정치학 배형경의 조각은 ‘아름다운 형상’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삶의 가장 낮은 곳, 실존이 더 이상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포장할 수 없는 적나라한 지점에 있다. 작업 초기, 흙으로 빚은 형상은 손발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채 덩어리로 있었다. 이는 사회적 주체 이전, 그러니까 미완의 실존이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몸’ 그 자체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형상적 악취는 혐오의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신의 질서와 초월적 의미가 붕괴한 이후 홀
문화일보 | 2026-02-23 09:48 -
조각에 불어넣은 숨결… 움직임으로 詩를 쓰다
조각작품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조각가 안수진’의 작품은 움직인다. 그는 ‘키네틱(Kinetic) 작가’로, ‘키네틱 아트’라 하면 ‘움직이는 미술’을 말한다. 1990년대 초 그가 처음 한국미술계에 모터와 제어장치를 사용해서 움직이는 입체작품을 선보였을 때는 매우 신기한 작업이었다. “작품이 작동한다는 것은 나에게 마력으로 다가왔다. 미래파, 구성주의, 다다로 이어지는 조각에 있어서 시간성의 문제와 기술에 천착은 있었지만, 내가 이를 주목한 것은 ‘서사’를 표현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청년 안수진은 관람객에게 말하고 싶은
문화일보 | 2026-02-09 09:44 -
미니어처 건물안팎, 감시카메라로 포착… ‘빛 조각’에 담은 환영의 세계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합니다. 한국 조각 예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공공의 애정과 관심을 촉구하는 연재입니다. 2023년 첫 시즌은 ‘K-조각’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규명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4년 두 번째 시즌은 세계로 뻗는 중견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는 공감도 얻었습니다. 이번에도 ‘K-스컬프처 조직위원회’를 설립해 조각가들을 후원해 온 크라운해태제과와 공동기획했습니다. 한국 미술에 대한 더욱 흥미로운 분석과 전망에 많은 기대와 성원 바랍니다. 정정주는 조각가,
문화일보 | 2026-01-26 09:45 -
“강렬한 12작품에 색다른 비평… ‘K-조각 고유성’ 담론 이끌어냈다”
■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Ⅱ - 평론가 대담 진행 및 정리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의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며, 지난 12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강은주 미술사학자, 홍경한 미술평론가, 최태만 국민대 예술대 교수가 한국 조각의 현주소를 짚고, 가능성을 논했다. 한국 조각의 ‘허리’에 해당하는 12인의 조각가를 집중 조명한 이번 시리즈에 대해 이들은 ‘K-조각’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도였다고 평했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아날로그 가치가 강조되는 기류는 예술과도
박동미 기자 | 2024-12-16 09:23 -
“예술도 글로 써서 알리는 게 중요… 시리즈 영문판 해외 배포 검토”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Ⅱ - ‘K-조각 후원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대규모 페스티벌도 해봤고, 지역 순회전시도 계속했어요. 그런데 역시 예술도 ‘글’로 써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K-조각의 세계화엔 탁월한 작품, 기업의 후원, 대중의 높은 관심이 다 필요하죠.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 윤영달(79·사진)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열린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 대담을 지켜본 후 이렇게 말했다. K-스컬프처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회장은 수년간 ‘한강조각프로젝트’를 개최하는 등 한국 조각의
박동미 기자 | 2024-12-16 09:14 -
테라코타로 탈바꿈한 갯벌… ‘땅의 기억’ 발굴해 생명을 추적하다
■ 세계로 가는 K-조각의 미래 (12) 자연·문명 순환 ‘고고학적 성찰’… 차기율 작가 통의동서 시작 발굴프로젝트 섬세한 붓질로 지층 벗겨내 공간·유물이 품은 기억 좇아 생가 터·야외공간·폐교 등 장소 옮겨가며 상상력 확장 갯벌 흙 구운 ‘불의 만다라’ 생·사 순환 표현, 연금술적 차기율 작가는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주제로 자연물과 고고학적 유물 설치 작업을 주로 해왔다. 작가의 작업은 회화와 오브제를 다뤘던 1980년대, 자연물을 활용한 종교적·환경적 주제를 다뤘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들어 나무나 돌과 같은 자연
문화일보 | 2024-12-02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