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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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불교 연결시킨 ‘침묵의 색깔’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인중 신부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원초적인 색채와 동양의 여백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들은 종교를 넘어 예술의 영역에 가닿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무소유’ 정신을 전하는 글로 종교를 넘어 대중에게 위로를 전해줬던 법정 스님.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열림원)는 대중에게 울림을 전한 두 종교인의 작품을 한데 엮는다. 천주교와 불교, 그림과 글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연결된다. 법정 스님은 침묵을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하고 김
신재우 기자 | 2025-05-02 09:22 -
그녀들의 기개를 보라… 독립운동은 모성의 확장
■ 책과 이미지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이자 천황제를 반대했던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 이 초상은 ‘한국 페미니즘 미술 1세대’ 윤석남 작가의 연작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에 포함돼 있다.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한 박현정 연립서가 대표가 쓴 ‘모성의 공동체 : 여성, 독립, 운동가’는 윤 작가가 그린 여성들의 얼굴을 품고 그 삶의 궤적을 좇는다. 후미코를 포함해 사대부 집안 여인으로 의병장이 된 윤희순, 3·1운동 후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함께 갇혔던 유관순·김향화·권애라,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한 최용신, 조선의 모든 딸들을 위한 근화여학교(덕성여대 전신) 설립자
박동미 기자 | 2025-04-04 09:04 -
100여년이 지나서야 주목 받은 ‘현대여성’
■ 책과 이미지 메리 커샛의 1879년작 ‘칸막이 관람석에서 부채를 들고 오른쪽을 바라보는 여성’. 파리 인상주의 그룹의 일원이었던 커샛은 주로 현대 도시 여성의 일상을 작품에 담았다. 미술사학자 그리젤다 폴록이 쓴 ‘메리 커샛, 현대 여성을 그린 화가’는 커샛이 마네, 드가 등 인상주의 남성 화가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여성을 그려냈다고 평한다. 이 책의 출간 후 커샛의 100여 년 전 그림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20세기 미술사에서 사라졌던 한 여성 화가가 영향력 있는 당대의 예술가로 부활했다. 초판 출간 후 24년 만에 한국어판을 선보인다. 컬러 도
박동미 기자 | 2025-03-28 09:21 -
청정·고요… ‘평온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
■ 책과 이미지 최종태 작가의 1992년 작 ‘생각하는 여인’. 서양 조각의 흐름을 좇지 않고, 고대 한국 불상 조각의 전통을 계승한 최 작가는 우리 민족이 추구해 온 정신세계를 다양한 성상(聖像)을 통해 드러내 왔다. ‘현존의 아름다움’(현암사)은 고대 불상,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를 거쳐 최 작가 작품과 같은 현대미술에까지 깃든 한국의 ‘평온미’를 되새긴다. 큐레이터 출신 최광진 작가가 15년간 집필한 ‘한국의 미학과 미의식’ 시리즈의 마지막 권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의 ‘거대한 우울’의 원인 중 하나로 평온을 추구하는 미의식의 부재를 꼽는다. 인간의 평온한
박동미 기자 | 2025-03-21 09:15 -
마티스와 마네의 영감서 피어난… 책 속 ‘꽃멍’
■ 책과 이미지 미국 화가 존 싱어 사전트(1856∼1925)가 두 해 여름 동안 그린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사전트는 ‘마담 X’(1884)가 혹평을 받은 후 붓을 놓으려 했으나 이 작품 덕에 고객과 비평가들을 다시 끌어모으게 된다. 영국의 디자이너와 원예 전문 작가가 함께 쓴 ‘화가들의 꽃’(푸른숲)은 사전트를 비롯해 마티스, 마네, 오키프 등 세기의 미술가들이 그린 108가지 꽃 그림을 담았다.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 ‘꽃멍’하며, 작품에 얽힌 사연을 조곤조곤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 속 꽃들이 속삭인다. ‘자, 이제 활짝 필 일만 남았어.’ 1
박동미 기자 | 2025-03-14 09:19 -
외딴 산골, 나홀로 자연과 함께 살아보니…
■ 책과 이미지 일본의 여성학 권위자 우에노 지즈코가 신간 ‘산기슭에서, 나 홀로’(청미)를 통해 처음으로 개인적인 생활을 공개했다. 20년 전부터 대도시 도쿄와 야마나시현의 산골을 오가는 저자는, 코로나19 이후 산속에서 책과 음악에 둘러싸여, 계절의 변화를 음미하는 일에 더욱 밀착됐다고 한다. 집에서 15분 거리 스키장에서 매일 ‘아침 스키’를 타며 겨울을 나는 풍경은 얼마나 멋진가. 책에는 날카롭고 냉철한 관찰도 담겼다. 외딴 삶의 불편한 점, 자연에서의 쓰레기 배출, 운전과 이동의 문제, 홀로 남겨질 마지막과 의료, 돌봄과 같은 현안도 따라온다. 군데군데 실
박동미 기자 | 2025-02-28 09:42 -
평범하지만 기묘한 욕망… 고대시대 퀴어의 사랑
■ 책과 이미지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리스 시인 테오그니스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 시를 다수 남겼는데, 주로 아름다운 소년을 향한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과 기쁨을 노래했다. 테오그니스로부터 제목을 빌려온 ‘키스를 멈추지 않을 거야’(을유문화사)는 아일랜드 작가 숀 휴잇이 고대 세계의 퀴어 사랑 이야기를 선별해 묶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비롯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고대인들이 남긴 사랑에 관한 문헌은 ‘퀴어함’을 자연스럽게, 삶의 온전한 일부로 인정했다. 영국 화가 루크 에드워드 홀이 그
박동미 기자 | 2025-02-21 09:20 -
‘장기 보호’ 건강용품… 코르셋 아이러니
■ 책과 이미지 ‘여성용 허리 조이기를 위한 새로운 기계 사용의 정확한 예시’. 1830년대 코르셋 패션에 대한 풍자화이다. 빅토리아 시대 배경 영화에선 종종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여성들이 나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코르셋은 아름다운 실루엣뿐만 아니라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내부 장기를 보호해 준다며 의사들도 추천한 건강용품이었다. 의상디자인과 패션문화를 전공한 김정연 작가는 ‘초상화의 옷장’(눌와)에서 코르셋을 비롯해 웨딩드레스, 진주 귀고리 등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을 통해 그들의 삶과 사회상을 읽어낸다. 의복이 품고 있는 이야기
박동미 기자 | 2025-02-14 09:27 -
영화야 현실이야… 덴마크 뢰뫼 ‘연 축제’
■ 책과 이미지 부부 여행가 월리&어맨다 코발이 두 번째 포토 에세이 ‘우연히, 웨스 앤더슨 : 어드벤처’(웅진지식하우스)를 출간했다. 19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이들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분홍빛 타일이 깔린 런던 가정집 현관, 서울의 별마당 도서관, 북극의 종자 저장고 등 책에는 두 사람이 경험한 흥미롭고 비밀스러운 모험지 200여 군데가 실렸다. 사진은 1989년 덴마크 뢰뫼 연 축제의 풍경. 특별서문을 쓴 앤더슨 감독이 언젠가 꼭 가고 싶다고 꼽은 장소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기자 | 2025-01-24 09:30 -
건물이 이렇게 인간적일 수 있다고?
■ 책과 이미지 안토니오 가우디의 ‘카사 밀라’의 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 그는 신간 ‘더 인간적인 건축’(RHK)에서 18세 때 구매한 가우디의 책을 “내 생애 최고로 잘 쓴 6.99파운드”라고 회고한다. 이 원초적 석재 조형물은 헤더윅에게 경이와 충격을 안겼다. “건물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다면, 또 어떤 모습이 가능할까?” 30년간 대담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온 거장의 ‘인간적인 건축’ 여정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수백 장의 건축물 이미지와 함께 헤더윅의 흥미로운 상상이 가득하다. ‘따분한’ 건축물이 주는 해악을 경고하며 따분
박동미 기자 | 2024-11-22 09:42 -
인간에게 독서는 자유이자 저주였다
■ 책과 이미지 빈센트 반 고흐의 ‘프랑스 소설과 장미가 있는 정물’(1887). 광기와 감성의 천재 화가 고흐는 독서나 사색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엄청난 애서가·다독가였다고 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늘 열렬히 책을 추천했고, 10년 남짓한 화가의 삶은 낮에는 그리고, 밤에는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는 것의 반복이었다. ‘독서는 해방이다’(틈새의 시간)는 고흐를 비롯해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 ‘읽기의 역사’를 살핀다. 그것은 시대에 따라 자유와 축복, 금지와 저주를 오갔다. 영상이 텍스트를 대신하는 지금
박동미 기자 | 2024-10-25 09:27 -
적나라하고도 신비로운… 피부 아래 세상
■ 책과 이미지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가 새긴 목판화 ‘알몸의 전투’(1465년경). 해부학의 발달과 함께 축적된 근육계에 대한 지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피부 아래 세상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과 탐구, 즉 방대한 해부학의 서사를 풀어낸 책 ‘해부학자의 세계’(해나무)는 역사상 중요한 해부학책 150여 권을 바탕으로 쓰였다. 영국의 대중교양서 전문작가인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르네상스, 근대를 지나 21세기까지, 5000년 동안 해부학자들이 남긴 글과 그림을 엮어, 해부학이 어떻게 인체와 예술,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는지 증명한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2024-10-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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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불교 연결시킨 ‘침묵의 색깔’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인중 신부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원초적인 색채와 동양의 여백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들은 종교를 넘어 예술의 영역에 가닿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무소유’ 정신을 전하는 글로 종교를 넘어 대중에게 위로를 전해줬던 법정 스님.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열림원)는 대중에게 울림을 전한 두 종교인의 작품을 한데 엮는다. 천주교와 불교, 그림과 글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연결된다. 법정 스님은 침묵을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하고 김
신재우 기자 | 2025-05-02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