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이정우 기자의 소실점
-
‘강제 커플’된 한·일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이렇게 사이좋게 지낼 줄 상상이나 했을까. 둘은 일본 나라현과 한국 안동, 서로의 고향을 4개월 간격으로 방문하며 한·일 셔틀 외교를 안착시켰다. 일본의 온천 도시에서 보자며 일찌감치 다음 만남도 기약했다. 한·일 정상의 화기애애한 왕래는 양국 사이 파인 역사적 고랑만큼 극적이다. 두 정상이 처음 만날 때 만해도 불안 섞인 눈초리가 가득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당선됐을 때 정부와 언론은 ‘극우보수’ 경향을 우려했다.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확언했기에
이정우 기자 | 2026-05-22 11:45 -
백종원 밀어붙이는 ‘흑백2’의 기만
방송인 백종원이 시험대에 섰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가 각종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그를 다시 시청자 앞으로 불러세웠다. 넷플릭스는 묘한 말로 공개 강행을 선언했다.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겠다”는 것. 일견 겸허한 태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기만에 가깝다. 우리는 방송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연출과 편집, 서사와 캐릭터가 정교하게 설계된 틀 안에서 시청자의 인식은 이뤄진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출연진이 공개됐을 때, 요식업자인 백종원이 기라성 같은 요리사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
이정우 기자 | 2025-09-05 11:54 -
‘좀비딸’과 조국
배우 조정석이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로 분한 영화 ‘좀비딸’이 7일까지 관객 수 250만 명을 넘겼다. 우리 시대에 희미해진 부성애와 가족애를 꽤 적절하게 건드렸나 보다. 맞다. 부모라면 자식이 예쁘다. 문제가 있어도, 심지어 사람을 물 수 있는 좀비여도 제 자식이면 보듬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좀비를 때려잡자는 사회에서 딸바보 아빠는 말한다. “우리 애는 안 물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좀비딸’ 같은 존재인 걸까. 문 전 대통령이 최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만난 자
이정우 기자 | 2025-08-08 11:34 -
갑(甲)들이여 모태솔로에게 배우자
넷플릭스 시리즈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를 봤다. 20대 후반까지 이성의 손은커녕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청춘 남녀들이 생애 최초 연애를 위해 애쓴다. 모태솔로들의 서투른 모습을 구경하려고 봤다가 이들의 마음 씀씀이에 울고 말았다. #장면 1. 한 여성 출연자가 용기를 내 고백을 하자 남성 출연자가 너무 미안해한다. 이미 자신의 마음엔 다른 사람이 있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울컥해 한다. 고백했던 여성 출연자는 애써 밝게 웃지만 자신의 방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장면 2.
이정우 기자 | 2025-07-18 11:57 -
‘날건달’ 정치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의혹을 찜찜하게 남긴 채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했다. 그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민석 같은’ 정치인을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경제활동 한 적 없는 사람, 월급봉투를 가족에게 쥐여준 적 없는 사람, 아마도 평생 남의 돈으로 정치를 해왔던 사람”이라고. “좋은 학교 나오고, 번듯하게 말을 잘해서 그렇지 사실 날건달과 다름없다.” 그런데 사실 정치는 대대로 날건달이 주도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젊었을 적 농사일을 돌보지 않고,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이정우 기자 | 2025-06-27 11:46 -
‘젓가락 행진곡’
6·3 대통령 선거는 ‘계엄’으로 시작해 ‘젓가락’으로 끝나는 듯하다. ‘젓가락’ 논란은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장남 동호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즉각 이준석 후보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전 국민이 보는 TV토론에서 격 떨어지는 성희롱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동호 씨가 ‘젓가락 발언’과 유사한 댓글로 지난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 진영 간 ‘너 죽고 나 살자’식 네거티브 공방으로 확전됐다. 공개
이정우 기자 | 2025-05-30 11:40 -
‘무죄 이재명’이 사는 평행세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가 무죄인 평행세계를 만드려는 것 같다. 민주당이 쏟아낸 일련의 법안들은 이 후보를 유죄에서 무죄로 만들고,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결백한’ 사람으로 재창조한다. ‘유죄 이재명’인 현실을 벗어나 ‘무죄 이재명’으로 사는 거대 야당발 평행세계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이 대선 이후로 미뤄지며, 그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됐다고들 한다. 그런데 6월 3일 선거일을 지나면 다시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될 수 있다.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 신분이 되더
이정우 기자 | 2025-05-09 11:42 -
우후죽순 AI 공약, 챗GPT에 물어봤더니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이 가장 많이 달려든 ‘핫’한 공약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공지능(AI) 공약일 것이다. 우후죽순 쏟아진 AI 공약 중 알곡을 가릴 수 있을까. 당사자인 AI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글은 챗GPT 무료 버전의 도움으로 작성됐다. 필자의 주관은 배제됐다. 우선 AI 입장에서 바람직한 AI 공약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AI를 어떻게 공정하고, 책임 있게, 사람 중심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AI 투자를 늘리겠다’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AI 윤리·교육·노동 전환
이정우 기자 | 2025-04-18 11:40 -
尹·李, 보통의 수치심이 필요해
빅토르 위고의 장편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19년을 보냈다. 그는 가석방된 후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댄다. 그러나 미리엘 신부가 이를 용서하고 은식기를 내어준 순간, 그는 스스로 부끄러이 여기는 마음, 즉 수치심을 느끼고 변화를 다짐한다. 현실은 문학과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법원 앞에서 도열한 채 대표를 기다렸던 민주당 의원 60여 명은 판결에 환호했고, 더러는 지지자들과 껴안으며 감격했다. 이 대표의 최대 ‘사법리스크’
이정우 기자 | 2025-03-28 11:42 -
‘괴팍한 아저씨’ 진 해크먼을 기리며
배우 진 해크먼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자택에서 아내, 반려견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아리송한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 이 글은 분명 좋은 연기자였던 진 해크먼이란 배우를 추억하며, 그의 죽음을 뒤늦게라도 기리려는 애정 고백에 가깝다. 해크먼은 화려한 할리우드에서 지극히 평범한 비주류의 전형이었다. 세 번째 영화 ‘보니 앤드 클라이드’(1967)를 찍을 때 이미 서른 후반이었던 그는 주인공 클라이드(워런 비티)의 형을 연기했다. ‘에브리맨’(Everyman·보통 사람)이라 불리면서도 남들은 한 번을
이정우 기자 | 2025-03-07 11:39 -
쏟은 물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숨 쉬듯 SNS를 하며 타인의 발자취를 관찰하는 시대, 말은 기억을 넘어 기록으로 남는다. 대중의 시선이 쏠리는 유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실수를 한다. 당시엔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른 후엔 지우고 싶은 오점으로 남는다. 여기서 과거의 잘못과 현재의 심판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평범했던’ 시절 무심코 남긴 말이 ‘평범하지 않은’ 현재의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시간차 발목잡기다. 더구나 타인을 할퀴는 혐오의 언어였다면, 현재의 나를 무너뜨릴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3월 2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이정우 기자 | 2025-02-14 11:45 -
대선판에도 ‘메기’가 필요해
“‘지옥도’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멀리서 새로운 여성이 등장하고, 편히 앉아 있던 남자들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흥미롭게 새 얼굴을 지켜본다. 새롭게 등장한 여성은 기존 여성들에게 한마디 날린다. “‘언니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와, 세다.” 패널들은 경악하며, 새 출연자가 만들어낼 판도 변화에 들뜬다. 지난 1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한국 1위는 물론, TV쇼(비영어) 부문 세계 6위에 오른 ‘솔로지옥 시즌4’에서 여성 ‘메기’ 출연자가 등장하며 벌어진 일이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간에 투입되는 ‘메기’는 기존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구도를 바꾸며,
이정우 기자 | 2025-01-24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