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202538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68 | 생성일 2025-03-04 10:00
  • “속편하고 시원” 한국인은 맛을 ‘몸 신호’로 표현… “흙내음 느껴져” 프랑스인에 음식은 ‘땅의 이야기’[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속편하고 시원” 한국인은 맛을 ‘몸 신호’로 표현… “흙내음 느껴져” 프랑스인에 음식은 ‘땅의 이야기’

    와이너리 투어에 참가한 적이 있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시음을 마친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미네랄감이 좋네요.”, “오크 향이 살아 있네요.”, “흙내음이 느껴져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땅의 맛이라니, 나무의 맛이라니. 이건 와인을 마시는 건지, 상상력 테스트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와인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무슨 표현을 해야 하지?’ 하는 부담감마저 들었다. 호기심에 체험하러 왔다가 제 발로 시험장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이후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 표현들이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문화일보 | 2026-07-21 09:23
  • 한국은 영계 통째로 끓인 삼계탕으로 보신…  美·中·아프리카도 닭국물로 지친 몸 달래[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한국은 영계 통째로 끓인 삼계탕으로 보신… 美·中·아프리카도 닭국물로 지친 몸 달래

    ‘닭 한 마리’는 번역하기 어려운 음식 이름이다. 복날을 앞두고 미국인 친구와 삼계탕집을 찾았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아쉽지만 근처 닭집으로 향했다. “닭 한 마리”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을 친구가 번역 앱으로 찍으니 화면에 “One Chicken”이 뜬다. 생각지도 못한 ‘3인칭 외국인 시점’에서 나도 궁금해졌다. 프라이드치킨이나 로스트치킨처럼 조리법도 아닌 ‘한 마리’라는 단위가 어떻게 음식 이름이 됐을까? 음식이 나오고 친구의 표정을 보니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삼계탕집에서 조금 더 기다릴 걸 그랬나 싶었

    문화일보 | 2026-07-14 09:16
  • 유럽·중동은 소스·절임으로 토마토 활용…  한국선 설탕 뿌려 후식으로 먹는 게 익숙[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유럽·중동은 소스·절임으로 토마토 활용… 한국선 설탕 뿌려 후식으로 먹는 게 익숙

    일본에서 온천에 간다고 하자, 현지 친구가 토마토 주스와 레몬 음료를 챙겨 가 꼭 한번 마셔 보라고 추천했다. 요즘 온천이나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토마토 레모네이드’가 인기라며. 반신반의했지만, 땀을 흘린 뒤 마시는 새콤한 토마토의 맛은 놀랄 만큼 잘 어울렸다.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일은 한국에서도 흔하지만, 이처럼 사우나 문화와 결합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 한국에도 머지않아 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문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궁금한 마음에 토마토 관련 상품을 찾아보니, 토마토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문화일보 | 2026-07-07 09:26
  • 트럭 위 맥주, 식탁 위 와인, 회식장 소맥… 주종·의미 달라도 ‘사람 관계 맺기’ 본질[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트럭 위 맥주, 식탁 위 와인, 회식장 소맥… 주종·의미 달라도 ‘사람 관계 맺기’ 본질

    여름의 코펜하겐은 활기차다. 북유럽 특유의 조용하고 깔끔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긴 겨울을 견뎌낸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카페의 야외 테이블은 늦은 저녁까지 사람들로 가득 찬다. 시청 광장 근처를 걷고 있는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위에는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맥주병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이 끝난 뒤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축제의 행렬을 보는 듯했다. 색색의 띠를 두른 흰 모자를 쓴 젊은이들이 트럭 짐칸에 올라타 도시를 가로

    문화일보 | 2026-06-30 09:14
  • 6·25전쟁이후 南서 실향민들이 이어온 평양냉면… 어떤이에겐 슴슴한 국물, 누군가엔 ‘고향의 기억’[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6·25전쟁이후 南서 실향민들이 이어온 평양냉면… 어떤이에겐 슴슴한 국물, 누군가엔 ‘고향의 기억’

    여름이 되자 냉면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다. 원격 대기 등록을 해두면 순서에 맞춰 알림이 오는 세상이지만, 유명 냉면집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선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땀 흘리며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평양냉면의 인기는 유난하다. 마치 맛을 좀 안다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음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 지인이 “행주 빤 물 같은 국물을 왜 비싼 돈 내고 먹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평양냉면은 맛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받아치는 이도 있다. 6·25전쟁 이후 남한에 정착한 많은 실

    문화일보 | 2026-06-23 09:21
  • 면역체계·생활 양식따라 알레르기 유발… 美 ‘땅콩’ 日 ‘메밀’ 호주 ‘갑각류’ 조심[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면역체계·생활 양식따라 알레르기 유발… 美 ‘땅콩’ 日 ‘메밀’ 호주 ‘갑각류’ 조심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식당 선정부터 막막해졌다. 수년간 해외 생활을 하며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종류를 물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갑각류와 가금류, 견과류, 유제품, 생선, 그리고 달걀까지. 알레르기가 후천적으로 이렇게나 많이 발현될 수 있는 것이었나. 알레르기는 더 이상 예민한 이들의 유난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새롭게 드러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늘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알레르기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음식점 메뉴판의

    문화일보 | 2026-06-16 09:30
  • 한식은 색·향 강해서 점심 먹으면 양치하는 습관… 핀란드 자일리톨 껌 · 스웨덴 토요일만 사탕 먹기[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한식은 색·향 강해서 점심 먹으면 양치하는 습관… 핀란드 자일리톨 껌 · 스웨덴 토요일만 사탕 먹기

    점심 식사를 마친 연구실 사람들이 칫솔을 들고 하나둘 화장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외국인 신입 유학생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한국에서는 점심을 먹고 다 같이 이를 닦나요?” 뜻밖의 질문에 오히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김치와 고추장은 예상했지만, 점심시간 뒤 펼쳐지는 양치 풍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 음식은 유난히 향이 강하고 색이 선명하다. 마늘과 파의 자극적인 냄새,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 음식 특유의 강한 향은 식사 후에도 입안에 오래 남는다. 게다가 고춧가루와 양념의 붉은 기운은

    문화일보 | 2026-06-09 09:21
  • 미나리 해독·낙지 원기회복, 한국은 藥食同源… 프랑스 와인 스파·체코 맥주 목욕 등도 유사한 전통[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미나리 해독·낙지 원기회복, 한국은 藥食同源… 프랑스 와인 스파·체코 맥주 목욕 등도 유사한 전통

    음식점 벽에 걸려 있는 각종 식품 효능 안내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발견인 모양이다. 얼마 전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 친구와 식당에 갔을 때, 그는 벽에 붙은 효능 안내판을 보며 “한국 사람들은 기능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각종 영양소를 알약으로 챙겨 먹는, 기능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국인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은 기능적이라기보다 지극히 효율적인 게 아닐까? 음식 하나에 영양과 치유, 미용을 한 번에 담아내려 하니 말이다

    문화일보 | 2026-06-02 09:27
  • 한국서 김·다시마·톳은 영양 풍부한 ‘슈퍼 푸드’…  서양은 밥상 오르는 식재료 아닌 골칫거리 여겨[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한국서 김·다시마·톳은 영양 풍부한 ‘슈퍼 푸드’… 서양은 밥상 오르는 식재료 아닌 골칫거리 여겨

    쿠바의 카리브해라면 응당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밭이 펼쳐져야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갈색 해초 더미가 백사장을 뒤덮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며 급증한 해초가 이제는 관광산업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이었다면 사람들이 벌써 바구니를 들고 달려왔을 텐데.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바다는 육지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봄이면 산나물을 캐듯 미역, 다시마, 톳, 모자반을 뜯어 상에 올렸다. 가장 친숙한 김은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 반찬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미역국을 끓이고,

    문화일보 | 2026-05-26 09:21
  • 고기같은 향·식감의 버섯… 세월이 빚어낸 된장… 욕망 비우는 음식이 ‘세련된 미식 언어’로 변신[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고기같은 향·식감의 버섯… 세월이 빚어낸 된장… 욕망 비우는 음식이 ‘세련된 미식 언어’로 변신

    방콕의 새벽,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맨발로 거리를 지나갔다. 길가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밥과 반찬, 과일 등을 발우에 담아 건넸다. 그 안에는 닭고기 꼬치와 돼지고기 요리도 섞여 있다. 바치는 이의 정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포용이자 수행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동남아 불교권의 사원 밥상은 현지 일반식과 거의 다르지 않다. 한국과 달리 향신료가 풍부하고, 육식도 가리지 않는다. 불교 음식이 ‘채식’이라는 등식은 사실 한 문화권의 경험일 뿐이다. 부탄과 몽골처럼 채소 재배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생존을 위한 육식을 전통적

    문화일보 | 2026-05-19 09:28
  • 국내·외 정치인들 선거철때면 ‘시장 먹방’으로 교감… 음식은 개인의 기호 넘어 삶의 정체성 드러내는 언어[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국내·외 정치인들 선거철때면 ‘시장 먹방’으로 교감… 음식은 개인의 기호 넘어 삶의 정체성 드러내는 언어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시장 먹방이 시작된다. 성지순례하듯 노점에서 어묵을 먹고, 국수를 먹으며 상인들과 사진을 찍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시장 먹방이 지겨울 만도 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대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도 지역 대표 빵집과 협업해 ‘선거빵’을 선보였다. 선거 참여 광고보다 SNS 인증 사진이 더 빠르게 퍼지는 시대, 정치 역시 일상 언어를 빌려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풍경은 한국 선거에서만 보이는

    문화일보 | 2026-05-12 09:09
  • 한국선 빙수로 먹는 망고 ‘특별한 경험’ 위한 소비… 최대 생산지 인도는 얼음 귀해 빙수 엄두도 못내[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한국선 빙수로 먹는 망고 ‘특별한 경험’ 위한 소비… 최대 생산지 인도는 얼음 귀해 빙수 엄두도 못내

    여름 대표 디저트인 빙수 출시가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기대주는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이다. 10여 년 전, 수만 원이나 하는 빙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빙수가 이 가격이라고?”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텔들은 경쟁하듯 애플망고빙수를 출시했고, 이제는 어느 호텔이 올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할지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가격은 매년 상승하지만 수요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게 매진되고, 예약 경쟁까지 벌어진다. 호텔 망고빙수는 더위를 식히는 간식이 아니라 경험과 상징을 소

    문화일보 | 2026-04-28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