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301947 2015 신춘문예
12 | 생성일 2015-01-02 10:40
  • <2015 신춘문예>내게 다가온 확신, 결국 내가 원했던 확신 아닐까

    <2015 신춘문예>내게 다가온 확신, 결국 내가 원했던 확신 아닐까

    당선소감 - 최종환 정신분석학 책들을 읽어가면서, ‘내가 본 것’이 결국 ‘내가 보기 원했던 것’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 시대 문학이 발견했다고 믿은 ‘실재’ 또한 어쩌면 ‘가상’의 다른 얼굴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인들의 시가 한창이었던 200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2010년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이 생각을 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황인찬, 이현승, 이준규의 시는 저에게 그것을 ‘적어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들 시는, 이 시대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이성

    문화일보 | 2015-01-02 10:45
  • <2015 신춘문예>평론은 문학 텍스트 자체가 아닌 맥락 다뤄야

    <2015 신춘문예>평론은 문학 텍스트 자체가 아닌 맥락 다뤄야

    예년에 비해 응모작 편수가 줄었으나 작품들의 질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모작 대다수가 기본을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다루고 있는 대상도 다채로워 특별히 주조라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번 응모작들의 한 특징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다수의 응모작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문학평론이 다루어야 하는 것은 문학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그 텍스트가 놓여 있는 맥락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대상이나 글감이 글로 쓸 만큼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는 틀이 있어야 한다. 문학평론이란 특정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쓰는 것이 아니라

    문화일보 | 2015-01-02 10:45
  • <2015 신춘문예>거울 속에서 탄생하는 주체들 : 이현승·황인찬·이준규를 통해 보는 2010년대 시

    1. 슬픔의 이유 2000년대 우리 시에서 전대의 거울들은 대부분 깨졌다. 서로가 서로를 반영해 주었던, 그래서 공동체의 공적 이상을 다음 대에 넘겨주었던 상상적 거울은 쓸모없어진 것이다. 깨진 거울들이 뒹굴던 때, 그 거울 면에 나타난 것들은 예상보다 끔찍했다. 우리가 보기 ‘원해온’ 영상이 거기 있었다. 이 관찰을 시 쓰기에 활용하고자 했던 시인들이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이었다. 그 시인들 눈에는 거울이 건네준 세계가, 욕망의 주물 이상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웃을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자 했던 2000년대 시는 부모가 건네준 그 거울 ‘영상’에 속지 않았다. 동일성의 거울에 재현되지 않는 ‘X’와 대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자세히 좀 말해줄래? 요즘은 거울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김행숙, 「눈사람」)라는 구절이 말해주듯, 이 시기 젊은 시인들은 거울 너머에서 소통 가능한 세계를 꿈꿨다. 유취 가득한 어머니의 상상적 거울은 공적 이상을 주입하는 아버지의 상징적 거울에 인입되었고, 거울과의 싸움은 다시 아버지와의 싸움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 거울의 ‘너머?

    문화일보 | 2015-01-02 10:45
  • <2015 신춘문예>소재 새로울 것 없지만 독특한 상상력 보여줘

    <2015 신춘문예>소재 새로울 것 없지만 독특한 상상력 보여줘

    올해 투고작들은, 응모 편수는 늘고 전체적인 수준은 안정적이었지만, 눈에 띄는 수작은 오히려 줄어든 경향이었다. 상상력은 위축되고, 고만고만한 일상 안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회 전체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동화는 환하고 쨍하게 세상의 공기를 흔들어주는 게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멋진 상상력과 단단한 문장력이 예사롭지 않은 는 5년 전 투고돼 본심에 올랐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아쉬웠다고 언급되었던 점이 달라진 것이 없어 기대가 무색해졌다. 작품을 퇴고해서 재평가의 장에 내놓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문화일보 | 2015-01-02 10:44
  • <2015 신춘문예>무작정 달려왔던 길… 힘 돋워준 모두에게 감사

    <2015 신춘문예>무작정 달려왔던 길… 힘 돋워준 모두에게 감사

    당선소감 - 김아정 십여 년 전에 저는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그때 그 길에서 황선미 작가님과 김서정 작가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때는 잎싹이 불쌍해서 울었지만, 저는 어느덧 잎싹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될 거라며 무작정 달려왔던 저의 지난 여로들이 생각납니다. 배고픈 작가의 길을 반대해주었던 부모님의 응원과 합평(合評) 때마다 저의 작품을 잘근잘근 씹어주었던 친구들, 선후배들의 조언은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늘

    문화일보 | 2015-01-02 10:44
  • <2015 신춘문예>오인용 식탁과 마지막 비밀 레시피 - 김아정

    <2015 신춘문예>오인용 식탁과 마지막 비밀 레시피 - 김아정

    가족들 모두 의자가 되어버렸다. 나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 엉덩이 가시 때문일 것이다. 내 엉덩이는 잠시 어디 앉아 있을라치면 그새를 참지 못하고 가시를 곧추세웠으니까. 나는 우리 집 층간소음의 주범이다. 어렸을 적, 할머니는 나에게 방방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방방아, 저녁 먹자. 이리와 앉으렴.” 할머니는 언제나 우리 집 식탁을 책임지곤 했다. 아침 일곱 시가 되면 우린 모두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야 했고, 저녁 여섯 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집에 와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식탁 앞에서도 나는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탓에 꼿꼿

    문화일보 | 2015-01-02 10:44
  • <2015 신춘문예>뜻밖의 두려움… 불신 반복하는 내 삶에 큰 힘

    <2015 신춘문예>뜻밖의 두려움… 불신 반복하는 내 삶에 큰 힘

    단편소설 당선소감 - 도제희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어서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서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은 뒤 설거지를 하고, 춥다고 툴툴대다가 멍하니 있고 싶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두려워서였습니다. 제 속에는 아주 하찮게 살고 싶은 욕망과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이 제멋대로 교차해 있기에 갈팡질팡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 한편에서는 어떤 뜨거운 것이 올라와 코끝까지 찼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몇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임고을 작가님

    문화일보 | 2015-01-02 10:43
  • <2015 신춘문예>‘심리적 갈등 응축’ 절제된 문장·통제력 인상적

    <2015 신춘문예>‘심리적 갈등 응축’ 절제된 문장·통제력 인상적

    본심에 오른 작품은 11편이었다. 저마다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했지만, 전반적으로 폭력적이랄까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사실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을 골라내기까지엔 다소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묘하게도 약속이나 한 듯 작품 다수가 비슷한 약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스토리와 장면을 그럴듯하게 이어가는 재치는 상당하지만, 정작 인물 형상화 및 객관적 거리 확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주제 형상화 미흡, 모호하고 맥락이 실종된 허술한 결말로 이어졌다. ‘늑대를 그리다’는 차분한 이야기 전개가 장점이지만 결말의 무리한 설정

    문화일보 | 2015-01-02 10:43
  • <2015 신춘문예>유령의 2층 침대 - 도제희

    <2015 신춘문예>유령의 2층 침대 - 도제희

    세라믹으로 된 그릇이 되고 싶었다. 내가 먼지 같아서였다. 패턴도 없이 무리 지어 흩날리다 여기저기 떠도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저 지층 깊은 곳까지 성공적으로 진입해 흙이라 불리는 존재가 되고, 그러다 그릇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불에 구워져 더는 화학작용을 할 수 없고 그래서 더는 작은 들풀 하나 피울 수 없게 된다 해도 좋았다. 차라리 그릇이 되고 싶을 만큼,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32년을 살아온 기분이었기에, 누군가에게 견고하게 밀착돼 도저히 거기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싶었다. 말하자면, 연애라는 걸 해보고 싶었다는 뜻

    문화일보 | 2015-01-02 10:41
  • <2015 신춘문예>빈집이 되어버린 어머니… 그대로 사랑합니다

    <2015 신춘문예>빈집이 되어버린 어머니… 그대로 사랑합니다

    폭풍으로 집이 무너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여진이 가시질 않아 따끈한 차 한 잔을 들고 출렁이는 생각들을 눈발에 하나둘 날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평온해지려는 시간 속으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당선 소식이었습니다. 예지몽이었나! 무너짐이 새로운 시작이라니…. 낙숫물을 즐겨 바라보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했던 댓돌에 둥근 홈이 생겨나고 그곳에 빗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현실과 꿈속을 넘나드시는 어머니, “좋은 날이야”라고 하시면서 활짝 웃을 때마다, 가슴에 찬바람 부는 빈집으로 웅크리고 계셨음을 알기나 하시려나. 아무리 덮어도 빈집이 되어버린 어머니, 지금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돌이켜보니 고마운 분들…. 새로운 상상력을 분출하게 해주신 김영남 선생님, 늘 따뜻한 벗이 되어준 정동진카페 식구들, 누구보다 기뻐하실 부모님, 묵묵히 응원해주던 남편 그리고 경표, 경훈, 친구들, 일일이 마음 전하지 않아도 소식 듣고 기뻐해주실 저를 아는 분들과 기쁨 나누고 싶습니다. 언어들을 문장에 가둬 놓고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 때쯤, 동토의 땅을 새롭게 일

    문화일보 | 2015-01-02 10:40
  • <2015 신춘문예>모성 통해 사랑과 고통의 본질 깨달아

    <2015 신춘문예>모성 통해 사랑과 고통의 본질 깨달아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의 축제다. 새로운 시인이 탄생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이 축제에 참여한 이는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고 오랜만에 배도 좀 불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축제의 상에 놓인 음식들은 숙성과 발효가 되지 않은 겉절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시는 겉절이보다 오래 숙성되고 발효된 맛의 깊이를 요구한다. 그릇에 담긴 음식이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라면 그릇 또한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모순과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시라 하더라도 부조리하다는 메시지밖에 없다면 그 또한 시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종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박현영의 , 박민

    문화일보 | 2015-01-02 10:40
  • <2015 신춘문예>어머니의 계절 - 최영랑

    <2015 신춘문예>어머니의 계절 - 최영랑

    빈집엔 봄이 오지 않고 여름도 오지 않고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 빈집은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대문 안에 들어서도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곳은 시끄럽고 어스름한 저녁 누구라도 거부하는 빈집만의 습관이 있다 그림자 없는 대문에서 빈집의 툇마루를 바라보면 그곳은 포근했던 무릎, 포근한 미소가 떠올라 헐렁한 하루가 부풀었다 사라진다 눈을 감고 나는 경직된 다리를 뻗는다 가끔 무릎을 내어주는 거기, 정류장처럼 너그럽다 잡초들이 슬그머니 들어와 영역 다툼에 휘말려도 장독대의 도깨비풀이 항아리 속을 욕심내어도 그냥 말줄임표만 사용할

    문화일보 | 2015-01-02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