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S010302058 2017 신춘문예
12 | 생성일 2017-01-02 11:06
  • <2017 신춘문예>정확한 문장·리듬있는 글… 현 詩壇 전체 조망하는 식견 보여줘

    <2017 신춘문예>정확한 문장·리듬있는 글… 현 詩壇 전체 조망하는 식견 보여줘

    평론 심사평 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많이 줄었다. 아마도 차분하게 들어앉아 글을 쓰기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사정이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때라면 절정의 감성이 필요한 서정은 다르겠지만, 성찰적 시선으로 침잠을 필요로 하는 서사나 논리는 상대적으로 힘든 시간들일 수밖에 없겠다. 응모작의 수가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허수는 거의 없었다. 전체를 통독하고 난 후 네 편의 응모작이 남겨졌다. 전영규 씨의 ‘사라지는 아해들: 최정진, 황인찬, 이우성의 시’, 김효숙 씨의 ‘죽음까지 달려가는 노래, 그 저항의 서

    문화일보 | 2017-01-02 12:07
  • <2017 신춘문예>‘아름다운 상처’ 터트릴 소중한 기회 얻어

    <2017 신춘문예>‘아름다운 상처’ 터트릴 소중한 기회 얻어

    평론 당선소감 - 이진경 돌이켜보면 저의 청춘은 언제나 어긋나기만 했습니다. 꿈에 다가갈수록 멀어졌고, 멀어지는 것 같으면 다시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외로워서 사람들을 찾을수록, 거미줄처럼 엉켜버린 그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만 했습니다. 왜 나는 모든 것이 이렇게도 힘든 걸까.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 같지 않을수록 더 많이 예민해졌고, 자책도 늘어 갔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저의 사랑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빗나감의 끝에서, 감사하게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리게

    문화일보 | 2017-01-02 12:07
  • <2017 신춘문예>나선의 숲에서 부유하는 시어들 - 이진경

    <2017 신춘문예>나선의 숲에서 부유하는 시어들 - 이진경

    평론 당선작 1. 나선형과 시차 고대 예술가들은 대체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실물과 거의 흡사한 모방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예술과 실재의 관계에 대해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예술가는 자연에서 여러 요소들을 선별함으로써 자연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완벽한 전체를 제작해낸”다고 보았다. 고대 그리스의 건축 또한 자연의 영감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인 이오니아 양식은 본체 꼭대기를 덮는 석판이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앵무조개의 소용돌이 모양을 본”떠 적용한 것으로서, 동시대의 다른 양식에 비해 정교하고 섬세한 미적 감각을 선보인다. 요컨대 이오니아식 기둥은 “우아함과 다양함을 추구하며, 동(動)과 정(靜), 개인과 공동체, 원심과 구심처럼 삶에 대해 대립하는 두 가지 관념을 매우 순수한 형태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전(神殿)의 기둥머리에 발현된 나선형 패턴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볼 때는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에는 지상의 것을 양손으로 둥글게 말아 그 안에 담아두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것?

    문화일보 | 2017-01-02 12:05
  • <2017 신춘문예>감각적인 문장·침착한 시선 울림 커… 읽을수록 깊은 여운

    <2017 신춘문예>감각적인 문장·침착한 시선 울림 커… 읽을수록 깊은 여운

    동화 심사평 올해 응모작들의 경향은 ‘거칠거나 힘없거나’였다. 화장, 이성 교제, 성폭력, 힙합 등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점이 눈에 띄었지만 자극적 소재 이상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첨예한 삶의 현장을 보다 숙성된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작가적 성찰이 더 필요해 보인다. ‘매일매일 숨바꼭질’은 가장 문장이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어린 아들의 지난한 삶이 늪처럼 독자를 끌어들일 뿐 동화적인 전망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내 글을 읽는 어린 독자와 무엇을 소통하고 싶은지 숙고해 보기를 부탁하고 싶다. ‘좋아요’는 한 SNS

    문화일보 | 2017-01-02 12:02
  • <2017 신춘문예>틀린 길 걸어온 건 아니었구나… 이제야 안심

    <2017 신춘문예>틀린 길 걸어온 건 아니었구나… 이제야 안심

    동화 당선소감 - 김수연 나의 할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자주 서점에 가셨습니다. 한참을 빙빙 돌며 책을 고르는 동안 묵묵히 기다려 주셨습니다. 네 권을 고르면 세 권은 할아버지가, 한 권은 내가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 읽고 맘에 쏙 들어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은 쉽게 손이 닿는 책장 아래에, 나머지는 위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책장 아래에 꽂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읽을 때와 달리 쓰는 시간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혹시 내 길이 아닌 곳을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몇 번씩 뒤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당

    문화일보 | 2017-01-02 12:02
  • <2017 신춘문예>그런 하루 - 김수연

    <2017 신춘문예>그런 하루 - 김수연

    동화 당선작 학교가 끝나고 축구를 한 판 했다. 동전을 긁어모아서 음료수 한 병을 샀다. 넷이서 나눠 먹으니 한 모금씩밖에 못 먹었다. 아직 초여름인데도 햇볕이 너무 뜨거웠다. 애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며 나랑 민규만 남기고 갔다. 민규와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규도 나처럼 아버지와 둘이만 산다. 우리는 서로 눈치 없이 엄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민규와 둘이 있는 게 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둘 다 할 말을 잃은 채 있을 때도 많았다. “연재한테 가 볼까?” “거기 가서 뭐하냐?” “있으면 같이 노는 거지 뭐.” 민규도 나처럼 배가 고픈 거 같았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민규를 따라 걸었다. 연재네 빵집은 시장 입구에 있다. 우리는 건너편에서 까치발을 든 채 안을 들여다봤다. “있어?” “없어.” 빵집 안에는 연재뿐 아니라 손님도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지금 들어가기 좀 그렇지?” “그지, 연재도 없는데 가서 뭐해.” 나와 민규는 다시 갈 곳을 잃은 채 하늘만 보고 서 있었다. 그때였다. “얘들아.” 키가 크고 깡마른 누나가 말을 걸었다. 검고 숱 많은 머리가 어깨에 닿아

    문화일보 | 2017-01-02 12:00
  • <2017 신춘문예>‘일상’ 자유롭게 다룬 문장 안정적… ‘경향’아닌 ‘솜씨’보고 뽑아

    <2017 신춘문예>‘일상’ 자유롭게 다룬 문장 안정적… ‘경향’아닌 ‘솜씨’보고 뽑아

    단편소설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에는 ‘외부’가 없었다. 거의가 그랬다. ‘작품’으로 덩그마니 있을 뿐, 그것들은 이른바 현실이라든가 일상이라든가 하는 ‘외부’를 작품 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고립과 단절을 자초하며 작품 저 홀로 낯선 질서를 지어냈다. 인과와 의미 등 현실적 연관 따위 아랑곳 않고 에일리언의 눈을 끔뻑거리며 우리가 대하고 있는 현실을 의심투성이의 눈길로 노려만 보았다. 왜 그러는지 알겠다. 이러한 작법의 태도와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점점 커져가는 한국소설의 한 물길이기도 하니까. 이에 대한 반발로 ‘현실

    문화일보 | 2017-01-02 11:20
  • <2017 신춘문예>내가 하려는 이야기, 의심하며 치열하게 쓸 것

    <2017 신춘문예>내가 하려는 이야기, 의심하며 치열하게 쓸 것

    단편소설 당선소감 - 문은미 머릿속에 온통 써야 한다는 생각뿐인 날들이었습니다.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도망쳤다가도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오고는 했습니다. 소설이 좋았고, 글 쓰는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잘 돌아왔다고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마도 혼자 가는 길이었다면 이곳에 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제나 곁을 지켜 주는 든든한 나의 가족. 엄마 아빠, 동생 J와 Y, 할머니.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모르는 채로 쓰면 되는 거라고 용기를 주셨던 황충상 선생님, “너는 결국 계속 쓸 거야”라고 말씀해주신 박상우 선

    문화일보 | 2017-01-02 11:20
  • <2017 신춘문예>플랫폼 - 문은미

    <2017 신춘문예>플랫폼 - 문은미

    - 단편소설 당선작 집을 나서면서 혜진은 저녁 반찬으로 마트에 새로 들어온 포장 불고기를 먹어보자고 했다. “상추만 더 사면되잖아. 편하겠다.” 혜진은 계산대에 포장 불고기가 올라올 때마다 개수를 세고 있는 것 같았다. 표정엔 안타까움이 역력했지만 손님이 이미 선택한 물건을 내려놓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몰래 씩 웃고는 했다. 나는 따라 웃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혜진이 손짓을 했다. “불고기들이 다른 세계로 떠나고 있어.” 그녀가 나에게 물건이 꽉 찬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녀는 계산대를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레일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가끔 물건들 대신 계산대 자동레일에 타고 싶다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도 있지만 굳이 마트에서 일하는 이유는 그것뿐이라고 했다. “조만간 내가 레일 위에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을지 몰라요. 그건 일종의 예행연습이에요.” 그녀와 처음 단둘이 술을 마셨을 때 그녀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녀와 나의 동거가 시작됐다. 속이 꽉

    문화일보 | 2017-01-02 11:17
  • <2017 신춘문예>조각 칼끝 따라 삶의 고단함 담아내… 詩的 형성력 완성

    <2017 신춘문예>조각 칼끝 따라 삶의 고단함 담아내… 詩的 형성력 완성

    - 시 심사평 “언어를 다루는 말솜씨는 있다. 말들을 재미나게 쓰기는 썼다. 그래서 내용이 불확실하지만 싱겁지는 않다. 그렇지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있어야 할 거 아니냐.” “말재주만 가지고 시를 너무 쉽게 쓴다. 그런데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키지 않아서 말의 유희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이는 본심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나눈 대화의 한 부분이다. 이 대화 속에 오늘날 신춘문예 투고 시의 문제점이 깊게 드러나 있다. 가능한 한 위의 문제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작품을 고른 끝에 진창윤의 ‘목판화’, 고은진주의 ‘장어는 지글지글 속에 산다’, 이언주의 ‘사과를 깎다가’ 등 3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장어는 지글지글 속에 산다’는 장어를 잡아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가난하지만 따뜻한 풍경이 그려져 있으나 시적 응집력이 약하고 산만하다는 결점이 두드러졌다. ‘사과를 깎다가’는 “사과를 깎다보면/ 툭, 껍질이 끊어지는 소리/ 꼭 눈길을 걷던 당신이/ 뒤를 돌아볼 것 같아” 등 서정적 개성이 두드러진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단순한 소품에 머무르고 있다는 ?

    문화일보 | 2017-01-02 11:06
  • <2017 신춘문예>그냥 습관처럼 詩쓰며 무지렁이처럼 살 터

    <2017 신춘문예>그냥 습관처럼 詩쓰며 무지렁이처럼 살 터

    시 당선소감 - 진창윤 영상의 시대, 예술의 죽음을 선언한 시대, 문자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라고, 가려움에 견딜 수 없어 토하고 마는 어떤 묵상이라고 믿으며, 자꾸만 녹아 들어가는 빙산 위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기형도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정도를 아무것도 안 하고 시만 읽고 시만 썼습니다. 아니 시 흉내를 냈습니다. 색이 다른 단어가 만나는 경계에서 출렁거리는 낯선 감흥. 그 맛깔나는 단어들을 찾아 문장 속을 헤엄치다가 잠들다가 했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좀 더 간절해야 한다고, 좀 더 절박해야 한다고…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동화적 상상력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스쳤을 뿐인데, 뭐가 묻어난다는 말을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연에 대하여, 자신에 대하여 질문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어떡하면 지루한 얘기를 지루하지 않게 말할까 고민하겠습니다. 이제 돌아오지 못할 길에 들어섰습니다, 속절없이 주어진 시간을 무모하게 써

    문화일보 | 2017-01-02 11:06
  • <2017 신춘문예>목판화 - 진창윤

    <2017 신춘문예>목판화 - 진창윤

    - 시 당선작 목판 위에 칼을 대면 마을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 안쪽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풍경들은 늘 배경이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여자의 문 따는 소리를 들으려면 손목에 힘을 빼야 한다 칼은 골목을 따라 가로등을 세우고 지붕 위에 기와를 덮고 용마루 위의 길고양이 걸음을 붙들고 담장에 막혀 크는 감나무의 가지를 펼쳐준다 나는 여자의 발소리와 아이의 소리 없는 울음을 나무에 새겨 넣기 위해 밤이 골목 끝에서 떼쓰며 우는 것도 잊어야 한다 불 꺼진 문틈으로 냄비 타는 냄새가 새어나오더라도 칼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쯤 되면 밤 열두 시의 종소리도 새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여백은 언제나 좁아서 칼이 지나간 움푹 팬 자리는 서럽고 아프다 지붕 위로 어두운 윤곽이 드러나면 드문드문 송곳을 찍어 마치 박다 만 못 자국처럼 별을 새겨 넣는다 드디어 깜깜한 하늘에 귀가 없는 별이 뜬다 여자는 퉁퉁 불은 이불을 아이의 턱밑까지 덮어주었다 내 칼이 닿지 않는 곳마다 눈이 내리고 있다

    문화일보 | 2017-01-02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