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2019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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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약 新안전지대 미래 안심사회 연다>조리실 위생 초고속검사 ‘찾아가는 연구실’… ‘식중독 제로’ 만든다
올 5호차 도입 예정 ‘신속검사차량’ 조식 제공하는 대형 행사장 전날 밤11시부터 점검 돌입 식중독 우려 음식물 수거해 검사차량서 유전자 등 분석 2012년 1호버스 운영 시작 서울·광주·부산 등에 총4대 균 17종 - 유전자 35개 검사 식약처 “내년 6개권역 배치” 지난해 7월 모일 오후 11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대회장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검사관들의 업무가 시작됐다. 대회 선수촌 식당의 아침식사가 시작되는 이튿날 오전 5시 이전에 제공 식재료들의 상태 점검을 끝내기 위해서다. 현장검식관은 식당에 입고되는 식재료의 신
최재규 | 2020-01-08 10:37 -
<2019 신춘문예>의자 - 유은경
■ 동화 당선작 기열이는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다리가 네 개나 있지만 걸을 수가 없다. 세상 어디에도 걸어 다니는 의자는 없으니까 말이다. “의자가 되다니. 어휴, 내 팔자야.” 기열이는 울고 싶었다. 할머니 생각도 났다. 내 팔자야를 입에 달고 살지만 손자를 보면 환하게 웃는 할머니. 고양이 씨, 까치 씨, 벚나무 씨……. 할머니는 동물이나 식물에 씨자를 붙여 부르곤 했다. 가끔 손자에게도 기열 씨라고 불렀다. 팔다리 허리 무릎 안 아픈 데가 없는 할머니는 지금쯤 유모차를 밀고 손자를 찾으러 다닐 것이다. “코딱지만 한 게 무슨 팔자타령이여. 그런 말 하면 못써.” 옆에서 식탁의자가 나무랐다. 식탁의자는 등받이에 막대 한 개가 간신히 붙어있다. 그마저도 조금만 충격을 주면 부러져나갈 것 같았다. “할아버지, 조용히 좀 해주시면 안 돼요?” 바퀴의자가 짜증을 냈다. 그러더니 혼자서 중얼거렸다.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바퀴 하나가 빠져나간 바퀴의자는 삐딱하게 서 있다. “저 녀석은 멍 뭐라고 하는 별에서 왔다지?” 식탁의자 위로 붉은 느티나무 잎이 빙그?
문화일보 | 2019-01-02 11:28 -
<2019 신춘문예>‘역지사지’ 상투적인 주제지만 발랄한 상상력·상큼한 문장 눈부셔
■ 동화 심사평 올해의 심사는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작품 수는 예년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내용은 사뭇 달라진 투고작들. 왕따, 다문화, 길고양이, 이런 유행도 보이지 않았고,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동화들이 많았다. 작가 지망생들의 저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일까. 최종으로 올린 네 편의 작품들은 모두 당선작으로 손색없어서, 그중 하나를 가리는 일에 즐겁고도 안타까운 고민이 깊었다. ‘사과의 맛’은 인간이 모두 거대 시스템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반기를 들고 사과를 키워낸 노인과, 사라진 노인의 뒤를 잇고자 사과 씨를 품은 채 떠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묵직한 주제를 인상적인 배경과 사건 설정으로 잘 살려내고 있는데, 그 모든 요소들을 장악하면서 끌고 나가야 할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밤일 나가는 부모가 묶어 놓은 일곱 살 아이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열세 살 아이의 만남을 다룬 ‘선 위의 아이들’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병적인 상황과 인물인데도 그것을 비극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문장의 힘이 강력했다. 이 작가의 깊은 뱃심이 동화적인 호흡을 타
문화일보 | 2019-01-02 11:17 -
<2019 신춘문예>아이들이 편히 쉬어가는 의자 같은 동화 쓰겠습니다
■ 동화 당선소감 - 유은경 한동안 그림책만 봤어요. 그림책을 펼치면 파도치던 마음이 잔잔해졌거든요. 어느 날 ‘홈런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너에게’라는 책을 읽었어요. 홈런을 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동네 형이 말했지요. “나가사키 포크스의 조지마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몸을 만드는 데 10년이나 걸렸대. 식사를 조절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그렇게 힘든 훈련을 10년 동안 꾸준히 했대.” 이 대목을 읽다가 잠시 멈추었어요. 그리고 나에게 물었지요.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려고? 10년도 안 해보고 절망이라는 말을 입에 담다니. 말이 되냐? 우리 동네 작은 공원에는 나무벤치 두 개가 있어요. 언제부턴가 그 앞에 의자가 하나씩 늘어나더니 여덟 개가 됐어요. 대부분 낡은 의자였어요. 그런데 저만치 검정 바퀴의자가 외따로 놓여있었어요. 바퀴가 빠져나가 기우뚱하니 서 있었지요. 의자들의 사연이 궁금했어요. 어디서 왔을까? 저희끼리 무슨 이야기를 할까? 혹시 깊은 밤이면 노래 부르고 춤추다가 날이 밝으면 안 그런 척하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바퀴 빠진 의자에게 바퀴를 달아주고 싶었어요. 부족한 작품 뽑아주?
문화일보 | 2019-01-02 11:17 -
<2019 신춘문예>‘아무’의 기억과 고통 - 김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 소설들에 대해
■ 평론 당선작 - 김영삼 조선의 소녀는 에이코가 된다. 그들은 일본어로 일본 여성들의 이름으로 불렀다. 위안부가 된 ‘나’는 열세 살의 자신을 상실했다. 조센삐라는 이름만 남고 ‘나’는 없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제국-조선인’ 또는 ‘제국-벌레’의 관계이다. 1. 2018년 7월 김숨은 ‘흐르는 편지’의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의 말을 쓰는 오늘도 한 분이 돌아가셔서 생존자는 이제 스물일곱 분’이라고 기록했다. 이 글을 쓰는 2018년 12월 5일에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시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옥순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생존자는 스물여섯 분이다. 2. ‘흐르는 편지’에서 ‘나’의 이름은 ‘후유코’이다. 그녀를 찾아온 일본군이 지어준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후유코, 도시코, 모모코, 후미코, 야에, 미쓰코, 요시코, 히후미, 유키코. 이 이름의 주인들은 일본의 어딘가에 살고 있었을까. “혹시나 배 속 아기가 그 여자들 중 하나의 아기가 아닐까”(‘흐르는 편지’, 현대문학, 2018, 126쪽) 싶어서 ‘나’는 강물에 편지를 쓰면서 일본 여자의 이름들을 쓴다. 그 이름들 하나하나에는
문화일보 | 2019-01-02 11:14 -
<2019 신춘문예>시급하고 시의적인 현실의 문제… 글감과의 깊은 교감 돋보여
■ 평론 심사평 김영삼 씨의 ‘‘아무’의 기억과 고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숨의 일련의 소설들, ‘흐르는 편지’ ‘한 명’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등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이 글은 단숨에 읽혔거니와, 김영삼 씨의 글에서 돋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글감과 나누는 깊이 있는 교감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은 그 자체로 매우 뜨거운 미메시스의 대상이다. 식민성과 여성성 그리고 국가와 신체의 문제 등 보편적 담론의 초점들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증언과 고발에 나선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고 시의적인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영삼 씨의 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실함과 아픔을 포착해낸 김숨의 소설들을 따라 읽는다. 작가로부터 주어진 글감을 별다른 비평적 안경 없이 따라 읽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훑어간다. 글감으로 말하자면, 참혹한 삶과 여러 겹의 마이너리티가 지닌 문제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고통을 재현하는 언어의 문제와 장소 없는 존재라는
문화일보 | 2019-01-02 11:00 -
<2019 신춘문예>문학소통 공간이었던 강의실… 학생들에게 빚을 졌다
■ 평론 당선소감 - 김영삼 문학을 사랑하는 아내는 ‘헉’과 ‘드디어’였다. ‘지금부터는’이었던 인문대 4층 ‘싸부님’의 손길은 따뜻했다. 한 선배는 ‘나도’였다. 아버지는 ‘맨날 읽어 쌌드니’라며 심드렁했으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서동댁(어머니)은 ‘그것이 뭔디?’ 그리고 ‘잘했다’였다. 이들과의 시간이 더 오래였으면…. 장모님은 ‘오메’였고, 먼저 가신 장인어른과는 한잔을 못해 아쉽다. 딸 ‘은유’와 아들 ‘환유’는 이름이 무색하게 아직 그 의미를 모른다. 나는… 내내 덤덤했으나,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린 사내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폐허가 된 곳. 한때는 은사시나무가 반짝였으나 ‘창밖을 떠도는 겨울 안개들’처럼 쓸쓸함을 익혔던 곳, 문학보다 사람이 먼저였던 곳, ‘용봉문학회’. 그러나 그곳은 나의 집이었다. 또 한 곳. 학교 정문 사선으로 꺾인 골목에 게릴라처럼 은거하던 서점 ‘청년글방’. 팔리는 책보다 주인장에게 읽히는 책이 더 많았던 곳. 비평도 아름다울 수 있다던 털보 주인장의 말을 아직 기억한다. 그의 문장은 여전하다. 죄송하고 고맙다.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
문화일보 | 2019-01-02 11:00 -
<2019 신춘문예>미래세대의 ‘아무것도 하지 않음’… 신선한 눈으로 능청맞게 담아
■ 단편소설 심사평 본심에서 주목했던 작품들은 주로 청년실업을 다룬 작품이었다. 실은 그런 소재가 압도적일 만큼 많았다. 딱히 실업은 아니더라도 작품 속의 인물들은 아르바이트, 인턴, 기타 한시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어쩌다 취업한 직장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소설은 실업과 관련된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저항과 투쟁의 결기가 사라지고 체념 같기도 하고 달관 같기도 한 태도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가진 자의 오만과 못 가진 자의 불만이 정작은 동일한 욕망의 다른 표출이라는 새로운 인식 때문인지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처지에 관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시선과 언어를 확보하려 든다. ‘목인의 나무’에서 마치 ‘바틀비’인 듯한 엉뚱한 인물이 등장하여, 나무에 보이는 그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사주와 대립하는 상황을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문제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올리버처럼’의 올리버도 미래가 불확실한 다른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지만 특유의 ‘올리버스러움’ 즉, 공연한 포즈로 현실을 멋쩍게 혹은 의연하게 마
문화일보 | 2019-01-02 10:57 -
<2019 신춘문예>기쁜 일로 마신 코냑 한 모금, 들숨에 달큰한 향이…
■ 단편소설 당선소감 - 오선호 기쁜 일이 생기면 이걸 마시자, 라고 정해두었던 코냑 한 병을 기억해냈다. 몇 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찬장 안 어두운 데 있던 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적당한 잔을 고르고 술을 따르는 동안 내내 속이 어수선하기만 했다. 한 모금 마셨다. 강렬하게 향기로웠다. 알고 있던 맛을 넘어서는 실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호박색 투명한 액체를 들여다보았다. 이 순간의 감각 외에 다른 것들은 뒤로 다 물러났다. 내가 왜 지금 이것을 마시고 있는지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곧 지나갔고 나는 방금 전 받았던 전화 통화의 내용을 곱씹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막연히 짐작했던 기쁨은 팔짝팔짝 뛰고 싶고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상태에 가까웠는데. 당선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은 평상시 상태가 아니게 되었다.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진폭 큰 감정이었다. 좋은 술의 향이 퍼져 들숨이 ‘달큰’했다. 항상 숨을 쉬지만 향기에 새삼 호흡을 의식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날 때면 내가 문장을 이해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매번 짜릿하게 기뻤다. 이만교 선생님, 글쓰기 공작소에
문화일보 | 2019-01-02 10:57 -
<2019 신춘문예>버드워칭
■ 단편소설 당선작 - 오선호 매니저가 테이블 위 담뱃갑을 집어 들자 쌍둥이 형제도 각자의 주머니를 뒤진다. 호프집 천장 높이 매달린 50인치 텔레비전에서 야구중계가 나오고 있다. 7회말 동점 상황, 1사 3루 찬스에서 3루 주자가 투수의 견제구에 걸린다. 의자를 뒤로 빼며 반쯤 일어선 어정쩡한 자세인 채로 세 사람의 눈이 방송 화면에 붙박인다. 매니저와 쌍둥이들은 응원하는 팀이 다르다. 잠시 주춤하던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미진도 맥주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문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눈으로만 쫓아간다. 미진이 입은 흰색 티셔츠 등에는 땀이 마른 얼룩이 흐릿하다. 얼룩 너머 짙은 색 속옷 끈 두 줄이 날개를 누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날개 안쪽에는 한 쌍의 폐가 있을 것이고 그 안으로 곧 연기가 가득 스밀 터이다. 잠들었을 때 숨 쉬는 걸 가만히 살펴보면 그녀의 호흡은 늘 얕았다. 작은 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연기를 상상한다. 양손으로 잡으면 한 줌이 조금 넘는 몸통 안에 차곡차곡 그 모든 장기가 들어 있는 것을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내 뱃속 어딘가가 아려온다. 미진이 밖으로 나가 보이지 않게 되?
문화일보 | 2019-01-02 10:54 -
<2019 신춘문예>입에 가지를 물고 돌아온 하얀 새를 본 것만 같다
■ 시 당선소감 - 조온윤 학교를 졸업한 뒤 이제는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 생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혼자서 망양 한가운데를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를 쓰는 일이 혼자서만 보는 새를 기르는 것처럼 무력하고 무용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새를 놓아주어야 할까. 새는 내 안에 갇혀 병들고 있는 걸까. 불안하고 슬펐다. 새를 풀어주어도 새가 나를 떠나지 않길 바랐다. 뭍을 그리워하며 비둘기를 날려 보냈던 방주 위의 노아처럼, 실은 내가 발 디딜 수 있는 곳이 있길 바라며 먼 곳으로 흰 종이를 부치고 또 부쳤던 거 같다. 입에 가지를 물고 돌아온 하얀 새를 본 것만 같다. 그간 나의 방주가 되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언젠가 ‘생의 이면’을 읽고 얻은 힘이 지금도 내 안에 남아있다. 이승우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마음이 힘들었을 때 나희덕 선생님께서는 사라지지 않는 알약을 건네주셨다. 마음에 감기가 든 거라고 여기라던 말씀을 여전히 알약처럼 품고 있다. 감기는 흔한 거고 며칠 앓고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신형철 선생님께서 내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해주신 것을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다. 어떤 온기는 몸에 그대로 남?
문화일보 | 2019-01-02 10:48 -
<2019 신춘문예>자연의 냉혹한 질서와 죽음의 공포, 삶의 애착을 무심하게 바라 봐
■ 시 심사평 신춘문예 시 심사는 3∼5편의 완성도가 높고 고른 투고작 중에서 투고자의 역량이 집중된 ‘한 편’을 선정한다. 우리 시단에 즐거운 자극을 줄 새로움도 기대하게 된다. 이런 점이 이른바 신춘문예 유형을 형성하게 되는 것 같다. 예심에서 올라온 13명의 작품 중에서 마지막까지 논의된 그 ‘한 편’은 ‘사돈’ ‘헤드셋 소녀’ ‘바닥 꽃 핀다’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등 4편이었다. ‘사돈’은 사물의 모습이나 움직임을 소리로 듣고 냄새로 감지하는 빼어난 공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만물이 ‘사돈’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작품이다. 귀로 듣는 말에서 벗어나 세계와 온몸으로 교감하려는 태도가 주목할 만했으나 비약이 심한 몇몇 문장들은 부자연스러웠다. ‘헤드셋 소녀’는 헤드셋 음악에 스스로 갇혀 지내는 소녀의 내면적 움직임을 체험시키는 감각적인 이미지와 그 음악을 연상시키는 스타카토 리듬이 인상적이었다. 표현 기법만으로 본다면 으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소녀의 목소리에서 어른의 관념이 감지되어 아쉬웠다. ‘바닥 꽃 핀다’는 냄비에 끓는 물에서 단단한 바닥을 뚫고 올라와 꽃피우는 봄?
문화일보 | 2019-01-02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