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획·고정물
2026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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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초과하는 언어로서, 음악<김기태 론 1)> -오웅진
1. 노래하는 속인들의 픽션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가의 한 단편을 두고 질문한다. 소설에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어찌 그리 인용되는 것인지. 소설가가 되묻는다. 고다르를 인용하는 건 자연스럽고 대중가요를 인용하는 것은 문학적이지 않으냐고.2) 영화지라는 매체를 참작한 나름의 유머였는지, 정말로 누벨바그 감독이 대중가요의 카운터파트라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김기태의 소설에서 대중가요가 독특한 지위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소설 중간에 한 구절씩 툭, 자주 등장한다. 이 세계에서 음악은 크게 두 가지를 증언한다.
문화일보 | 2026-01-02 10:10 -
단단한 문장에 담긴 깊이 있는 시선… 문학의 효용성 떠올리게 해
신비로운 개성과 안정된 구조, 단단하고 유려한 문장과 곱씹어볼 만한 주제가 장점으로 여겨진 네 편의 응모작이 본심에서 가장 길게 논의됐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소문의 대교’는 네 편 중에서 가장 강한 개성을 드러냈으며 독자가 빈틈을 더듬어보며 여운을 품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환상성을 띤 대교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구현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야기는 채워져야 하는 틈이 있고 그대로 두었을 때 빛나는 틈이 있는데, 꼭 채워져야 할 미스터리가 끝까지 빈 채로 남겨져 종국엔 여운보다 궁금증이 증폭되
문화일보 | 2026-01-02 09:35 -
실패 거듭해도 매달리는 마음… 가능성 이어질 수 있게 쓸 것
즐기지도 않는 가챠에 대해 생각한 건 희박한 가능성에 매달리는 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저에게도 익숙한 마음이라는 사실은 당선 소식을 듣고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접점 없어 보이던 타인이 실은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기뻤습니다. 소설을 읽고 쓴 덕입니다. 저에게 흥미로운 소재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멀리 가 보라고 말씀해 주신 이갑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업 있는 날마다 작은 책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문화일보 | 2026-01-02 09:35 -
가챠, 가챠 - 박재연
현이 들고 오는 알은 매끄러웠다. 겉은 불투명할 때도 반투명할 때도 있었다. 반투명한 알은 열릴 때도 열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현이 원하지 않는 것이 그 안에 있으면 알은 열리지 않았다. 현은 열기 전까지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알이 좋다고 했다. 불투명한 알은 현이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열렸다. 내가 다음 달 생활비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을 때, 폐업 매장이 생기기는 하냐고 물을 때. 그럴 때면 현은 밖으로 나가 빌라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흡연자가 담배와 라이터를 찾듯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불투명
문화일보 | 2026-01-02 09:29 -
막상막하 다섯 작품… ‘얼마나 문학을 사랑하는지’ 기준으로 심사숙고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는 총 28명의 응모자가 원고를 보내주셨다. 작년보다는 적은 편수였지만 평년보다는 많은 편수였다.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예상했던 대로, 페미니즘, 인공지능(AI)시대의 문학, 신자유주의적 비참 등이었다. 우선적인 심사 기준은 둘이었다. 첫째, 응모자가 한국문학의 현재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였는데, 이것은 착점의 문제다. 맥락을 이해하는 비평가가 지금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유효한 발언이 되는지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둘째, 평론 장르의 특성상 당연한 말이지만, 사용하
문화일보 | 2026-01-02 09:22 -
일상 속 파고든 음악처럼… 문학을 우리 삶 가까이에
과거 싸이월드 시절의 어떤 청춘이 그랬던가요, 음악만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무언가라고. 미어터지는 지옥철 안에서도 어떻게든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찔러 넣는, 삼각형의 재생 버튼을 누르려는 누군가의 치열한 동작들을 볼 때면 안타까우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마치 예술이 어떤 생존에 기여하거나, 일련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드니까요. 그리고 이때의 회복은 그가 해당 음악을 잘 아는 데서 비롯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해외 팝의 외국어를 전부 알아듣지 못해도, 심지어는 지금 들려오는 고전음악의 소리가 관악기의 것
문화일보 | 2026-01-02 09:22 -
안전해 보이는 편의점 공간 너머… 어린이의 고통 이끌어내
어린이가 사는 세상은 어른이 사는 세상과 같은 곳이다. 추우면 똑같이 춥고 어두워지면 거리가 캄캄해지는 것도 같다. 어린이도 아픔을 감추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애쓰면서 충실하게 하루를 산다. 그러나 아직 서투르기 때문에 그 행동이 어긋난 곳을 향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저지른 잘못의 파장에 놀라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어지럽게 조각나버린 어른들의 문제가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화는 이런 정황을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결심으로 담는 문학이다. 전년보다 SF 또는 판타지
문화일보 | 2026-01-02 09:22 -
당선까지 날 이끌어준 작품 속 두 아이에 감사
뛸 듯이 기쁘다는 말이 나를 위해 준비된 말 같았다. 당선 전화를 받고 길에서 방방 뛰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내 모습을 꽤 자주 상상했다. 상상 속 나는 운다. 울어서 대답을 잘 못한다. 끊고 나서도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현실의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웃음이 새어 나온다는 말이 나를 보고 만든 말 같았다. 계속 웃음이 나왔다. 입꼬리가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즐거운 고민이 이어졌다. 인터뷰 때는 어떤 옷을 입고, 시상식에는 누구를 부르고, 제출할 사진은 어디에서 찍고, 당선 소감을 어떻게 쓸지. 전화
문화일보 | 2026-01-02 09:22 -
구름을 잡는 방법 - 김현아
“딸랑” 오늘도 그 아이가 들어왔다. 나는 컵라면을 감싼 비닐을 뜯지 않고 손톱으로 긁기만 했다. 아이는 컵라면을 골라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 주인아주머니는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았다. 핸드폰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가 값을 치르고 온수기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와 함께 나도 비닐을 벗겼다. 아이가 먼저 뜨거운 물을 부었다. 아이가 비키자마자 나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일, 이, 삼, 사….” 아이가 숫자를 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물이 컵라면에 표시된 선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얼른 테이블 위에 컵라면을 올려놓았
문화일보 | 2026-01-02 09:18 -
기후 위기에 경각심 주는 시… 긴 여운과 정교한 묘사 빼어나
2026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에는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었다. 가히 문학에 대한 열화(熱火)와 같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적 경향은 서정시가 우세했다. 자연과 계절감, 생활의 서사, 가족과 공유한 경험 등 전통적인 소재가 많았다. 물론 시대적인 현실을 반영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AI)’ ‘레시피’ ‘시니어’ ‘반려’ ‘행성’과 같은 시어가 활용된 시편이 꽤 있었다. 외따로 떨어져 지내는 시적 화자의 등장이나 산문화 성향은 더 두드려졌다. ‘혼령(魂靈)’의 출현은 요 몇 해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흥미로운
문화일보 | 2026-01-02 09:13 -
시가 주는 ‘투명한 부끄러움’… 시를 외면하지 못하게끔 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시에서 위로를 구합니다. 저 역시 제가 보지 않으려던 제 안의 어둠과 마주칠 때마다 시를 찾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위로’로 부르는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이 정말로 시의 자리일까요? 위로란 과연 무엇일까요. 캐나다의 정치인이자 사상가 이그나티에프는 한 저서에서 ‘시편’을 인용하며, ‘위로’란 나 자신과 내 삶의 맥락으로부터 한 발 물러나 그 장면을 전체로 다시 보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저 말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상황이 그대로더라도 그걸 전체로 돌아볼 정확한 자리가 주어지고 나면, 사
문화일보 | 2026-01-02 09:13 -
가뭄 - 유주연
햇볕이 산등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새들은 마른 낙엽 밑으로 고개를 집어넣고 있었다 항아리는 토방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마른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의 가슴도 조각나고 있었다 대답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는 그들의 마른 처소에서 울고 사람은 제단 아래에서 멍해지고 있었다 텁텁한 입과 질어진 머리 안팎으로 미처 울음이 되지 못한 슬픔들이 무음으로 울고 있었다 빛은 점점 옅어졌고 대지는 뜨거워졌으나 흙은 짙어지고 퍼즐처럼 갈라졌으나 몸들은 결코 따뜻해지지 않았다 영혼들은 스스로 자기를 먹으며 버텼다 때로 단지 마른 고기와 치즈가
문화일보 | 2026-01-02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