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흑산도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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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역시 흑산도산을 최고로 친다. 미네랄을 많이 함유한 한국 서해안에서 자란 ‘육체미선수’이기 때문이다.

이곳 홍어는 우선 다른 지역 홍어보다 크다. 물살이 강한 곳에 살기 때문이다. 홍어는 보통 연중내내 산란하는 데 특히 겨울철에 가장 많이 알을 낳는다고 한다. 한번에 단단한 껍질에 싸인 4, 5개의 알을 낳는다. 흑산도는 예부터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다.

이곳 홍어는 겨울철 이 거센 물살에 알을 낳고, 이를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날갯짓을 한다. 그러다보니 대형 육체미선수가 되고, 맛 또한 좋을 수밖에 없다. 흑산도 홍어가 가장 맛있을 때는 산란 직전이라고 한다. 특히 2월에는 설과 겹쳐 값이 가장 비싸다. 3~5월은 홍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계절이다. 홍어를 값싸게 먹으려면 이때가 제격이다.

홍어가 삭는 과정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홍어 몸 속에 들어있는 요소와 관련이 있다. 바다의 바닥에 사는 홍어는 몸 속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요소를 몸 속에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삭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를 생성시켜 특유의 맛을 내는 것이다.

홍어와 막걸리는 찰떡궁합이다. 홍어를 삭혀서 만든 요리가 홍탁(洪濁)이다. 홍어의 ‘홍’, 막걸리의 ‘탁’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비곗살 붙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신김치를 곁들인 ‘홍탁삼합 (洪濁三合)’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홍탁은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뿐만 아니라 찬 성질의 홍어와 뜨러운 성질의 막걸리 궁합까지 곁들여진 음식이다.

최고(最古)의 어류학자 정약전(丁若銓·1760~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근 흑산도 홍어가 대풍이라고 한다. 하루 200여 마리씩이 잡혀 8㎏ 이상의 최상품 암컷 한마리 가격이 성수기 때 절반인 마리당 3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때 자취를 감췄던 홍어가 최근 많이 잡히는 것은 중국 어선 불법조업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흑산도에는 9척의 홍어잡이 어선이 연간 140여t의 홍어를 잡아 50여억원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흑산도 홍어를 다시 맛볼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오창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