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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울 시리지 않게…[포토 에세이] 사진·글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시절이 하 수상(殊常)하여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는 변치 않는 것이 있다.계절의 변화가 그렇고, 그 철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한밤중 민의의 전당이 계엄군의 군홧발에 더럽혀지고, 창문이 깨지고, 문이 부서졌을지언정.날이 밝고 새해가 떠오르면 그날의 시계는 다시 돌아간다. 내란이니 반란의 수괴니, 탄핵만이 답이라고, 아니다 질서 있는 퇴진이어야 한다고 모두 할 말이 많지만.그 수많은 말 속에서도 한겨울을 나기 위한 방한 볏짚의 잠복소와 내년을 위한 밑거름은 준비해야 한다.기다리는 봄이 오면 해충이 숨어 있던 잠복소는 불태울 것이고, 땅에 뿌려진 퇴비는 한 해를 지낼 자양분이 될 것이다.- 곽성호 기자
- 2024-12-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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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빰빰 빰… 천둥 내리치는 듯한 ‘네 개 音 조합’은 운명[이 남자의 클래식] 베토벤은 명실공히 당대 제일 가는 음악가였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라치면 늘 신랄한 비평들이 뒤따랐다. ‘자유와 진보’를 모토로 삼았던 그의 음악은 늘 새롭고 파격적인 것이었고 대중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음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1808년 새로운 교향곡의 발표에서도 그랬는데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 교향곡은 너무 웅장해서 단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따름”이라는 비난에 가까운 악평을 남기기도 했다.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클래식이라 할 만한 ‘운명 교향곡’을 두고 한 말이다. “12월 22일 목요일, 베토벤이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갖는다. 모든 곡은 베토벤의 곡들로 아직 일반인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곡들이다.”(당시 프로그램 광고 문구)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관객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당시 오케스트라는 공연 전 리허설을 거의 하지 못했고, 성악가와 합창단 또한 충분한 연습을 갖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당연히 공연 중엔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발생했고 심지어 연주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독일의 12월 날씨를 상상해 보시라.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극장 안에서 4시간 동안이나 붙잡혀 있었던 관객들은 어서 빨리 공연이 끝나기만을 고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함께 공연되었던 ‘전원 교향곡’은 꽤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운명 교향곡’에 대한 반응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서주로 시작해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도무지 선율이라고 할 수 없는 마치 기계적인 전개 방식의 교향곡을 관객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빰빰빰 빰’ 하며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해 강렬하게 뿜어지는 이 사운드는 클래식 음악 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이라 할 만하다. 서주의 빰빰빰 빰 하며 울리는 단지 ‘네 개의 음들의 조합’이 바로 이 작품의 주제, 운명의 씨앗이다. 베토벤은 겨우 짧은 음 세 개와 페르마타로 길게 이어지는 음 하나만의 조합만으로 이를 늘리고 당기고, 뒤집고 해체하고 또다시 재조합하는, 변주와 발전을 통해 30분 길이의 대교향곡을 완성해 낸 것이다. 이러한 음악의 전개 방식은 이 작품만의 묘미이자 한편 음악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것으로 베토벤은 ‘운명 교향곡’을 통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형식미와 건축미를 교향곡이란 그릇 안에 담아낸 것이다. 비록 초연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품의 비범한 예술성은 서서히 사람들로부터 이해를 받기 시작했다.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듣고 “아무리 들어도 마치 자연현상처럼 경외감과 경탄을 자아내는 걸작이다. 이 교향곡은 음악의 세계가 지속되는 한 몇백 년이고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운명 교향곡’의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말년 비서인 안톤 쉰들러가 쓴 베토벤 전기에서 “‘베토벤 선생님, 교향곡 제5번의 앞부분 서주의 네 음은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묻자 선생께서는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네’라고 말하였다”는 대목에서 유래해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위의 대화 내용은 베토벤 사후 베토벤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겼던 사기꾼으로 평가받는 쉰들러의 거짓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교향곡에서 전해지는 베토벤의 운명에 대항한 처절한 몸부림의 악상 때문에 독일에서도 ‘Schicksal Symphonie’(운명 교향곡)라고 병행해서 표기하기도 한다.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교향곡 제5번 ‘운명’ 1804년 작곡에 착수해 4년이 지난 뒤인 1808년 완성되었고 같은 해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악장 클라리넷과 현악기들이 ‘빰빰빰 빰’ 하며 유니즌으로 연주하는 ‘운명’의 동기가 유명하다.- 문화일보
- 2024-12-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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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 토종 OTT 지원으로 K-콘텐츠 동반성장 이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직무대행 유현석·콘진원)은 올해 국내 OTT 및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연간 추진했다. 콘진원은 지난 2월 28일 국내 주요 OTT 5곳(티빙, 웨이브, 유플러스모바일티비(U+모바일tv), 쿠팡플레이, 왓챠)과 OTT-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일환으로 올해 ▲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OTT 맞춤형 해외진출 프로그램 지원 ▲OTT 시각장애인 대상 화면해설방송 제작지원 ▲OTT 라이브러리 강화 지원사업 등 4개 부문을 지원하며 토종 OTT의 경쟁력 강화와 우수한 콘텐츠 유치를 도모했다.◆ 시즌 2, 등 OTT 콘텐츠 제작 지원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올해 새롭게 신설된 플랫폼 연계형 부문 등을 통해 우수 콘텐츠의 OTT 편성을 확보해 국내 방송영상 제작 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IP 권리 확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제작지원작 중 앤미디어의 시즌 2가 쿠팡플레이에 공개됐으며, 공개 첫 주 인기작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의 이응복 감독이 연출한 시우컴퍼니의 와 백종원을 중심으로 임수향, EXO 수호, 채종협이 출연하는 MBC 도 제작 및 촬영에 들어가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 수출 지원 통한 토종 OTT의 글로벌 공략 가속화OTT 맞춤형 해외진출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프랑스, 베트남, 일본 등 글로벌 시장 내 토종 OTT 인지도 제고와 수출 판로 확대를 지원했다.대표적으로 지난 9월 콘진원의 2023 방송영상콘텐츠 기획안 공모작인 쿠팡플레이 시리즈 의 제작발표회를 협력하며 일본 아마존 프라임, 아시아 인기 스트리밍 서비스 뷰(Viu)와 글로벌 OTT 서비스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또한 콘진원은 왓챠의 일본 서비스인 왓챠재팬의 현지 안착을 지원하며, 인지도 제고와 가입자 및 활성 이용자 수 확대에 기여했다.U+모바일tv의 차년도 기대작인 뮤직 드라마 는 일본 독점 쇼케이스를 열어 현지 관객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화면해설, 폐쇄자막 제작 등 국내 OTT 배리어프리 환경 및 생태계 구축 선도콘진원은 장면 전환, 등장인물의 표정과 몸짓 등에 대한 해설을 추가 제공해 장애인의 콘텐츠 향유 기반을 마련하는 시작장애인 화면해설방송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업 첫해였던 2023년에는 51개 작품에 대해 약 537시간의 화면해설을 지원했다. 올해는 약 564시간의 화면해설을 지원한 39개 작품이 제작돼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시작장애인 커뮤니티(넓은마을, 아이프리 등)에서 수요 조사를 통해 실제 실수요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조사해 제작을 지원했다.지난 11월 20일에는 OTT와 함께 배리어프리 생태계 강화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장애 친화 OTT 서비스 생태계 조성 간담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티빙 ▲웨이브 ▲U+모바일tv ▲쿠팡플레이 ▲왓챠 ▲케이비에스플러스(KBS+) 등 국내 OTT 6개사가 참여했다.간담회에서는 산업계 최초로 ‘모바일 앱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에 기반을 둔 OTT별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진단 보고서를 공유하며 장애인의 OTT 서비스 이용 환경을 짚어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제작지원 사업 고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이외에도 ‘OTT 라이브러리 강화 지원 사업’에서 ▲메타데이터 운영 ▲디지털 리마스터링 ▲폐쇄자막 제작 ▲글로벌 유통 부문 지원을 통해 OTT 플랫폼의 라이브러리 운영 기반 체계화 및 국내외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특히, 300여 개 작품에 청각장애인 대상 전체 화면의 맥락을 전달하는 폐쇄자막 제작을 지원을 했다. 아울러, 영상과 음향 기술을 현지 스타일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도록 포맷 변환을 지원하는 등 OTT의 글로벌 유통 활성화를 위한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콘진원 박인남 방송영상본부장은 "올 한해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국내 OTT와 콘텐츠 산업을 위한 다각도 지원사업을 추진했다"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시장에 맞춰 국내 OTT와 콘텐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2024-12-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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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실로 서로의 자아를 마주해”… 세계를 적신 한강 스톡홀름(스웨덴) =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박동미 기자“내 오랜 친구이자 위대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시상대에 선 그녀를 보고 정신적 치유를 느꼈어요. 이것이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의 마음일 겁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귀빈 자격으로 참석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이날 한 작가의 수상 직후 문화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보다 먼저 ‘블루 카펫’을 밟았던 토카르추크는 “여러모로 정신이 없을 내 친구를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작가·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한강이 노벨문학상 메달을 손에 받았다. 한국 작가가 세계 문학의 별이 되고,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 역사적인 한 장을 써내려 간 이날. 시상식장은 토카르추크의 말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려한 연주가 시상식을 한 편의 클래식 공연처럼 느껴지게 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은 옅은 미소와 함께 메달과 증서를 건넸으며, 한 작가와 나란히 자리했던 노벨상 나머지 4개 부문 수상자 10인이 가장 먼저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한강이 활짝 웃는 순간, 기립한 1500명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관심을 모았던 한 작가의 수상 소감은 시상식이 아닌, 뒤이은 연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 작가는 스톡홀름 시청에서 개최된 만찬에서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면서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는 것,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 그것”이라며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진행된 문학상 소개 연설은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의 ‘한강 예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맛손은 한강의 글을 “하양과 빨강, 두 색의 만남”이라고 규정하고, “흰색은 슬픔과 죽음, 빨강은 삶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혹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면서 “기억을 통해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상찬했다. 한 작가가 시상대에 올랐을 때 오케스트라는 루스 깁스의 ‘암바르발리아’를 연주했다. 암바르발리아는 풍년을 기원하며 열렸던 고대 로마의 농업 축제를 뜻한다. 목가적 분위기의 곡으로, 시상식장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한 작가가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받은 메달은 175g, 지름 6.6㎝로 노벨상을 설립한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과 함께 라틴어로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가 새겨져 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 원)다.- 장상민 기자 외 1명
- 2024-12-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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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시내 곳곳 ‘한강’이 빛나는 밤 스톡홀름(스웨덴)=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2024 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된 스톡홀름 콘서트홀 인근은 10일(현지시간) 오전부터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에 의한 통제가 이뤄졌다. 시상식이 시작되는 오후 4시가 가까워져 오자 혹시나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노벨상 수상자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시청사 맞은편 거리에는 한강 작가가 ‘부모님의 고향’으로 소개한 전남 장흥군에서 온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 속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그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유학생 김지연(25) 씨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마자 스웨덴 신문과 방송은 한강으로 도배됐다"며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끌려 콘서트홀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스톡홀름 시청사에서 만찬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사 외벽에는 지난 7일부터 노벨 주간을 기념하는 ‘리딩 라이트(leading light)’가 불을 밝혔다. 특히 올해의 테마는 ‘여성’으로 123년 노벨상 역사상 단 65명뿐인 여성 수상자들을 꼼꼼히 다뤘다. 9분에 걸쳐 빛나는 리딩 라이트는 화려한 불빛으로 여성 수상자들의 업적을 조명하는 듯했다. 한 작가의 얼굴 사진 역시 두 차례 정도 포함돼 있었다. 리딩 라이트는 노벨 주간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반복 재생되고 있다.한편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상식 당일에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시상식장으로부터 걸어서 약 10분 거리의 도심에서는 스웨덴 교민들이 ‘시국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에서는 삶을 지키기 위한 촛불이 오늘도 타올랐다"며 "정권 퇴진 요구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 장상민 기자
- 2024-12-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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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명 만찬 연회… 국왕의 사위가 에스코트 ‘최고예우’ 스톡홀름(스웨덴)=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10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약 1시간에 걸친 시상식이 종료되자 올해 노벨상 수상자와 스웨덴 왕실을 비롯한 귀빈들은 스톡홀름 시청사로 이동해 만찬 연회를 이어갔다. 연회장인 시청사 ‘블루홀’을 이미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강 작가를 비롯한 수상자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한 작가는 오후 7시 1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의 셋째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이 한 작가의 만찬 파트너로서 에스코트했다. 스웨덴 왕실 측이 왕가의 일원에게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예우를 제공한 것이다. 한 작가의 자리는 약 1300명이 참석한 연회장 정중앙 귀빈석으로 마련됐다. 한 작가의 맞은편에는 구스타프 16세 국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 계승 서열 4위의 칼 필립 왕자가 배석했다. 또한 국왕과 실비아 왕비도 가까운 좌석에 앉았다.연회 당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메뉴가 공개되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연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스웨덴의 제철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예시에 솜마르스트룀과 프리다 베케 등의 셰프들이 이번 만찬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메인 코스로는 스웨덴산 가을 송로버섯과 로스팅된 닭고기에 보리 크림을 곁들인 메뉴가 나왔다. 또한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으뜸인 사과를 테마로 한 디저트도 제공됐다. 얇게 썬 사과를 차곡차곡 쌓아 캐러멜화시킨 테린에 캐모마일 크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은 연회의 품격을 높였다.연회가 시작된 지 4시간이 넘어가는 시점에 수상자들의 감사 연설이 진행됐다. 노벨상 수상 순서대로 한 작가는 네 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이후 비를 피하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언어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전달했다. 마치 오늘날 혼란한 국내외의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한 ‘밤’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우리를 서로 이어주는 언어가 있다”고 말했다. 장장 5시간을 넘긴 연회는 마침내 천장과 벽면이 금박 모자이크로 꾸며진 ‘황금의 방’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왈츠를 추며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장상민 기자
- 2024-12-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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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회복해야 할 필요[유희경의 시:선(詩:選)] ‘등 뒤에 서는 사람, 닿지 않을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서는 사람, 그러나 돌아보지는 말라는 사람, 걸으면 같이 걷고 서면 다시 등 뒤에 붙는 사람, 떠난 사람을 붙잡지 못한 사람, 가다 서서 가지 못해 울먹이던 그 사람을 영영 떠나보낸 사람, 그 사람이 지금 내 뒤에 서 있다’- 최하연 ‘그 사람’(시집 ‘보헤미아 유리’)동생은 부쩍 반항심이 커진 아들 문제로 속상하다. 별일 아니라고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고 의지를 곧추세우는 중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어른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위안이 될 리 없다. 그럴 땐 입을 꾹 닫고 들어주는 게 최선이다.사람이 제일 어렵다. 제 자식 속도 알 수 없으니 더 덧붙일 게 무엇인가.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건너편 사람의 선의를 믿는다. 여기서 선의란, 최소한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믿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길을 걷던 낯선 이가 느닷없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보도 위로 차량을 들이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국가 지도자가 비상식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런 믿음에 균열이 생기면 그 틈을 혼란과 불안이 잠식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고립되어 외톨이가 된다. 병이 든다. 어제 한 친구는 평소 복용하는 우울증약을 처방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대기실 가득한 사람들에 놀라고 말았다고 한다. 믿음을 배신당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분명 늘어났다고, 그래서 한층 더 우울해지고 말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닐 수 있겠는가. 계엄령이 선포되던 그날 밤, 두통과 현기증이 일어나 역시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사람을 사람으로부터 회복시켜야 한다. 아는데 방법이 없다. 입을 꾹 닫고 들어주기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또 자기 자신을 말해야 하는 시간이지 않은가. 서로의 선의에 대한 믿음의 세계를 다시 구축해내야 하는 방법에 대해 모두의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지 않은가. 시인·서점지기- 문화일보
- 2024-12-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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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13일 尹탄핵 집회 공연 “개런티 필요 없다” 가수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무대에 오른다.이승환은 10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금요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이승환밴드 출동하는 썰 푼다"고 적었다. 이어 "덩크슛(탄핵하라 윤석열로 개사),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돈의 신(돈의 힘으로 개사), 사랑하나요?!, 물어본다, 슈퍼히어로 부를 거다. 따뜻하게 하고 와라"라고 덧붙이며 본인 사진을 올렸다.이승환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요일 여의도,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전 개런티도 다 필요 없고, 제 기준에서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향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소리 ‘덕후’가 그 정돈 요구할 수 있잖아요"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승환이 촛불 집회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이승환은 촛불집회 주최 측인 촛불행동에 1213만원을 기부했음을 알리며 이체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다.또한 이승환은 지난 7일 본인 소셜 미디어에 "‘국민의 힘’ 의원 나리님들, 내란의 공범임을 자처하시는 모습 잘 보았습니다"라고 썼다.여의도 촛불집회 현장 사진도 올린 그는 "좋으시죠?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 80% 가까운 민주시민들의 뜻을 단박에 저버릴 수 있는 자신들의 권능이 자랑스럽고 뿌듯하시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윤 대통령의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 곳곳에서 ‘탄핵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 앞에 수십만 명이 또다시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민주노총은 14일 ‘전국동시다발 주말 집중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매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펼쳐진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들은 14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주사파 척결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박준우 기자- 박준우 기자
- 2024-12-1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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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왕에게 노벨문학상 메달 받은 한강…환희와 품격의 시상식 블루 카펫 한국시간 11일 오전 0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 약 1500명의 청중과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평화상을 제외하고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의 순서로 진행됐다. 각 부문의 소개를 맡은 연사가 수상자와 업적을 소개하고,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가 시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5개 부문 총 11명의 수상자 중에 여성은 한강 작가가 유일했다.검은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한 작가가 블루 카펫이 깔린 무대 위로 등장한 것은 시상식이 시작되고 약 40분 뒤. 이에 앞서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 작가가 스웨덴어로 소개 연설을 했다.“한강의 글에는 흰색과 빨간색이라는 두 가지 색상이 만납니다. 흰색은 그의 많은 작품 속에 내리는 눈이자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입니다. 빨간색은 삶을 상징하지만 또한 고통, 피, 칼에 찔린 깊은 상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러울 수 있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도 말합니다.”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에 대한 가슴 시린 헌사라고 할 수 있다.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답게 시적인 표현들이 귀에 날아와 박혔다.한편의 문학 작품 같은 연설은 계속됐다.“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은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그리고 그 사이를 떠다니며 아직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소설은 눈보라 속에서 펼쳐지며, 그의 기억을 조각조각 모으는 동안 소설 속 자아는 시간의 층을 미끄러지며 죽은 자의 그림자와 상호 작용하고 그들의 지식으로부터 배웁니다. 왜냐하면 (소설은) 궁극적으로 지식과 진실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한 작가의 최근작으로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감상이다. 역시 깊은 찬사로 흘러넘쳤다.이윽고 맛손 작가 연설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렀다. 영어로 호명했다.“친애하는 한강 작가, 스웨덴 아카데미를 대신해서 2024년 노벨문학상에 대해 가장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제 앞으로 나와서 상을 받으시기 바랍니다.”한 작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노벨상 증서를 받아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시상식장에 모인 청중들은 환호와 격려, 존경의 기립박수를 쳤다.이어서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오보이스트이자 작곡가 루스 깁스의 ‘암바르발리아’가 흘러나왔다. 깁스는 1950∼1960년대 남성 중심의 클래식계에서 여성으로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암바르발리아’는 깁스가 1988년에 작곡한 현악곡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사운드가 매우 서정적이고 목가적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 작가에게 어울리는 선곡이었다.시상식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됐다.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화려하기보다는 품위 있고 풍성했다. 시상식 중간중간 모차르트, 바그너, 쇤베르크의 클래식 명곡들이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시상식이 종료된 후에는 스톡홀름 시청에서 수상자 만찬이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대개 이 자리에서 수상 소감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인구 기자- 김인구 기자
- 2024-12-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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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에 한국 원폭 피해자 포함은 당연”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가 시상식 참석 대표단에 한국 등 해외 원폭 피해자를 포함한 것은 핵무기 반대를 위해 함께 오래 싸워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9일(현지시간) 수상 단체 대표로 참석한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르웨이 노벨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같은 피해를 겪은 다른 나라의 원폭 피해자들과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공동의 싸움을 해 왔음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10일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니혼히단쿄 대표단 명단에는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 피해 2세인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 브라질 피폭자 모임의 와타나베 준코 등 해외 원폭 피해자 단체 회원도 포함됐다. 특히 다나카 대표위원은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 “일·한(한·일) 관계가 있어 이중적”이라며 이들과 수년간 함께 핵 반대에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피해자들이 일제강점과 원폭의 이중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이어 다나카 대표위원은 “핵 사용의 잔혹함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며 이런 위협이 제기되는 상황에 슬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핵 보유로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에 “핵무기가 정말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며 “방위란 영토 보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고 방위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고 우리 모두 언젠가는 세상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핵무기가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이종혜 기자
- 2024-12-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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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윤리 심의 사례집 발간… “한국 언론윤리의 거울 의미” “언론이 사회의 거울이라면, 이 책은 대한민국 언론 윤리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김재형(왼쪽 사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대법관)은 10일 ‘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박영사·오른쪽)을 발간했다고 밝히며 이렇게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은 신문윤리위원회가 언론 보도의 윤리적 기준을 돌아보고 품격 있는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발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신문윤리위원회가 매달 발행하는 소식지 ‘신문윤리’에 실린 주요 심의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언론의 공정성과 공공성, 인격권 보호, 저작권 보호, 광고 윤리 등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설립 이래, 언론 윤리를 공론화하고 일반 독자들에게 언론 윤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간한 최초의 책자”라며 “언론계 종사자들에게는 실무적 참고서로서 역할을, 독자들에게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1961년 9월에 설립한 언론사 자율 심의 기구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김지은 기자
- 2024-12-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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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하나에 혼을 실은 진경점묘화[그림 에세이] “사람은 꿈을 꾸는 동안만 살아 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요약해주는 명언이다. 돈이냐 예술(달)이냐, 모든 예술가에게 고민스러운 것이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꿈과 열정으로 예술에 투신, 정신의 자유와 원시적 생명력을 찾아 나선 찰스 스트릭랜드(폴 고갱) 이야기. 얼마나 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았던가.젊었을 때부터 한국화가 박재만의 미의식을 이끌었던 것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꿈과 열정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호방한 수묵 채색화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점묘 그림을 그린 지 어언 15년이다 보니 ‘점(點)쟁이 화가’가 됐다. 정선의 진경정신에 입각, 대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신만의 솔루션이었던 것이다.긴장이 끊이지 않는 서해 5도 사생에 나설 때, 착잡한 감정들을 빛과 생명의 서사로 승화시킨 것도 점묘다. 그림에서 가장 결정적인 마지막 점정(點睛)이 화면의 시작이자 끝이다. 점 하나하나가 혼을 실은 점정이다. 평화의 염원을 안고 대치의 하늘과 바다 위로 모든 별을 끌어모아 황홀하게 수놓는다.이재언 미술평론가- 문화일보
- 2024-12-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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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작품’ 찾고 ‘어린이 작가’ 데뷔… 일상에 예술 심은 시민들[이 도시가 특별하다] 원주 ‘그림책이 가꾼 문화도시’전문도서관 갖추고 축제도 개최어린이 작가들 그림책 생산자로경매로 직접그린 그림 사고팔아부천 ‘지역예술가와 함께 성장’4년째 지역 미술유통시장 운영그림 구매·감상을 일상에 옮겨지역 연관 ‘50인 예술가’ 육성원주(강원)=장상민 기자부천(경기)=박동미 기자1차 법정 문화도시인 부천과 원주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이다. 두 도시는 ‘그림’을 매개로 지역민들의 문화향유를 증진하고, 지역 예술가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원주에선 시민들의 그림책 활동이 축제로까지 성장한 ‘원주 그림책 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리고, 시각예술 생태계 조성을 모색한 부천은 ‘부천아트페어’를 통해 예술가와 시민을 ‘윈윈’하게 했다. ‘일상이 예술’이 된 두 도시의 특별한 매력을 들여다봤다. ◇어린이들 능동적 주체로…그림책으로 가꿔나가는 문화도시 원주 “다음 경매작은 가을의 에펠탑을 그린 작품입니다. 스위치를 올리면 불빛이 반짝이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죠!” 지난달 20일 개막한 ‘2024 원주 그림책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원주 남산골 문화센터에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어린이 작가’들의 그림책 시장과 경매가 열렸다. 사회자가 경매 개시를 선언하자 5000원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순식간에 2만 원을 돌파했다. 경매에 앞서 진행된 마켓에서 직접 그린 그림과 소장품을 판매해 번 돈으로 경매에 뛰어든 아이들. 숙고를 거듭하며 호가를 올린다. 치열한 경쟁 뒤 그림책이 낙찰되자 그림을 판매한 아이와 구매한 아이 모두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6세 딸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원주시민 박모 씨는 “경매를 통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사고, 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원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주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일에 그림책은 큰 힘이 됐다. 2004년 폐버스를 활용해 시작된 그림책 전문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버스’는 어느새 원주시 그림책센터와 원주시 그림책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부터는 그림책을 주제로 축제가 시작됐다.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 5년, 이제 원주 하면 그림책이 떠오를 정도다. 이날 경매는 그림책 페스티벌의 폐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그림을 보고 만지고 듣기 위해 방문한 가족들로 북적였다. 특히, 생태를 주제로 한 올해는 원주는 물론 순천과 제주 등 지역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을 집중 조명했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고민하는 다양한 작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무엇보다 그림책이라는 콘텐츠의 수용자로서만 여겨지던 아이들을 직접 그리고, 사고, 파는 생산자이자 소비자, 능동적인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여타 문화도시들의 정책과도 차별화된다. 그림책 페스티벌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희 원주시 그림책센터장은 “원주는 예술적 저력을 지닌 도시로 수년간 그림책 프리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페스티벌도 시민들이 중심이 돼 흥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채롭게 사업을 확장해 원주 문화도시의 DNA에 그림책을 아로새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가의 성장 도모…예술이 시민의 일상 속에 들어온 부천부천은 2020년 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후, 지역 예술가가 성장하고, 이를 통해 다시 시민이 예술로 일상을 풍부하게 채워 넣을 수 있는 도시를 추구해 왔다. 즉, 지난 5년간 문화도시 부천은 도시 전체의 문화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2021년 시작한 ‘부천아트페어’가 그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다. 부천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적 기반이 다양하지만 상대적으로 미술 분야의 발전은 부족했다. 따라서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의 열기를 이어받아 지역형 미술 유통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부천아트페어를 시작했다. 또한, 이를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서만 여기지 않고 확장해 나갔다. 즉, 부천아트페어는 부천과 연관된 ‘50인의 예술가’를 선발해 키워내는 ‘예술생태계’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부천문화도시센터에서 만난 문화도시 사업 관계자는 “시각예술의 향유를 대도시와 거대자본에서 지역과 시민에게 이동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고 자부했다. 지난 8월 부천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부천아트벙커 B39 두 곳에서 진행된 ‘2024 부천아트페어’는 장소부터 상징적이다. 하나는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상업 시설이고, 또 하나는 순수하게 예술적 가치가 도드라지는 곳이다. 접근성과 본연의 의미 둘 다 고려한 위치 선정이다. 또, 주제가 ‘인생 작품 찾기’인 것만 봐도 매우 시민 친화적이다. 그림을 보고 구매하고 소장해서 두고두고 감상하는 일이 특정인들만의 것,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일상 속 예술이 흔해지는 것이 바로 ‘문화도시’가 아니냐고 묻는 듯하다. 아트페어 판매액과 관람객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네 번의 장터에서 1억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올렸고, 올해는 관람객 2만6000여 명을 달성했다.부천은 ‘말할 수 있는 도시, 귀담아듣는 도시’라는 문화도시 부천의 슬로건에 발맞춰 시민의 감정과 일상이 도시의 콘텐츠로 이어지는 ‘도시다감 : 감정사전’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에 또 다른 예술 장르인 문학을 심는 작업이다. 도시다감은 ‘도시의 다양한 감성’이라는 뜻으로,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주민 등의 속내를 듣는 프로젝트다. 책으로도 출간됐으며, 지역 연극단체가 ‘미리내 삼대’라는 무대로도 선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음악 및 뮤직비디오, 웹드라마,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을 통해 지역 콘텐츠의 확산 및 경제적 효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진행한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기반으로 부천은 문화상권을 만드는 ‘숍인숍’ 등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장상민 기자 외 1명
- 2024-12-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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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체’ 시대에 ‘가족 탄생’을 외치는 흐뭇한 ‘대가족‘ 11일 개봉하는 ‘대가족’(감독 양우석)의 주인공은 가족 3대다. 하지만 대(大)가족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 해체의 시기에 가족에 대(對)하여 곱씹을 주제를 던진다. 노포 맛집 평만옥을 운영하는 무옥(김윤석 분)은 무뚝뚝한 얼굴로 하루종일 만두만 빚는다. 남부러울 것 없던 의대생 아들 문석(이승기 분)이 출가해 승려가 된 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어느 날, “문석이 우리 아빠”라며 두 아이가 찾아온다. 이미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문석은 기가 막히지만, 무옥은 “함씨 가문의 대를 잇게 됐다”며 기뻐한다. 여기까지는 다소 평범해보인다. 그러나 ‘대가족’은 이 기본 설정 위에 코믹과 휴먼을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하게 이야기를 직조해간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200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유지하려는 무옥과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려는 문석의 대립과 화합이 웃음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개된다.문석이 의대에 재학하던 시절, 불임부부를 위해 우수한 DNA를 가진 문석에게 정자 기증을 요청하는 대학 은사의 이야기는 꽤 개연성있다. 이 때 문석은 500번 넘게 정자를 기증했고, 그렇게 그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둔 400여명이 태어났다. 이들 중 2명이 문석을 찾아온 것이고, 이미 불교에 입문한 문석은 이성적으로 그의 과거 행적을 되짚는다.무옥과 문석은 구세대와 신세대를 각각 대변한다. 무옥은 출가하겠다는 아들에게 “제사 때는 꼭 오라”는 조건을 내건다. 경건한 마음으로 조상을 모시는 그에게 자신의 제삿상을 차려줄 후손의 부재는 한(恨)이다. 그러니 아들의 혼인 여부를 떠나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핏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근심을 내려놓은 무옥은 문석에게 “네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다. 또한 “할아버지”라는 호칭 하나에 세상을 얻은 듯 행복하고, 젊게 보이려 난생 처음 염색도 한다. 그에게 가족이란 이성적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정(情)의 영역이다.평만옥과 만두는 ‘대가족’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숲 사이에서 자리한 평만옥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이으려는 무옥의 모습과 꼭 닮았다. 실존하는 유명 노포를 참조해 만든 한옥 세트는 ‘대가족’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만두를 빚는다’는 행위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제는 방에 앉아 묵묵히 홀로 만두를 빚는 무옥이 “만두 1개 팔아 400원 남긴다”면서도 손주들을 위해 주저없이 지갑을 여는 모습은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흐뭇하다.‘대가족’은 ‘변호인’(2013), ‘강철비’(2017)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2010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꾸준히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던 양 감독은 변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는 가족이다. 저는 이 영화가 ‘변호인’이나 ‘강철비’보다 더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감독으로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해왔는데, ‘대가족’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함부로 다룰 수 없다. 가족들이 서로서로 보듬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아울러 ‘대가족’는 소소한 반전을 넣어 이야기가 도식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한다. 가족극이 범하는 신파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눈물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먹먹한 마음을 품게 하는 수준에서 더 등떠밀지 않는다. 특히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준다. 대립과 화합을 반복하는 김윤석, 이승기의 연기는 탄탄하고, 두 아역 배우의 쓰임도 적절하다. “자식에게 부모는 우주요, 부모에게 자식은 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한 신이나 간절히 평생을 섬기는 신”이라는 노(老)승려(이순재 분)의 내레이션은 가족의 형태를 완성해가는 이들의 모습과 맞물려 울림을 준다.다만 107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했다. 가족 구성원과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보듬다 보니 만두소를 가득 담은 만두처럼 여백의 미가 부족하다. 다만 만두피가 터져 내용물이 새는 우(愚)를 범하진. 12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2024-12-0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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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고개와 작고개’[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경기도 용인시 구성구 동백동은 대단위 신흥 아파트단지인 동백지구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동백이란 이름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한자 지명 동막과 백현 두 마을을 합하고 ‘동’과 ‘백’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졌다. 이 중 백현의 한자 栢峴은, 잣고개를 한자 栢(잣 백)과 峴(고개 현)의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이다. 잣고개는 동백동에서 처인구 포곡읍의 마성리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이자 그 아래 마을의 이름이기도 했다. 栢을 써서 잣나무와 관련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이는 성(城)의 우리말인 ‘잣’을 가리킨다. 마을 동쪽의 선장산(349.6m) 정상을 둘러싼 고대 용구현의 통치성인 할미산성 아래를 지나기 때문에 잣고개라 불렀다.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에서 북구 석곡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도 잣고개이고, 그 아래의 마을 이름도 같다. 한자로는 尺(자 척)의 뜻과 曲(굽을 곡)의 소리를 빌려 尺曲이라 표기했지만, 길이를 재는 ‘자’나 ‘굽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기서의 ‘잣’도 성(城)의 우리말이다. 통일신라시대 9주 중의 하나였던 무주 또는 무진주의 통치성인 무진도독성의 한가운데를 관통해 잣고개라 부른 것이다.경기도 양주시청 서남쪽의 어둔동에는 호명산과 대모산 사이를 동남-서북 방향으로 넘나드는 작고개가 있다. ‘작’은 한자 鵲(까치 작)으로 까치와 관련된 설화가 있었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성(城)의 우리말 ‘잣’을 약간 다르게 발음한 것이다. 고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독자적인 고을이었다가 양주에 완전히 흡수 통합된 견주(見州)의 통치성인 대모산성 밑을 지나가기 때문에 작고개, 즉 잣고개라 불렀던 것이다.잣고개 또는 작고개란 이름은 전국적으로 흔하진 않아도 희귀하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주변에 잣고개, 작고개란 이름이 있다면 근처에 거의 분명히 고대 산성이 있을 것이다. 한자로는 栢峴(백현), 城峴(성현), 尺峴(척현), 鵲峴(작현) 등 다양하게 표기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문화일보
- 2024-12-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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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딥페이크 OUT’…팩트체크 전국대회 시상식 열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태규)가 주최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최철호·재단)이 주관하는 ‘제4회 팩트체크 전국대회’시상식이 지난 7일 서울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렸다.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는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등 미디어 역기능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사실(fact) 확인이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직접 선정하고 검증하는 경연 대회다.청소년부 대상은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여부를 다양한 논문을 통해 교차 검증한 안양 충훈고등학교 팀이, 일반부 대상은 수입쌀의 과잉 공급으로 쌀값이 폭락했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를 정보공개 청구,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검증한 중앙대학교 팀이 각각 수상했다.최우수상은 울산고운중학교 팀의 ‘파란펜으로 공부하면 학습에 도움이 될까?’, 대전동화중학교 팀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의 올바른 나침반을 만들자!’, 아주대학교 팀의 ‘성공하고 싶으면 서울로 가라는 말은 옛말일까?’가 차지했다. 본선 경연은 공모를 통해 신청한 64개 팀들 중 선발된 25개 팀이 최종결과물을 발표하는 행사로 이루어졌으며, 현장 심사를 통해 대상 2팀(방송통신위원장상), 최우수상 3팀, 우수상 3팀, 장려상 7팀(이상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상)이 선정됐다.재단은 본선 진출 팀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지원했다. 심사위원장 지연옥 부총장(대진대)는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올라온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가 모두 높아 본선 팀들 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으며, 청소년부와 일반부 모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문제의식들을 주제로 선정해, 논리적으로 사실여부를 밝혀냈다"고 평했다.시청자미디어재단 최철호 이사장은 "이번 전국대회는 저출생·지구 온난화·대학 등록금· 국내산 소고기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 팩트체크 대상으로 활용된 점이 특징"이며 "참가자들이 통계의 교차 확인, 설문조사, 전문가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쳐 기존 상식과 사회적 통념을 다시 따져보며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왔다"고 총평했다.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2024-12-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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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이토록 폭력적이고 아름다운 세계, 난 ‘사랑’을 찾고 있었다”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소설가 한강이 자신의 글쓰기의 원천은 ‘사랑’이라고 언급했다.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면서 여덟 살 때 썼던 시를 공개했다. 이 시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이어 한강은 질문 안에 살면서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2007년)를 쓸 때는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집필할 때는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는 ‘광주 사진첩’이라는 책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과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고 떠올렸다.한강이 소설을 쓸 때 궁극적인 질문은 두 가지였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와 함께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까지 글쓰기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는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는 그는 "낡은 구두 상자에서 찾아낸 중철 제본에서, 1979년 4월의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면서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한편 한강은 차기작에 대해선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2024-12-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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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구속하라”... 봉준호 등 영화인들도 들고 일어났다 영화감독 봉준호, 배우 문소리와 강동원, 전지현 등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규탄했다.7일 2518명의 영화인과 77개의 영화단체는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과 함께 연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자정까지 약 30시간 동안 이뤄진 연명에는 영화감독 봉준호를 비롯해 변영주, 양익준, 정지영, 배우 문소리, 손예진, 김고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인문학적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며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굳이 법률적인 판단에 앞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립에 가장 위험한 존재는 윤석열이며, 대통령이라는 직무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지난 윤석열의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우리 영화인은 일방통행식 정부의 영화 예산안의 불편부당함을 지적해왔다”며 “작금의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제1의 전제조건은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영화인들은 “마치 정권의 치적인 양 홍보하기 바빴던 한류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과 표현의 자유가 문화예술분야 성장의 가장 큰 밑거름임을 지적했던 해외의 언론은 대한민국의 이미지 추락과 방문객 감소를 예측하며 연일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상식 밖이며 통제 불가능한, 대한민국 제1의 위험요소이자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지금 당장 멈추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살길”이라며 “내란의 동조자로 역사에 남을 것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라”고 요구했다.신재우 기자- 신재우 기자
- 2024-12-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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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겐키데스카”…영화 ‘러브레터’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 사망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이 대사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6일 숨졌다고 일본 NHK 방송이 보도했다. 향년 54세.NHK에 따르면, 나카야마는 이날 오전 도쿄 시부야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경찰은 나카야마의 연예 사무소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겸 가수였던 나카야마는 1995년 영화 ‘러브레터’에서 여주인공으로 1인 2역을 수행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러브레터’는 1999년 한국 개봉 당시 140만 명을 동원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개봉하는 등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이 영화는 첫사랑 이츠키를 사고로 떠나보낸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그리움을 담아 보낸 편지에 다른 이츠키가 보낸 답장이 도착하면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클래식 멜로다. 오남석 기자- 오남석 기자
- 2024-12-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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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공지철의 간극을 줄이려 한다”는 공유의 소신 "이정재 선배님이 ‘잘 나왔다’고 하더라."배우 공유가 오는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공유는 ‘오징어 게임2’에서 참가자 모집책인 ‘딱지남’ 역을 맡았다. 시즌1에 특별출연으로 참여했으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황 감독이 시즌2 제작을 알리며 "딱지남도 돌아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2’에 앞서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트렁크’(감독 김규태) 관련 인터뷰를 위해 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공유는 "(‘오징어 게임2’의 주인공인)이정재 선배님과 헬스장에서 만났는데 ‘봤어? 잘 나왔어. (딱지남이)완전 돌아이야’ 하셨다"면서 "궁금해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 2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2’ 1화에는 황 감독의 예고대로 딱지남이 등장한다. 사실상 첫 화의 주인공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중과 임팩트가 커졌다. 공유는 시즌2 출연 부담에 대해 "세계적으로 너무 잘 되다 보니 책임감도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적인 재미가 커서 신났다"면서 "사실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한국 사람들이 아는 전통적인 게임을 세계인이 어떻게 볼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는데 난리가 났다. 제가 한 것도 없는데 로또 맞은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로 황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함께 술을 마시다가 "특별출연해 줄 거지?"라는 황 감독의 제안에 출연이 성사됐다. 이번에도 특별출연 형식으로 참여하는 그는 "큰 희열을 느낀 작품이었다.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시즌2에서 너무 재미있게 놀았다"고 덧붙였다.한편 공유는 ‘오징어 게임2’에 앞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를 선보였다. 네 남녀 간의 얽히고설킨 치정을 보여준다. 공유는 주인공 한정원 역을 맡아 불안감에 사로잡힌 위태로운 한 남자의 모습을 밀도높게 보여준다.‘멜로’는 공유가 가장 잘 소화하는 장르 중 하나다. 몇몇 스타들이 흥행에 초점을 맞추며 ‘로맨틱 코미디’에 치중하는 반면 공유는 앞서 영화 ‘남과 여’, ‘82년생 김지영’ 등에서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멜로 연기를 펼쳤다. 그는 "멜로 장르에서 무언가 추구한다기 보다는, 각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지가 중요하다"면서 "저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필모그래피에 남길 바라는 작품을 선택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작품은 남기 때문에 오래 기억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공유는 작품 선택 과정에서 소신을 잃지 않는 배우다. ‘될만한 장르’에 몰두하는 경우가 없다.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물 성공시대를 열었고, 누아르(밀정), SF(고요의 바다), 액션(용의자)을 비롯해 사회적 화두를 던진 ‘도가니’, ‘82년생 김지영’ 등으로 진폭을 넓혔다. 그런 공유가 배우로서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무엇일까?"저는 공유와 공지철(본명)의 간극을 줄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늘 그렇게 일을 해왔어요.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까 맡은 캐릭터 때문에 여러 이미지들이 생기고,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어떤 판타지가 생기는 순간이 있죠. 하지만 저는 저로서 존재하길 바랍니다. 상투적이지만 팬들이 ‘왜 이 이야기를 했는지 알 것 같아’라는 말 한 마디만 족합니다. 그 한 마디 덕분에 계속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유일한 숨구멍이기도 하죠. 그런 반응에서 희열을 느낍니다."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2024-12-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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