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낯선 한강 풍경

  • 문화일보
  • 입력 2013-06-25 14:1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강변 풍경으로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아침저녁으로 둔치를 산책하거나, 여름밤 무더위를 피해 강변에서 강바람을 즐기는 풍경은 아닐까. 서울시민들이 자연과 대면하는 툭 트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풍경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한강 풍경’을 그리는 노충현 씨의 작품 속 한강은 익숙하면서도 모호하고 또 낯설다. 그는 밝고 맑은 낮보다 비가 내리거나 어두운 밤을 즐겨 그린다. 그의 작품 속 서울풍경은 색상을 덜어낸 듯 음영이 뚜렷하지 않을 뿐더러, 비 내리는 풍경처럼 눅눅하고 흐릿하다. 작가 스스로 “햇빛 찬란한 여름과 봄의 한강은 못 그려봤다”고 말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1관에서 7월 1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노 씨는 한강 그림을 통해 서울의 계절과 생활을 담아낸다. 개인전 제목은 ‘살풍경’. 몹시 쓸쓸하고 고요한 정경이라는 의미다.

전시장 1층에는 밤 그리고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이, 2층에는 장마철의 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스산한 계절과 날씨와 더불어 불분명하고 복합적인 도시풍경으로 작가 특유의 재해석이 이뤄진 것.

작가는 잠실에서 여의도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한강변을 재구성했다. 한강시민공원의 수영장, 편의점, 119구조대와 뚝섬지구의 방치된 상업시설, 망원동 유수지를 담은 25점의 회화는 구체적인 현실 풍경이면서 가상공간처럼 몽환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강변의 메마른 겨울나무들 사이로 한 사람이 흰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산책’(사진) 등 전시작은 대부분 두세 가지 색상을 담고 있다. 강변 나무들이 물에 담긴 붉은 색조의 장마철 풍경 ‘물과 나무 3’, 접힌 파라솔과 수영장 등 직선 위주의 ‘여름의 끝3’과 눈송이가 몽글몽글 드러나는 ‘유수지의 밤’ 등 단색조의 이미지는 관람객의 추억과 기억을 일깨운다.

작가는 2005년의 첫 개인전 ‘살풍경’ 이후 2006년 동물 없이 동물원의 우리를 주목한 ‘자리’ 및 군사독재시절의 역사적 시간을 상징한 ‘실밀실’을 발표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