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美 포괄적 對中 정책을 대비하라

  • 문화일보
  • 입력 2021-03-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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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열흘새 쏟아진 성명·담화 7건
北中 친서교환에 北 도발까지
美는 포괄적 대중 정책 검토 중

대북정책도 일부로 포함될 듯
文 외교는 혼돈·비공개·침묵
겨울 대비한 섬세한 외교 절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지난주 한·일 방문 이후 미·중 외교전이 더 치열해졌다. 그 뒤 25일까지 7개의 성명·담화를 쏟아냈다. 지난 16일 미·일 외교·국방(2+2)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공동성명과 18일 한·미 2+2 공동성명뿐 아니라 22일 미국·영국·캐나다·유럽연합(EU)의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문제 규탄 공동성명, 23일 중·러 외교장관 공동성명, 24일 미·EU 국무장관·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공동성명. 북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남·대미 담화 2건을 연달아 내놓았다.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교환한 구두 친서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8건에 달한다.

지난 18∼19일 미·중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에서 확인됐듯 간극은 예상보다 컸다. 향후 지형도를 점치려면 최근 미·일 공동성명과 중·러 공동성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중이 가장 의지하는 대상이 각각 일본과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미·일 성명에는 한·미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 상당하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나 중국 신장·홍콩 인권 및 대만 위협 문제 적시뿐 아니라 ‘민주주의 재활성화(revitalizing democracy)’ 기조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 확대 방침도 포함돼 있다. 반면 중·러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대응전략이 담겨 있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회의 개최 요구가 대표적이다.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대중 견제가 거세지만 대중정책 검토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에게 4개월의 검토 기간을 부여한 상태이며, 국방부도 별도 군사전략 검토 TF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정책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인권 가치를 앞세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대중 정책 탄생이 유력하다. 뉴욕타임스는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까지 포괄하는 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 공략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 대북 정책이 대중 정책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를 감행하면서 미국에 압박을 넣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빅 픽처’에 큰 영향을 주긴 힘들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도발 패턴은 미국에도 익숙한 ‘올드 플레이북’인 데다, 버락 오바마 사단이 대거 재입성한 바이든 행정부의 베테랑 외교안보팀도 원칙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작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현안은 사실 미·중 갈등이다. 특히 중국 대응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 중국으로서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기 어렵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앵커리지 15분’ 발언이 이래서 나왔다. 중국의 기조는 2022년 시 주석 장기집권 개시, 2027년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게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지난주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하지만 문 정부의 대외정책 키워드는 혼돈·비밀·침묵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는 침묵하고,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는 비공개하고, 러시아 외교장관 방한을 허용하는 ‘친중’적 모습을 보이면서도 오는 6월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 플러스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외교 행보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다. 깔때기처럼 대북 포용정책으로 모든 게 매몰되기 때문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미·중 물리적 갈등의 발화점으로 대만을 가장 유력하게 꼽는다. 하지만 한반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대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일군의 세탁업자’라며 한반도 진입 가능성을 경시했다. 하지만 그 세탁업자 때문에 휴전까지 2년이 더 걸렸다. 패권 다툼이 본격화하면 강대국 오판의 최대 희생자는 늘 가장 약한 고리다.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한 섬세한 외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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