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통령 리스크’ 우크라이나 타산지석

  • 문화일보
  • 입력 2022-01-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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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러시아-미국 ‘핵심 이해’ 충돌
새해 벽두부터 일촉즉발 대치
우크라이나 우왕좌왕 탓 악화

지도자 무능과 안보 포퓰리즘
친북·친중 급전환한 文과 유사
위험한 안보 줄타기 중단해야


2022년 벽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우크라이나다.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영토를 가진 인구 4400만 명의 국가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는 플래시 포인트로 전락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병력 10만 명을 배치한 뒤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폴란드·루마니아에 각각 1000∼5000명의 지상군 파견을 검토하고, 포괄적인 러시아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격돌은 우크라이나에 걸린 ‘핵심 이해’ 때문이다. 러시아는 위성국가였던 발트해 3국에 이어 구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서 완충지대가 사라져 미국과 서방에 직접 노출됐다고 판단한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당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물러서면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실제 전쟁이 발발할지는 다른 문제다. 26일 프랑스·독일·우크라이나·러시아의 ‘노르망디식 회담’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고, 설령 전쟁 상황이 벌어져도 직접 맞붙는 형식은 피할 것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극적으로 피하는 등 냉전 시기에도 직접 격돌은 없었다. 핵무기에 의한 상호 확증 파괴(MAD)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 3·9 대선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지만,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주목한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당장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으로 관여한다면 동맹국에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의 방어 공약에 대한 불안이 일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정치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직전까지 몰린 데는 정권에 따라 친러와 친미의 극단을 오간 정치인들의 실정 때문이다. 2004년 친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을 축출한 ‘오렌지 혁명’을 이룩한 우크라이나는 이후 일관성 없는 대외정책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집권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했다가 2014년 축출된 뒤 러시아로 망명했고, 혼란을 틈타 러시아는 같은 해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합병했다.

그 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친서방으로 전환했지만, 급격한 변화는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엉망진창이었다. 함께 일했던 영화 제작자를 대통령 비서실장에 앉히는가 하면,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PD와 작가 등을 정부 요직에 채워 넣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사의 반려 사태를 비롯해 ‘회전문 인사’에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탈원전, 코로나19 방역까지 대내정책에서 이어진 ‘무능’, 여기에 북한·중국 편향의 대외정책까지 줄줄이 낙제점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허언을 믿고 추진한 대북정책은 한·미 동맹만 약화시키면서 외교적 입지를 크게 좁혔다. 문 정부 5년간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화려한 이벤트가 남긴 것은 씁쓸하게도 올해 북한이 4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입증한 탄도미사일 능력뿐이다.

안보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대외정책을 펼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우크라이나가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선택은 훨씬 쉽고 명확하다. 오랜 기간 러시아 제국과 소련에 복속됐던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일찌감치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세계 최강국 미국과 혈맹을 유지하며 자유와 번영을 일궈왔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에 기반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당연하다. 이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시장경제 동맹도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 국민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 국민에게 훌륭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5년 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어떤 상황일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한반도 정세도 불안하다. 대선 주자들부터 우크라이나의 불행에서 냉철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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