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직장 高手 - 김석호 메콕스큐어메드 이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석호 메콕스큐어메드 이사가 지난달 25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에서 라운드 도중 아이언을 들고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김석호 제공
2007년 스크린골프로 입문
매일 연습 3개월만에 ‘싱글’
독특한 폼으로 뛰어난 스코어
타고난 운동신경에 일취월장
낯선 사람과 라운드 즐기며
팽팽한 긴장감에 실력 늘어
라이프베스트는 1언더파
3개홀 연속‘사이클버디’도
김석호(54) 메콕스큐어메드 이사는 함께 골프를 즐기는 동반자를 두 번 놀라게 하는 주인공이다. 김 이사와 동반 라운드를 하는 이들은 가장 먼저 몸이 회전하는 스윙에 놀란다. 마치 ‘낚시꾼 스윙’으로 명성을 얻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베테랑 골퍼 최호성을 연상케 하는 스윙이다. 그리고 18홀을 마친 뒤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스윙으로도 뛰어난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신선한 충격도 선사한다.
178㎝ 70㎏의 좋은 체격조건을 가진 김 이사의 독특한 스윙은 4년 전 사다리에서 추락해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사고 여파로 3개월 동안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 했고, 앞으로 절대 골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의 당부도 있었지만 그는 다시 골프클럽을 잡았다. 한창 골프에 빠졌을 때는 드라이버를 230m 넘게 보냈지만, 이제는 200m도 만족스럽다. 아이언도 일부러 한 클럽 길게 잡고 적당히 컨트롤 샷으로 공을 때려 7번 아이언으로 120m 정도를 보내는 것에 만족한다. 그래도 거의 모든 라운드에서 동반자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이다.
김 이사는 신약개발 전문기업 메콕스큐어메드에서 개발한 약물을 매각하는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직장인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사법시험교재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2007년 골프에 입문해 2010년 잠시 골프채를 내려 두기까지 열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골프를 즐겼다. 골프와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2007년 9월 경기 용인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창이 스크린골프를 제안했고, 그때까지 한 번도 골프클럽을 쥐어 본 적 없었던 김 이사는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와서 해보면 된다’는 제안에 처음 스크린골프장을 찾았다.
생애 첫 스크린골프의 결과는 98타. 김 이사도, 스크린골프를 제안한 친구도 놀란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김 이사는 사실 운동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교내 축구부의 공격수를 맡아 도 대회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스크린골프를 제안한 친구에게 ‘골프천재’라는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은 김 이사는 하루 만에 골프클럽 풀 세트를 장만해 열흘 뒤 경기 용인의 은화삼CC에서 첫 필드 경험을 했다. 스크린골프와 마찬가지로 실전 라운드에서도 100타를 넘기지 않았다. 아마추어 골퍼의 1차 관문인 100타를 첫 라운드 만에 깨는 데 성공한 김 이사는 타고난 운동신경과 매일 연습장을 찾는 노력을 추가해 불과 3개월 만에 싱글 골퍼가 됐다. 갈비뼈 6곳이 미세 골절돼 통증을 안고서도 하프 스윙 연습을 빼먹지 않았을 만큼 실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김 이사가 남들보다 빠르게 골프 스코어를 줄인 비결은 낯선 이들과의 라운드였다. 친한 친구나 동료가 아닌 낯선 이들과의 라운드는 18홀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고, 덕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속도로 실력이 늘었다.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에서 만난 김 이사는 “지인들과의 라운드에서도 초반에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날은 결과가 좋은 편”이라고 자신의 남다른 승부욕을 소개했다.
4년가량 골프의 재미에 깊이 빠졌던 김 이사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되자 2010년 사업과 골프를 모두 그만뒀다. 이후 10년간 골프와 담을 쌓고 지냈지만, 또다시 우연한 기회에 골프와 다시 만났다. 2020년 5월 대학 동기 골프 모임에서 결원이 발생하자 김 이사를 초청했고, 10년 만에 나선 골프장에서 당당히 최고 성적을 달성해 함께한 동기들을 놀라게 했다.
김 이사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입문 1년 만에 경기 용인 코리아CC에서 경험한 1언더파. 첫 홀에서 티샷한 공이 옆 홀로 날아가는 실수를 하고도 파로 막은 덕에 생애 첫 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셀 수 없이 많은 이글을 경험했어도 홀인원은 딱 한 번뿐이다. 2009년 12월 23일 용인의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 7번 홀에서 맛봤다. 안개가 잔뜩 낀 탓에 깃발만 보이는 상황에서 5번 아이언으로 때린 공이 그린에 떨어진 뒤 그대로 홀에 들어갔다. 김 이사는 “공이 맞는 ‘딱’ 소리가 나고 나서는 그린에 떨어져 스핀을 먹는 ‘칙’ 소리가 나더니 핀대에 맞는 듯 ‘틱’ 하는 소리가 났다. 워낙 시야가 좋지 않아 동반자들이 홀인원을 믿지 않았는데 다 같이 홀 안에 있는 공을 확인했다”고 활짝 웃었다.
김 이사는 지난달 18일에 강원 홍천의 세이지우드CC 챌린지코스에서 파3와 파4, 파5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는 ‘사이클 버디’도 경험했다. 지난봄 1m 짧은 거리 퍼트를 넣지 못해 사이클 버디 기회를 놓친 김 이사는 두 번째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다음 홀에서 1.5m 버디를 놓쳐 4홀 연속 버디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난 골프는 이제 뗄 수 없는 친구가 됐다. 하지만 김 이사는 처음 골프를 만났을 때만큼 골프에 빠지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골프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렇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이들과 좋은 환경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 내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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