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의 시론>이준석, 민심의 바다로 가라

  • 문화일보
  • 입력 2022-07-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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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0대 발탁 30대 대표 벼락출세
기성 정치인과 다른 DNA 가져
선거 3번 승리 이끌어도 외면

거친 언행과 공격에 友軍 잃어
文에겐 90도 인사 尹에겐 목례
默言하고 내면 잘 들여다보길


이준석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 특이한 인물인 것은 틀림없다. 서울과학고-하버드대 출신으로 2011년 불과 20대에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벼락출세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30대에 여당 대표가 됐다. 3번 총선에 출마해 떨어져 ‘마삼(마이너스 3선)’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치권에 반짝스타들은 있었지만, 국회의원 경험 없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선거 연전연패로 기존 리더십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 변화를 원한 민심과 당심에 잘 편승한 결과다. 이후 이 대표는 선거에 3연승하고 승승장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왜 당과 국민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받는 것일까.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이 대표와 방송 출연을 같이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자신의 발언 차례가 아닐 땐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한다. 보통 일반 패널이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는 토크 와중에도 무슨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자랑도 했다. 멀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방송이 끝나면 퀵보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기성 정치인과는 참 다른 모습이다. 밤낮없이 SNS로 자신의 의사를 은유 또는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방송에 나와 속사포 같은 공격적 입담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때면 확실히 기성 정치인과는 DNA가 다르다. 남을 공격한다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 있는데 이 대표는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특이한 이 대표의 언행은 늘 정치적 논쟁을 몰고 왔고 타성에 젖은 기성 정치권을 자극했다는 면에서 많은 사람이 지지를 보냈다. 대표 경선 때 이 대표의 공격에 나경원 전 의원도 눈물을 흘릴 정도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이 대표 취임 이후 4·7 재·보궐선거, 3·9 대선, 6·1 지방선거에서 3연승을 했으면 꽃가마를 태워도 부족하다. 그도 지난 7일 윤리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선거기간 목이 상해 스테로이드를 먹었더니 몸이 부어서 왜 이렇게 살이 쪘냐는 놀림까지 받았다. 그 시기에도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라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국, 유시민 등을 두고 “말은 맞는데 싸가지 없이 한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교묘한 논리로 빠져나가고, 상대방엔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이 대표도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 대해선 끝까지 말 복수를 한다. 서울 노원병에서 국회의원을 두고 겨뤘던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에 대해선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 “까마귀” “대포차” 등 어디서 그런 말을 생각해 낼까 할 정도로 뼈아프게 공격한다. 마치 정치를 게임 하듯 절대 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땐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 두 번이나 가출 유랑을 떠나고 가차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윤 대통령에게는 목만 조금 숙일 뿐이다. 한마디로 존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맞서 당원 모집을 독려하며 지구전을 펼칠 태세이지만 왜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자기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른바 ‘꼰대들’이 자신을 몰아내려 근거도 없는 문제로 부당한 공격을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가 넘는 응답자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적절하거나 미흡하다고 답하고 있다. 당 대표가 ‘부당한 징계’를 받았는데 당사 앞에 시위하는 사람도 없고 힘을 실어주는 의원들도 없다. 이 대표가 정치 언어와 기술에서는 뛰어나지만, 정치의 근본인 타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동지를 만드는 과정이고, 비판은 상대를 승복시키는 것이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정치 행태는 스스로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지혜를 잊어선 안 된다.

이 대표의 정치 행태는 청년 정치의 싹을 짓밟는 소영웅주의다. 묵언하고 전국을 돌며 민심의 바다에 한 번 빠져 본다면 자신의 문제가 더 선명히 보일 것이다. 이 대표는 호불호를 떠나 우리 정치의 자산이자 청년 정치의 성공과 맞물려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 청년 정치의 본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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