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시론>김연경과 한동훈, 그리고 尹대통령

  • 문화일보
  • 입력 2022-08-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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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실력 카리스마 책임감 헌신 인성
팀을 뭉치게 하는 ‘주장 리더십’
관중 몰리고 국민 관심 다시 커져

“일 처리하는 게 시원시원하다”
법무부 장관의 리더십도 돋보여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


‘배구 여제(女帝)’ 김연경 선수의 효과가 또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 재진출했던 그는 지난 20일 폐막한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경기에, 국내 복귀를 신고하는 출전을 했다. 그의 소속팀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은 “김연경이 야간에도 나와 홀로 리시브 훈련을 많이 했다. 그러니 후배들도 자율적으로 야간 훈련을 하더라”고 했다. 입장 정원보다 많은 관중이 몰려 환호한다. 한국 여자 배구에 대한 국민 관심도 다시 커졌다. 그 배경은 세계적인 기량, 투철한 책임감, 동료 선수들을 위해 희생도 자청하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 돋보이는 인성(人性) 등을 갖춘 김연경의 리더십인 셈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4강에 오를 당시 그의 ‘주장(主將) 리더십’을 두고, 스테파노 라바리니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냥 주장이 아니다. 카리스마, 실력, 친화력 등으로 팀을 뭉치게 한다. 한국의 보물이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에서 리더십이 두드러지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문재인 전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월성 원전(原電) 조기 폐쇄 과정의 경제성 조작 등 불법 혐의 수사를 위해,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22일부터 본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장관 리더십’과 무관할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 동안 봉인하게 한 자료들이 열람·복사됐다. 권력형 범죄에 ‘원칙·정도 수사’ 역량을 갖춘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결과다. 서울고등법원장도, 대전고등법원장도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도록 수사팀이 설득력 있는 정황을 찾아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정권이 임기 말에 위헌적 내용을 위헌적 절차로 밀어붙인 ‘검찰수사권완전박탈법’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개악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인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의 ‘등’ 취지를 살려, ‘중요 범죄’에 해당하면 모두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대통령령 개정에도 나섰다.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를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고 반문한 그에게 민주당은 “법률 위반 시행령” “시행령 쿠데타” 운운하지만,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입법 당시 판사 출신의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하지만, ‘무엇 등’이라고 하면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일 처리하는 게 시원시원하다. 서울시도 호흡을 맞춰야 할 부분이 앞으로 많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말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도 검사 또는 검찰총장 아닌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으나, 말만이어선 안 된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 뜻을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 뜻을 받들겠다. 저부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는 다짐대로 과연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대통령은 지지율이 대통령 득표율의 반 토막으로 급락한 원인부터 정확하게 알고 국민 뜻을 받든다면, 대통령실만 해도 신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임명, 김은혜 전 의원으로 홍보수석 교체 등 극히 단편적 개편에만 그치진 않았을 것이다. 정무 감각과 판단력이 수준 미달이어서, 낯뜨거울 궤변의 ‘윤비어천가’로 되레 윤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노린 아첨꾼에 휘둘려선 안 된다. 쓴소리 듣기를 좋아하지 않는 건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정의 최고 지휘자이면서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쓴소리에도 귀를 여는 것이 국민 뜻을 받드는 길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쓴소리 듣기를 싫어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공정·상식과도 더 멀어지고, 민심도 더 등을 돌릴 수 있다. 오랜 격언인 ‘인사가 만사’부터 가볍게 흘려듣지 말고, 사적인 인연 바깥으로도 인재 등용 풀을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 진실성이 있고 품격을 갖춘 쓴소리를 면전에서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또한 윤 대통령이 앞장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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