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는 직장에서, 식사는 한끼만”…550% 슈퍼 에너지 인플레에 허리 졸라매는 유럽인들

  • 문화일보
  • 입력 2022-09-07 07:51
  • 업데이트 2022-09-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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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송유관 잠그자 유럽 가스값 1년간 550% 폭등…英·獨·伊 저소득층 생활고 가중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5일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 시내에서 에너지 가격과 생계비 상승에 항의하는 우파 시위대가 "노르트스트림2를 당장 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많은 유럽인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과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샤워는 직장에서 하고 생활비 절약을 위해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잠그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게 된 것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되면 유럽인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의 지표인 네덜란드 TTF는 지난 12개월 동안 550% 급등했다. 영국의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은 최근 표준가구의 가정용 전기·가스 요금이 10월부터 연 3549파운드(약 560만 원)로 80%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구당 월평균 50만 원 가까운 돈을 에너지 비용으로만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기록적으로 치솟은 에너지 비용 탓에 상당수 영국 가구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영국 동부 그림스비에 사는 필립 키틀리 씨는 영국에 기록적 폭염이 강타했던 올여름에도 선풍기 마저 켜지 않았다. 지난 4월에 직장을 잃고 월 600파운드(약 95만 원)의 복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로이터에 “은행 계좌의 잔액을 보고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생활비는 증가했지만 수입은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이라 식비와 공과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한 끼만 먹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에너지 비용 지출이 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의 최우선 과제 역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국민 고통 해결이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10월부터 가계 에너지 요금 80% 인상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BBC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차입금으로 에너지 요금 동결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고 10∼15년에 걸쳐 에너지 세금으로 회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야당인 노동당은 에너지 요금 동결을 촉구해왔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정부는 5일 서방이 대러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혀 겨울철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영국 등 서방이 대러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 1’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이탈리아와 독일 가정이다. 올해 7월 이탈리아 평균적 가정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2019년 3.5%에서 5%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5%에 달하는 이탈리아 가정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 가격 포털 체크24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가정의 7월 에너지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의 평균적인 공동주택 가구에 적용되는 난방유의 5월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78%나 폭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동부 니다에 거주하는 엘칸 에르덴(58) 씨는 로이터에 자신이 일하는 생수 공장에서 “매일 퇴근 후 샤워를 하고 면도도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가스와 전기 가격이 유럽 소비자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들이 줄줄이 공장문을 닫도록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박세영 기자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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