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시론>‘尹대통령 언행’ 진중해야 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8 11:44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호 논설고문

동서고금 정치인들 욕설 파문
형수에게 극단적 욕 퍼붓기도
국회의장 향해 ‘GSGG’ 표현도

대통령의 언어일 수 없는 “××”
“그 한마디로 순방 성과 묻혔다”
비판 부를 빌미도 제공 않아야


정치인의 막말·욕설이 더러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한국 정치인으로는, 극단적인 상욕을 친형의 부인에게 퍼부었던 일로 두고두고 인격을 의심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욕설 구설’을 자초한 바 있다. 그는 2021년 8월 페이스북에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썼다. 당시 국회의장을 반어법으로 조롱하며, 영어 알파벳 조어(造語)로 ‘개××’라고 한 것으로 읽혔다. 그런 그를,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점잖고 바른 정치인” 운운했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욕설을 많이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감쌌다. 지난 5월 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검수완박’을 강행하던 민주당을 향해 ‘국민이 생각하는 GSGG의 뜻과 다른 민주당 해석도 존중하고, 특히 당사자들에게 그 표현을 자주 쓰겠다. 민주당 GSGG! 앞으로 국민 여러분이 민주당 의원님들 뵐 때는 GSGG라고 덕담을 모두 주시길’하고 비아냥댄 이유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전방위로 파괴한 국기(國基)를 제대로 바로 세울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있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욕설 논란의 당사자가 된 현실은 기가 막힐 일이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회의에서 연설하며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 후에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 “××” 표현을 했다는 22일 MBC 보도의 파문은 세계로도 번졌다. 여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 표현을 “이 ××들”이 아닌 “이 사람들”이었다고도 주장하지만, 윤 대통령조차 비속어 사용 여부엔 침묵하고 있다. 지난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만 지적했다.

이에 앞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실제 음성을 들어보면,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을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다”라고 했다. 분명하게 알아듣지 못할 음성 등이 담긴 영상에 ‘국회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하는 자막을 붙인 보도가 나온 지 13시간 후에 나온 해명이었다. 윤 대통령의 말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고, 한국 국회 야당을 지칭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26일 그 해명 일부도 뒤집어 “야당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고 했으나, 그렇더라도 국정과 관련한 언급을 하던 중의 “××”가 대통령의 언어일 수는 없다. 함께 걸어간 외교부 장관은 비속어를 못 들었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국회 설득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여권의 “혼잣말”이나 “사적(私的) 대화” 강변도 억지다.

설령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에 더한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지언정, 윤 대통령은 가슴속에 눌러놨어야 한다. 비속어는 파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비윤계(非尹系) 여당 의원이 “그 한마디로 순방 성과가 다 묻혔다”고 개탄한 것도 사실 그대로다.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며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을 세계에 역설한 윤 대통령의 지난 20일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의미까지 희석시켰다. 말(末)이 본(本)을 덮은 셈이다. 물론 사장·기자·편집자 등이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MBC의 ‘왜곡·조작 보도’ 의혹도, 민주당과 MBC의 ‘정·언(政言) 유착’ 의혹도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기자단을 대표해서 취재하는 ‘풀(pool) 기자’이던 MBC 영상 취재기자가 찍은 내용이 MBC 유튜브 채널의 첫 보도보다 먼저 SNS에 유포되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미리 알고 당 회의에서 밝힌 사실 등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다.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은 자성하고 언행을 각별히 진중(鎭重)하게 해야 한다. “국민에겐 망신살”이라고 한 이 민주당 대표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욕설’과 ‘내로남불’을 합친 조어 “욕로남불”이라고 한 것도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윤 대통령은 ‘막말·욕설 정치인’ 부류에 들지 않는 차원을 넘어, 그런 비판을 자초할 수 있는 빌미도 제공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