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천년의 숨결을 사생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11-15 11:36
  • 업데이트 2022-11-15 11:47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선길, 천년의 숨결(봄, 여름, 가을, 겨울), 582×259㎝(4점), 2021.



이재언 미술평론가

요즘엔 들판에서 직접 이젤을 펴놓고 사생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정경인데 말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의 본질과 활력을 직접 경험하는 사생의 가치가 간과되고 있는 느낌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오래 감동을 줄 수 있는 원천도 바로 빛의 피조물을 사생했기 때문이 아닐까.

강원트리엔날레 평창 전시장에서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사생 작가 최선길. 그는 수령 천년의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마주하며 참 많이도 그렸다. 그 웅장한 자태에 도취한 작가는 신목(神木)임을 직감했던 것일까. 정령이 있음을 믿지 않는다 해도, 그 기나긴 세월의 숨결과 위엄은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다.

무성한 가지만이 아니라 깊은 뿌리에 서린 그 생명의 숭고를 담지 못하면 사생이란 게 허사다. 소생의 신록을 노래하는 봄, 하늘로 뻗는 혈기의 여름, 눈부시게 장엄한 자태의 가을, 성찰과 희망을 적립(積立)해 가는 겨울. 초대형 화폭으로도 그 웅자(雄姿)를 다 담지 못하는가 보다. 다음은 뿌리 차례인가.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