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악’자도 몰랐던 우리가 공연하다니… 유명 밴드 된 기분”

  • 문화일보
  • 입력 2022-12-14 09:05
  • 업데이트 2022-12-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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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시 부강지역아동센터 ‘천방지축 밴드단’ 소속 부강초 4학년, 2학년 학생들이 10월 12일 부강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무대에서 통기타로 동요 ‘숲속을 걸어요’를 연주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세종 부강지역아동센터 ‘천방지축 밴드단’

기타 처음으로 만져본 아이
손가락 아프다고 울던 아이
코드 외우고 연습하며 성장

지각하던 학생 태도 달라져
6개월 노력끝에 ‘1인 1악기’
무대 직접 꾸미고 공연까지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데 공연까지 하게 되니 제가 마치 유명한 밴드부가 된 것 같아서 기뻤어요.”(부강초 4학년 김승후 학생) “베이스를 처음 쳤을 때는 70bpm도 벅찼는데, 이제는 조금 버벅거리지만 120bpm까지 칠 수 있어요.”(부강초 6학년 임재현 학생)

지난 10월 12일 세종시 부강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악기를 연주한 아이들은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통기타를 연습한 아이들이 모여 동요 ‘숲속을 걸어요’를 연주하는가 하면 피아노로 ‘곰 세 마리’를 치기도 하고, 입이 악기가 되어 ‘문어의 꿈’을 합창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강지역아동센터 소속 ‘천방지축 밴드단’의 아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 저마다 적은 소감문에서 기쁜 마음을 마음껏 표현했다. 공연 전 악기가 배치될 자리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이 중심이 돼 진행됐고 무대도 고사리손으로 직접 풍선으로 꾸몄다.

부강지역아동센터 아동 19명으로 구성된 천방지축 밴드단이 첫발을 뗀 건 5월 1일이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부강지역아동센터는 예체능을 마음껏 즐기기 어려웠던 지역 내 아동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부강면에서는 다문화 가족과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이 많아 아이들이 예체능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때마침 아이들도 센터에서 열린 아동자치회의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밴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다수 냈다. 정은화 부강지역아동센터장은 “악기도,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인력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무모한 도전’과 다름없었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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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밴드를 꾸려 연습을 시작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악기를 처음 만져봤을 때만 해도 눈을 반짝거리던 아이들이 반복되는 연습에 집중력을 잃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베이스기타를 선택한 아이들 중 손가락도, 어깨도 아프다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기타 코드를 외우고 연주에 익숙해지더니 점차 스스로의 모습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하고 연습에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한다. 센터 직원들의 끊임없는 설득과 연령별 분반 수업, 맞춤형 수업 등의 시도도 이어졌다. 아동센터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꿈을 키우고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밴드단이 된다”고 가르쳤다.

드럼을 배운 아이 중 한 명은 센터 활동이 끝난 후에도 집으로 드럼 스틱을 가지고 가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가 층간소음을 걱정해 바닥에 두꺼운 이불을 깔아주자 스틱을 갖고 매일같이 연습해 실력이 빠르게 좋아졌다고 한다. 점차 악기 연습 차원을 넘어 생활 태도와 습관까지 달라지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일 학교와 센터에 지각하던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면서 시간을 지켜 연습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을 본체만체했던 고학년 학생들이 손수 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장애 등의 이유로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지역 교육청 지원으로 별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돼 춤과 노래를 연습할 수 있었다.

정은화 부강지역아동센터장은 “6개월간의 노력 끝에 천방지축 밴드단 아동들이 미흡하지만 ‘1인 1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동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고, 동시에 무대에서 보여준 아동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함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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