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유회 짧고 굵은 첫 만남[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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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김경식(33)·유경은(여·29) 부부

저(경은)와 남편은 신발 멀티숍 매장에 근무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일하는 곳은 달랐고, 이름만 알던 상태였어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18년 회사 단체 야유회장에서였습니다. 그때부터 술로 맺어진 저희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야유회에서 술이 달아올랐을 때 본사 직원이 건네준 숙취해소제를 가까이 있던 남편에게 권했어요. 짧고 굵었던 그날의 야유회가 끝나고 전 서울 명동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셨는데요. 같이 알던 지인들이 있었던 덕에 저희 둘은 다시 합석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남편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내일 이태원 놀러 가는데 퇴근하면 놀러 와요”라고 말했어요. 남편이 알겠다길래 새끼손가락을 걸고 사진까지 찍으며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했죠. 막상 맨정신에 만날 생각을 하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함께 만나 영화 보고, 시간을 보내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죠.

그렇게 시작된 저희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었어요. 남편이 결혼을 빨리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 부분에서 생각이 달라 중간에 잠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했죠.

저희는 결혼식 전에 신혼집에 입주해 살았어요. 어느 날 집 앞 편의점에서 ‘하이○캔 맥주+캠핑의자+테이블’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라 근처 공원에 가져가서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매했어요. 퇴근한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내밀 기대도 했죠. 그런데 퇴근한 남편 손에 같은 세트가 들려있더라고요. ‘이런 게 닮아간다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죠.

결혼 뒤 저희는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했어요. 아이가 태어난 겁니다. 출산 이후 무조건 아이가 1순위이다 보니 눈물 나게 행복하지만, 예전처럼 술은 마실 수가 없습니다. 한동안 술을 아예 입에도 대지 않고 생활했죠. 그러던 얼마 전 새벽에 남편이 하이볼을 만들어줬어요. 한 모금의 하이볼에 천국을 경험했습니다. 하하.

“항상 듬직한 남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늘 고맙고 사랑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