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먹튀’ 노숙자에 “뛰지마 다쳐” 미담 주인공 ‘옛집국수’ 주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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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10 08:16
업데이트 2023-01-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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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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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한양대병원 삼각지 ‘옛집국수’ 주인 배혜자 씨 영정. 이날 화장 후 경기 파주 하늘나라 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배혜자씨 유족 제공



尹 취임 후 첫 외식한 국숫집 주인 배혜자씨 별세
1998년 겨울 노숙자 국수 먹고 도망쳐…배씨 “뛰지마 다쳐”


1998년 겨울 어느 날 무전취식하고 도망치는 노숙자를 배려해 준 미담으로 잘 알려진 서울 용산 삼각지 ‘옛집국수’ 주인 할머니 배혜자 씨가 지난 8일 요양병원에 입원 중 83세로 별세했다.

옛집국수는 지난 5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직후 참모들과 이곳을 찾아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잔치국수와 김밥을 먹어 더 화제가 됐다.

배 씨의 장남 김용주(54) 씨는 10일 “어머니가 골절로 인해 장기요양 병원에 계시다가 상태가 호전 안돼 폐렴 증세로 갑자기 운명하셨다”며 “10일 서울 한양대병원에 안치된 유해를 화장한 뒤 경기 파주 하늘나라 공원에 안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남인 김 씨는 누님과 함께 옛집국수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김 씨는 “주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에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어머니께서 40여년 일하신 국수집을 더 열심히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옛집 국수’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40년 가까이 영업하고 있는 식당이다. 서울 삼각지 토박이들에게 추억의 명소다.

과거 노숙자와 관련된 일화가 유명하다. 식당 주인 배 씨는 1998년 겨울 어느 날 새벽 6시에 문을 열었을 때 남루한 옷차림에 피골이 상접한 40대 남성 한 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배 씨는 첫눈에 이 남성이 노숙자라고 알아봤다고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 직후인 지난 5월19일 삼각지 인근 식당으로는 맨 처음 들른 ‘옛집국수’ 식당에서 참모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남성은 당시 2000원이었던 국수를 시키더니,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온 국수를 숨도 안쉬고 먹어치우자 주인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 그릇 가득 다시 채워주었다. 두 그릇을 먹어 치운 사내는 냉수를 한 그릇 떠달라더니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소리쳤다. “그냥 가, 뛰어가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사연은 10년 뒤 식당이 방송에 나오면서 알려졌다. ‘옛집 국수’가 방송에 나오자, 한 남성이 해당 프로그램 PD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편지에 따르면 당시 이 남성은 사기를 당해 재산을 잃고 아내도 떠나버린 상황이었다고 한다. 노숙자가 된 그는 용산역 앞을 배회하며 식당에 끼니를 구걸했다. 찾아가는 음식점마다 문전박대를 당하자 그는 화가 나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마지막으로 들른 ‘옛집 국수’에서 할머니가 외친 말 한 마디 때문에 세상에 대한 증오가 사라졌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이후 남성은 파라과이로 건너가 사업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일화는 신문에도 실렸는데, 배 씨는 기사를 오려 가게 내부 벽에 걸어놓았다. 배 씨는 1981년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당시 3남1녀 자식들을 키울 일이 막막해 국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옛집 국수’의 국수는 한 그릇 값만 내면 두 그릇이고 세 그릇이고 무제한 먹을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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