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오믹스 기술’로 난치 췌장암 원인 찾았다… 정밀치료 길 ‘활짝’[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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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09:06
업데이트 2023-01-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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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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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Science
- 고려대 이상원 교수팀, 서울대병원 등과 공동연구

유전체·단백체 동시에 분석
발병원인 6개 유형으로 분류

완치율 10%인 ‘공포의 癌’
치료 잘 안듣는 이유 밝혀져
맞춤 진단·치료 앞당겨질듯


췌장은 위(胃)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소화효소 분비기관이다. 이자라고도 부른다. 담(쓸개)이 분비하는 담즙과 함께, 이자액은 위 속에서 음식물을 분해하는 일을 한다. 췌장은 또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도 분비해 당뇨병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췌장에 암이 생기면 완치율 10%의 난치(難治) 암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는 현재 의학 기술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아도 별 효과가 없다. 아이폰을 만든 억만장자 천재 스티브 잡스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치료가 힘든 이유는 간, 복막, 위 등 장기들 사이에 췌장이 숨어 있어 종양을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데다, 일단 생기면 섬유화 현상으로 딱딱해져 시료(sample)조차 채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기초연구 사례가 많이 없다. 이처럼 난공불락인 췌장암의 원인을 정밀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 의과학자들이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논문은 암 분야의 최상급 학술지인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지난해 12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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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유전단백체연구센터 이상원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및 서울대병원·아주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 유전체와 단백체의 정보를 융합한 ‘다중(多重)오믹스(omics)’ 기술로 췌장암을 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특징에 따라 치료 성적도 3배 이상 차이가 남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지금까지는 소수 암세포에서 채취한 유전체에만 집중해 그 변이나 기능을 탐색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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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연구팀은 150명의 췌장암 환자로부터 암 조직과 혈액 시료를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으로 유전체와 단백체 분석을 동시에 했다. 그 결과, 1만2000여 개의 체세포 변이 중 췌장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변이 유전자 7개를 찾았다. 이들 유전자는 췌장암 발병과 관련한 신호 전달 경로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또 이를 통해 발병 원인과 임상치료 성적이 매우 다른 6종의 췌장암 아형(亞型)도 분류해냈다. 이는 같은 췌장암 환자라도 서로 다른 접근으로 치료해야 함을 의미한다. 6개 유형별로 서로 다른 세포 신호 전달 경로를 추가로 연구해 다양한 췌장암의 원인을 분석하면 향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진은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전(前)임상시험에서도 유전단백체 분석에서 발견한 아형별 특징을 효과적으로 검증해냈다. 사람과 같은 부위에 발병한 정위(正位·orthotopic)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6종 분류의 타당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 교수와 서울대병원 장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췌장암에서 기존 치료가 듣지 않은 여러 이유를 광범위한 유전단백체 분석으로 밝혀냈다”며 “향후 췌장암의 유형별 특이 유전단백체 특성을 이용한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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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특히 유전체와 단백체 분석을 통합하는 기술적 융합뿐 아니라, 고려대의 주도 아래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췌장암 환자의 조직을 수집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아주대에서 유전체 분석을, 고려대에서 단백체 프로파일링 실험을 서로 분담해서 했다. 서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한양대에서는 데이터 분석 및 유전체와 단백체 통합 분석을 했다. 여러 연구기관에서 수년간 개발해 온 원천기술들을 최적화해 단일한 연구 목표인 췌장암 연구에 힘을 합친 대규모 공동 연구란 점에서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용어 설명

◇오믹스(omics): 전체를 합친 군집(群集)을 말한다. 유전자가 모인 유전체, 단백질이 모인 단백체 외에도 전사체, 대사체, 지질체 등 다양한 오믹스가 있다. 이들을 총칭해 다중오믹스라 한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세포핵 안에 있는 유전물질 염색체의 DNA 중 단백질 합성 정보가 담긴 2%의 부분을 유전자(gene), 나머지는 비(非)정보(non-coding) DNA라 한다. DNA는 ATGC의 4종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체(genome)는 한 생물에서 유전자와 비정보 DNA를 합친 모든 DNA를 말한다. NGS는 유전체를 잘게 나눠 각 조각의 염기서열을 읽은 뒤,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기술로 이를 합쳐 초기 염기서열 분석법보다 훨씬 빨리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는 기법이다.

◇체세포 변이(somatic mutation): 부모가 자식에게 형질을 물려줄 때 만드는 정자·난자가 생식세포인데, 여기에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생식세포 변이(Germline mutation)라 한다. 이에 비해 성인 개체의 체세포에서 생기는 돌연변이를 체세포 변이라 하고 이는 유전되지 않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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