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넷플릭스의 마음은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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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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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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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입니다.”(Love is sharing a password.)

해묵은 사랑학개론을 꺼내자는 건 아닙니다. 이는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지난 2017년 공식 SNS에 올린 문장이죠. 당시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비롯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하나의 계정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런 호객행위를 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구독료를 나눠 부담하면서 넷플릭스를 마음껏 즐기라는 배려였죠. 하지만 사랑이 변하고, 사람이 배신하듯 넷플릭스 역시 변심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르면 오는 3월부터 한 가구 밖에서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할 예정인데요. 함께 사는 식구가 아니라면 더 이상 계정을 공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넷플릭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올해 1분기 후반부터 계정 공유 수수료(Paid Sharing)를 광범위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구 구성원이 아닌 3자가 계정을 공유할 때마다 인당 2.99달러, 한화로 약 37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죠. 현재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인데 이제 한국에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수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를 그 이유로 들었는데요. 팬데믹 기간 크게 증가한 넷플릭스 가입자가 엔데믹 전환 이후 야외 활동이 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콘텐츠를 즐긴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광고 시청 후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광고 요금제(월 5500원)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수익 증대를 위한 결정이었죠.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 론칭 직후, 기존 콘텐츠로 승부를 걸며 자신감을 드러냈죠. 하지만 자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당시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콘텐츠 목록에 포함시키고, 봉준호 감독과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 ‘옥자’를 만드는 등 변화를 꾀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처럼 유연한 대처를 보이던 넷플릭스가 최근 요금제와 시청 방식에 손을 대며 이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스스로 없애는 모양새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유연함을 잃은 막대는 부러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잊은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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