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무념의 관조로 만나는 흙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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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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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길홍, 관토2101, 53×12×44㎝, 조합토, Mat철유, 1250℃, 2021.



이재언 미술평론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청국에 가서 받은 여러 가지 인상을 기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첫인상이 책문(柵門)에 당도해 본 붉은 벽돌집들이었다. 북학파의 눈에는 조선의 생흙보다는 구이가 더 기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장단점이야 다 있다. 일상에서 품격과 따스함을 주는 흙은 다다익선의 안식처다.

한국 도자예술은 전통적으로 형태나 물성에 있어 흙의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물성을 잘 살려낸다. 이러한 토대 위에 심미성을 추구하는 한길홍의 작업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사실 도자는 다른 장르에 비해 복잡한 과정들이 수반되는 것이다 보니 남다른 에너지와 내공이 요구된다. 경륜이 곧 결과를 결정해 주는 세계다.

흙이 주는 따스함과 그윽함이 비상하다. 반세기 넘게 흙과 살아온 연륜의 열매는 정신의 자유로움, 즉 깨달음이다. 각양의 도편(陶片)들이 무위의 작용과 구성에 따라 주어지는 물성의 심미적 모멘트들이 환상적이다. 흙을 관조한다는 ‘관토(觀土)’, 무욕과 무념으로 내면이 편안하다. 고요함 속에서 꿈틀대는 이 흥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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