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 시론]한국 경제 위협하는 3가지 착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2-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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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美, 중국과 첨단 산업 전쟁하나
물가 억제 위해 대중 수입 늘려
글로벌 공급망 대결 이면 봐야

미 금리도 계속 오를 가능성 커
지역 연은과 각 州 움직임 중요
尹정부 上低下高 낙관론 맹신


미국과 중국이 풍선 전쟁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건 몰라도 도널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은 그대로 승계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을 더 몰아붙인다. 하지만 정반대 흐름이 숨어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8.3% 늘어난 3829억 달러였다. 특히, 대중 수입은 318억 달러 급증한 5368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고율 보복 관세와 바이든의 반도체 금수 등 각종 무역 장벽을 고려할 때 놀라운 교역 규모”라고 평가했다. 풍선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한마디로 인플레와의 전쟁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중국산 2200개 품목의 보복관세(최고 25%)를 대폭 인하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플레와의 싸움에 인권·독재 같은 명분은 내팽개쳐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일본의 대중 무역적자는 1조4000억 엔(약 115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나 폭증했다. 소비자물가가 들썩이자 아베노믹스 사수를 위해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을 늘린 것이다. 미·일의 대중 공급망 전쟁은 어디까지가 할리우드 액션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쉽게 간과하는 것이 첫 번째 착각이다.

둘째, 한국은 미국 금리를 너무 낙관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7명의 연준(Fed) 멤버와 5명의 지방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투표에 참가한다. 지방 연은이 태풍의 눈이다. 미국 경제 전체 상황보다 자기 지역의 소비자물가·실업률에 따라 훨씬 민감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둘기파였던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매파로 돌변, 줄곧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노래 불렀다. 최강경파였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관할에 속하는 미주리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었기 때문이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지방 연은 총재 4명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니애폴리스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미 증시가 폭락할 때마다 “기쁘다. 이제야 시장이 우리 의지를 이해했다”고 환호한다. 그는 미네소타주의 7%대 소비자물가와 2%대 실업률로 골치를 앓고 있다. “향후 몇 달간 금리를 계속 올려 5.4%까지 가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앞으로 몇 년간 제한적인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중립에서 매파로 전향했다. 따라서 미 기준금리는 예상보다 좀 더 높게, 좀 더 길게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금융 긴축 조기 마무리는 한국 경제의 두 번째 착각이다.

셋째, 윤석열 경제팀은 하반기엔 경제가 좋아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상저하고(上低下高)는 기대를 넘어 종교적 신앙에 가깝다. 물론 미국 금리 동결이나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통계 마술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급등했고,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상품의 시황이 급속히 나빠졌다. 따라서 하반기부터 전년과 비교한 경제 수치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기저효과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호전되는 수치만큼 경제에 활력이 돌거나 체감 경기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착시현상에 홀려 경제 복합 위기를 방치할 위험이 더 문제다.

경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역대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창조 경제, 747 공약 등은 모두 헛된 일이었다. 사실 다른 선진국에도 모범 답안은 없다. 경제학의 고향은 영국이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 거시 경제학을 정립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모두 영국인이다. 그런 영국조차 작년 말 엉뚱하게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가 44일 만에 총리가 쫓겨났다. 그나마 비교 우위 모델은 미국이다. 파격적인 지원과 함께 경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전 세계 기업을 불러들인다. 저성장·고령화로 한국 경제는 조로(早老)현상을 보인다. 10년간 반도체·2차전지 등 3만 개의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불과 126개 기업이 돌아왔는데도 위기감이 없다. 3가지 착각에 빠져 하반기에 단비만 내리길 고대하는 천수답 경제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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