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통의 ‘Made in Italy’… 식탁 위에 꽃피운 예술[Premium Life]

  • 문화일보
  • 입력 2023-02-22 09:08
  • 업데이트 2023-02-22 11:1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노리1735 ‘오리엔테 이탈리아노’ 컬렉션. 오리엔테 이탈리아노는 10개 이상의 파스텔톤 색상에 다양한 문양을 입혀 화사한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지노리1735 제공



■ Premium Life - 이탈리아 명품 도자기 브랜드 ‘지노리1735’

1735년 카를로 지노리가 세운 ‘피렌체 도자기공장’서 출발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란츠 1세에 인정 받으면서 명성 떨쳐
이탈리아 장인정신과 대량생산 절묘하게 결합하며 제품결함 줄여
2013년 구찌에 인수뒤 브랜드 특유 컬러로 전세계적 인기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슬 문양이 특징인 ‘카테네’ 볼. 지노리1735 제공



1735년 중국에서 도자기를 수입해 귀족에게 판매하던 이탈리아의 카를로 지노리(1702∼1757) 후작은 피렌체 인근 도치아에 작은 도자기 공장을 세웠다. 18세기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는 청동 같은 금속으로 만든 식기와 꽃병이 공예품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그는 이를 자기(瓷器)로 만들면서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는 도자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안에 도제학교를 만들어 도공과 교사, 학생이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지노리 초기 작품의 질을 높이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카를로 지노리는 비엔나에 있는 토스카나 대공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프란츠 1세에게 도자기를 선물하면서 토스카나 지방의 도자기 독점 제조 및 판매권도 획득했다. 그가 1757년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포슬린(porcelain·도자기) 공장은 이런 전통을 이어갔고, 곧이어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도자기 공장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런데도 피렌체는 다른 유럽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자기보다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도자기 도시’로서 명성을 각인시켰다. ‘식탁 위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도자기 브랜드 ‘지노리1735’(지노리)의 출발점이었다.

100년이 넘게 운영되던 지노리의 공장은 1896년 밀라노 도자 회사 세라미카 리차드(Ceramica Richard)와 합병을 계기로 새 전기를 마련했다. 사명을 ‘리차드 지노리’로 변경한 지노리는 볼로냐, 토리노, 로마, 나폴리 등 다른 지역에 판매점을 내고 새 공장을 갖추며 대대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1923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지오 폰티(1891∼1979)가 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맡으면서 지노리는 대중성과 독창성을 모두 갖춘 ‘아트 오브제’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폰티는 기존 독일, 영국의 공예품을 모방한 도자기 디자인에서 벗어나 한층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도자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노리의 도자기는 지난 300여 년 동안 이어온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근대적인 대량 생산 방식을 절묘하게 결합해 제작한다. 석영, 장석, 고령토를 재료로 만드는 지노리의 도자기는 첫 공정인 소성(燒成) 단계부터 마무리 장식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이탈리아 피오렌티노 공장에서 진행한다. 다양한 생산 과정을 거친 후에는 제품의 순도와 결함을 검증하기 위해 제품별로 꼼꼼한 품질 관리 검사가 이뤄진다. 손으로 장식하거나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채색한 도자기들은 미묘한 색감을 구현,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 세계 테이블웨어 수집가들은 지노리가 유럽 4대 도자기 브랜드인 독일 마이슨, 헝가리 헤렌드, 덴마크 로얄코펜하겐, 영국 웨지우드에 못지않은 품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지노리 특유의 예술적 감수성은 지난 2013년 명품 브랜드 구찌에 인수된 후 브랜드명을 ‘지노리1735’로 바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구찌의 전성기를 되찾는 데 기여한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지노리의 간판 컬렉션인 ‘오리엔테 이탈리아노’를 내놓는다. 오리엔테 이탈리아노는 마치 봄의 정원에 온 듯한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특한 컬러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테이블웨어뿐만 아니라 화병이나 보석함, 달걀 모양의 보관함 등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들로 구성됐다. 기하학적인 사슬 무늬가 특징인 ‘카테네’ 컬렉션은 100여 년 전 지노리를 이끌었던 지오 폰티의 창의성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1926년 그가 도자기에 그린 정교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을 모티브로 한 ‘네투노’ 컵. 지노리1735 제공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도 지노리의 시그니처 컬렉션이다. 클래식함과 현대적인 감성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일 비아지오 디 네투노 라인은 정교한 수작업 장식을 더했으며, 고급스럽고 오묘한 색감은 지노리가 ‘럭셔리 테이블웨어’임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지노리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와 협업을 통해 만든 홈웨어 컬렉션을 비롯해 미로 패턴의 ‘라비란토’ 컬렉션 등 다양한 도자기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지노리는 지난 2021년 배우 고소영이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일명 ‘고소영 도자기’로 이름을 알렸다. 그간 지노리는 고급 편집 매장이나 호텔, 명품 하우스에서만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던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서울 중구 본점에 1호 매장을 내면서 국내 고객들에게도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김호준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