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인구 감소 보완할 ‘이민청’ 필요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2-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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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80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어 저출산 문제에 대응했지만,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형편없는 낙제점수를 받았다. 정부가 돈을 주고, 육아휴직 등 시간을 줘도 아기를 낳지 않고, ‘희망이 없으니 의사라도 이민 가라’는 말이 젊은이들의 마음에 메아리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독히 살기 어려운 살벌한 경쟁사회이기 때문이다. 출산·육아가 부모에게 기쁨을 주기보다는 고통이고, 자신들이 겪는 경쟁 스트레스를 자식에게 물려주기 싫은 것이다.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은 가임여성의 이기적 결정이 아니고,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삶의 지혜다. 이쯤 되면, 신생아에게 1억 원, 아니 10억 원을 준다 해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첫 번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그런데도 출산정책을 멈출 수는 없다. ‘국민 없는 국가는 없다.’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출산 이외의 해결책이다. 이미 200만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 일부는 장기적으로 국내에 남아 있고, 그 수가 늘어날 건 분명하다.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100년 이상이나 긴 프랑스의 경우, 경제 상황이 좋았던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는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에서 44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여 농업과 공업에 종사토록 했다. 심지어 1916년엔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계약해 14만 명의 중국인을 받아들였다. 그 후 프랑스 역사에서는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반복된다. 무조건 외국인을 받아들이자는 주장과 옷만 벗겨 놓으면 프랑스인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동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이러한 역사가 누적돼 끔찍한 ‘피잔치’를 한 이민 3세들의 테러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민정책이 가장 큰 이슈였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파 마린 르펜에게 간발의 차이로 이길 정도로 정치 문제의 핵심이 될 정도다.

프랑스를 바보 같은 짓을 한 나라로 무시해선 안 된다. 그동안 우리 이민정책은 프랑스보다 더 조급했고, 일관성도 없었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일도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몰려드는 이민자라는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조금씩 열리고 있다. 어떻게든 불법 이민 또는 우리가 바라지 않는 이민자를 걸러내느냐 하는 네거티브 접근만 하면, 판도라의 상자가 확 열려서 유럽 이상으로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니 오히려 적극적이고 스마트한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 엘리트 이민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 중간 정도 이하 스킬의 노동자 유입, 결혼 등 가족 이민, 망명 등을 체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부족한 인적자원을 받아들여 각종 데이터 관리, 건강 체크, 사회통합 관리 등 종합적인 접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민청’을 조속히 신설해 실제 현장에서의 정책 집행이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적극적 이민정책을 추진할 이민청 신설뿐만 아니라 혈통주의 국적 취득, 외국인 참정권, 문화 동화정책 등 국가 인적자원 관리라는 차원에서 혁신적으로 접근해야 판도라 상자를 잘 처리하게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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