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더 늘린 노인 일자리, 고용착시 키운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2-27 11:47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희수 논설위원

1월 취업자 증가 97%가 고령자
노인 일자리 9만 개 늘린 여파
고용 상황 오인 막을 보완 시급

‘세금 일자리’ 축소 옳은 방향
고용 공백 해소는 尹정부 과제
기업 일자리·노동개혁 관철을


올해 노인 일자리는 오히려 더 늘었다. 지난해 말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9만 개나 늘린 것이다. 고령자 고용 장려금이 지원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85만4000개에서 올해 94만4000개로 확대됐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만 6만1000개 늘었다. 스쿨존 교통 지원 봉사 등 모두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형 일자리다. 윤 정부가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직접 일자리 사업을 축소·통합했던 것에 역행한다. 물론 야당이 주도했지만,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 역시 대놓고 반대하지도 않았다. 취약한 고령층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복지 확대 주장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장 올 1월 고용에 미친 여파가 크다. 취업자 증가 폭 감소 추세는 이어졌지만 그래도 41만1000명이 늘었다. 수치만 보면 경기 침체 속에서 ‘선방’했다는 인상을 주지만 내용을 보면 딴판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가 40만 명으로, 전체 증가의 무려 97%였다. 65세 이상만 70%(28만1000명)나 된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했던 영향도 크다. 이러다 보니 실업자가 1년 만에 다시 100만 명을 넘고, 20대 청년에 이어 가장들인 40대까지 취업자가 감소하는 엄중한 현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늘어난 노인 일자리가 새로운 고용 착시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착시가 1년 내내 상시화할 것이란 점이다. 2월부터는 영향력이 떨어질 전망이지만 노인 일자리 확대가 취업자 수·고용률 등을 부풀릴 게 뻔하다. 더구나 올해는 유례없는 고용 한파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도 취업자 수 증가가 지난해 81만6000명에서 올해 10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예고한다. 한국은행은 9만 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만4000명으로 더 적다. 9만 명이면 정부 목표의 90%다. 무시 못할 착각을 부를 수 있다.

물론 고령층에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될 리 없다. 그렇지만 노인 일자리 중에는 시급이 4만 원으로 높지만, 하루 1시간씩 1주일에 2∼3일 일하는 조건이 달린 것도 있다. 한 달에 최대 50만 원 안팎이니 용돈 수준이다. 이런 취업자 증가를 고용 개선으로 볼 수는 없다. 물론 윤 정부가 문재인 정부처럼 이를 왜곡하고 자화자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고령층 취업자 확대로 인한 오인과 혼선을 줄이고 고용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면 대안이 시급하다. 공식 청년 실업률을 보완하기 위해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 같은 보조지표를 쓰듯 법적 정년인 60세 또는 65세 이상을 뺀 지표를 만들거나, 주 36시간 이상 근로 지표의 대표성을 높이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윤 정부가 세금 일자리를 축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런 단기 일자리는 왜곡만 부를 뿐 지속될 수 없다. 허구인 ‘고용 성장’은 지워야 한다. 그렇지만 고용 공백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청년들의 1순위 일자리인 공기업 등 공공부문 신규 채용은 올해 2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500명 축소됐다. 2017년(2만2659명) 이후 최저다. 공무원 채용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 9급·7급 신규 채용이 줄어든 것은 물론, 지방 공무원은 감소 폭이 훨씬 클 것이라고 한다. 문 정부의 무모한 공공 인력 팽창이 몰고 온 후유증이지만 청년들에겐 큰 고통이다. 이들에겐 알바 자리 감소조차 절박하다.

윤 정부는 고용 부족이란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것은 당연히 윤 정부의 과제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청년 인턴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고작 지난해보다 2000명 정도 늘어날 뿐이다. 경기 침체 탓이라며 경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 야당이 강행하는 반시장·반기업 악법을 거부하고, 투자를 활성화할 반도체법 등은 촉진해야 한다. 기업들의 도전도 절실하다. 은행권도 ‘성과급 잔치’ 비판에 몰려 횡재세 도입 같은 소리를 들을 바엔 힘들더라도 채용 확대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올해는 윤 정부가 진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기업 일자리다. 청년들의 신규 진입을 막는 고용시장 기득권을 깨는 노동개혁 역시 필수다.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