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펼치면 가로 68㎝… 마치 영화처럼 그려낸 세상[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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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03 09:11
업데이트 2023-03-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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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티모테 드 퐁벨 글·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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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인쇄용지가 귀하고 다색인쇄를 하려면 기술력이나 비용의 측면에서 큰 부담을 감당해야 했던 시절에는 그림책의 물리적 총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16면이나 32면 안에 구성을 맞추면서 독자가 수용 가능한 책값 안에서 그림책을 만들었다. 서사와 디자인을 생각하면 당연히 다른 판형이 타당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기본 판형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종이책으로서 그림책의 예술적 가치에 주목하는 경향과 함께 상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소장용으로 그림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거보다는 확실히 ‘더 좋은 결과물’에 대한 제작자와 독자 양측의 욕구가 두드러진다. 가로 길이 34㎝에 총 80쪽에 달하는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도 소장을 결심하게 하는, 스케일이 큰 책이다.

가로로 긴 시원한 판형은 영화관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속표지 전에 작품 제목과 함께 펼친 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달리는 노란 기차가 등장한다. 서정적인 오프닝 시퀀스다. 그리고 마치 페이드인 기법처럼 서서히 떠오르는 느낌의 하늘빛 제목이 올라오고 ‘방학이었다’라는 짧은 단문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러모로 영화적인 전개다. 내용은 주인공이 안젤로 삼촌 댁에서 경험한 여름날의 아련한 순간, 아주 익숙하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바로 그런 성장 이야기다. 느슨한 이미지들은 오히려 독자의 감정을 강력하게 점령해버린다. 어느 장면에서는 상상 밖의 느린 속도로, 또 어느 장면은 눈부시게 모든 감정을 한 장면으로 흡수해버리면서 그해 여름의 충만한 사랑을 재현해낸다. 한 권의 그림책인데 두 시간은 흐른 것 같은 느낌이다. 나오는 어른들이 다 멋있고 훌륭하다.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80쪽, 3만2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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