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로울때 “나도 그래” 해줄 한 사람… 널 상상했지[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3-06 09:13
  • 업데이트 2023-03-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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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뉴진스 ‘디토’

‘나는 숲 속의 음악가 조그만 다람쥐 아주 익숙한 솜씨로 바이올린 켜지요.’(동요 ‘숲 속의 음악가’) 만약 새들의 오디션이 열린다면 누가 우승할까. 꾀꼬리·소쩍새·종달새·뻐꾸기·카나리아. 쟁쟁한 후보만큼이나 심사위원단 구성도 궁금해진다. ‘내 귀엔 저 새가 더 잘 부르는 것 같은데.’ ‘춤 실력(날갯짓)도 참작해야 하는 거 아냐.’ 사슴·노루의 판단이 갈리고 부엉이·올빼미도 의견이 분분할 성싶다. 결국 바람이 나선다. “그냥 노래 좀 듣자, 제발.”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박남수의 시 ‘새’) 시작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끝은 참혹하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을 듣고 공개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건 포수의 야만과 흡사하다. 점수가 등수가 되고 그 순서가 많은 걸 바꿔놓기 때문이다. 상을 주는 과정도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후보자나 응원단이 수긍하려면 심사단은 글자 그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인지도는 높은데 후보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가수(팀 포함)라면 상 자체를 무시하거나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과연 주최 측이 내 음악을 들어보긴 했나.’ ‘애초부터 내 음악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로 평가단이 구성됐네.’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이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기획자이면서 선정위원장인 김창남 교수는 그야말로 고비고비를 넘기며 스무 해를 견뎌왔다. 그 인내심과 추진력이 놀랍다. 개인적으론 공로상이라도 주고 싶지만 후보자와 수상자를 놓고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 기억이 난다. 전국을 뒤흔든 인기곡인데 후보 명단에 거론조차 되지 않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대중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가수가 후보에 오르고 심지어 상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의뢰한 선정위원들(평론가·기자·피디·기획자)이 과연 한국의 대중음악을 편견 없이 다양하게 수용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음악을 골고루 들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다양한 취향을 지닌 위원을 고르게 섭외하는 안목과 양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심사가 임박하면 결국 적당한 시점에서 ‘적당한’ 인물들이 선정되고 그들의 기호(투표)에 따라 후보와 수상자가 막판에 결정되는 것이다.

기준을 살펴보니 그래도 핵심은 음악적 성취다. 성취란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인데 그렇다면 음악의 목적이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왜 음악을 듣는가. 우선 즐겁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즐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깨닫는다면 더 좋다. 그것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최고다. 요약하면 음악적 성취의 3요소는 새로움(창의)·즐거움(희열)·깨달음(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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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가지 기준으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6개 부문) 후보로 오른 뉴진스(NewJeans)의 노래를 들어보자. 이미 새로움과 즐거움에 매료된 숫자는 방대(2억 스트리밍 돌파)하니 여기선 노랫말을 통한 작은 깨달음에 초점을 맞추자. ‘너를 상상했지 항상 닿아있던 처음 느낌 그대로 난 기다렸지.’(뉴진스 ‘Ditto(디토)’) 영화 한 편이 퍼뜩 떠오른다. 20여 년의 시차를 둔 두 남녀(유지태·김하늘)가 무선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판타지영화 ‘동감’. 같은 제목으로 두 번(2000·2022)이나 만들어졌는데 영어로 옮긴 제목이 바로 ‘디토’(ditto)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단 한 사람, 내가 외로울 때 ‘나도 그래’(ditto)라고 해줄 그 사람. 반감과 불통의 시대에 온기를 나눌 그 한 사람을 당신은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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