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 초심을 지키면 박수는 영원하리[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3-13 09:02
  • 업데이트 2023-03-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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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손태진 ‘상사화’

이쪽으로 가는 척하다 방향을 바꾸는 걸 농구장에선 크로스오버(crossover)라고 한다. 공연장에선 반대다. 이쪽과 저쪽이 하모니를 이룰 때 이 말을 쓴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팬들이 박수를 보내는 건 아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니 보는 눈도 다를 거야(They come from different places, Different points of view)’ 존 덴버(John Denver)의 노래 ‘두 개의 다른 길(Two Different Directions)’에 나오는 가사인데 한국에선 최진실 주연의 드라마 ‘추억’(1998)의 삽입곡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 노랫말 중에 대중문화 현상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사랑은 순식간에 분노로 변하더라(And loving quickly turns to anger)’. 인기인과 대중의 관계는 대체로 3단계다. 나를 알아보면 반가운 단계, 나를 알아주면 고마운 단계, 나를 알아버리면 두려운 단계.

대한민국 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 테너 박인수. 이동원(1951∼2021)과 함께 부른 ‘향수’가 지금은 국민 가요 반열에 올라 있지만 발표(1989) 당시엔 호불호가 갈렸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클래식계에선 성악가의 일탈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국립 오페라단에선 제명까지 당했다.

박인수 교수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한 날(2023. 2. 28) 노래채집가는 일본 교토를 여행 중이었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모교(도시샤(同志社)대)가 인근에 있음을 아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와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다. 청록파를 발굴한 정지용은 후배인 윤동주의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내가 암송하는 윤동주의 시 한 구절을 방문록에 추모와 함께 적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

미국의 청록파 존 덴버 역시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와 크로스오버한 적이 있다. ‘누구는 버티라 하고 누구는 놓아주라 하는 것’(Some say love is holding on and some say letting go), 그래서 둘은 사랑의 확신 대신 ‘퍼햅스 러브’(1981)라고 제목을 달았다. 사랑은 햇살을 닮았다.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정지용 ‘향수’) ‘어깨에 비치는 햇살은 행복을 주지만(Sunshine on my shoulders make me happy) 내 눈에 비치는 햇살은 날 울게도 만들지(Sunshine in my eyes can make me cry)’(존 덴버 ‘선샤인 온 마이 숄더’)

이제 새로운 크로스오버의 주인공을 만날 시간이다. ‘팬텀싱어’(JTBC) 시즌1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 멤버인 손태진은 박인수의 후배(서울음대)다. 그를 피운 건 두 송이의 꽃이다. ‘팬텀싱어’에서 그는 케이윌의 ‘꽃이 핀다’를 김현수와 듀엣으로 불렀다. ‘아주 가끔은 너 아닌 다른 사람을 꿈꿔도 나의 마음에선 너란 꽃이 자꾸 핀다’ ‘불타는 트롯맨’(MBN)의 듀엣전 파트너는 황영웅이었다. 팀이름 ‘황금손’은 두 사람의 성에서 딴 것이다. 그러나 준결승전 1라운드 1위를 거머쥔 직후 황의 과거사가 알려지면서 결국은 금(상금)과 손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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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진의 두 번째 꽃은 ‘상사화’다. 인생곡으로 그는 이 노래를 택했다. ‘모란이 피면 모란으로 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상사화’·원곡 남진) 감격의 수상소감은 앞으로 걸어갈 음악 인생의 출사표였다. “노래하는 인생의 책에서는 소개 글밖에 안 됐다고 생각한다.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상의 박수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세월의 환대를 받으려면 초심(‘내 안의 그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 모란이 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 피면 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에 그대는 영원하리’(‘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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