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치료’라는 중입자치료, 얼마나 좋을까[이용권 기자의 Health 이용권]

  • 문화일보
  • 입력 2023-04-0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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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지하 4층에 설치된 중입자가속기의 모습. 연세암병원 제공



중입자치료기, 이르면 4월 말부터 치료 시작할 듯
기존 암치료기보다 성적 좋고, 부작용 적어
항암제 안듣고, 방사선 치료 어려운 환자에도 효과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인터뷰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기(Heavy Ion Radiotherapy)의 국내 치료가 임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연세암병원이 일본 도시바의 ‘탄소이온 중입자치료기’(중입자치료기)를 들여오기 위해 신청한 수입허가를 지난 21일 승인했기 때문이다. 연세암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한 급여와 보건복지부의 고시 등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치료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첫 환자 치료는 이르면 4월 말부터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입자치료기는 일본 7대를 포함해 중국·독일·이탈리아·대만 등에 15대 있지만, 국내에선 연세암병원이 처음이다. 중입자치료기는 현존하는 가장 최신 암치료기로 평가될 만큼 치료성적이 우수해, 그동안 많은 국내 환자들이 1억~2억 원의 비용을 들여 일본·독일로 원정치료를 떠나곤 했다. 연세암병원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이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암치료를 위해 해외 원장을 떠나야 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입자치료가 어떤 방식이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세암병원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을 지난 14일 만나 살펴봤다.

▲중입자치료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상반기부터 시작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절차가 많이 필요했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기술연구원, 식약처 등에서 심사하고 있는데, 결론이 어느 정도 난 상태입니다.(식약처 허가는 인터뷰 이후인 21일 완료됐다.) 식약처 허가 후에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하면, 저희가 수가를 정해서 진행할 것 같습니다. 현재 본격 치료를 위해 환자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트리트먼트’라고 치료 예행연습이라고 볼수 있어요. 스케줄에 맞춰서 디데이를 정하고 있지만, 약간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여유 있게 준비 중입니다."

▲국민들은 사실 중입자 치료가 뭔지 잘 모릅니다. 쉽게 설명해주세요.

"방사선 치료는 특정 입자를 가속시켜서 우리 몸의 암세포에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방사선 치료장비는 모두 다 전자를 가속시키는 장치입니다. 양성자를 가속시키면 양성자 치료이고, 중입자를 가속시키면 중입자 치료기가 되는 거죠. 중입자의 ‘중’은 무거울 ‘重’으로 무거운 입자라는 의미입니다. 양성자는 수소 원자를 가속하는데, 우리는 수소보다 무거운 입자인 ‘탄소 이온’을 가속하는 거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이 중입자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무거운 입자를 가속하면 효과가 좋아지는 건가요

"총으로 예를 들어보면, 총알의 힘을 강하게 쏘기 위해 에너지를 높여주는 거로 생각하면 됩니다. 탄소이온을 그대로 발사하면 우리 몸을 통과하지 못하고 피부에서 바로 튕겨 나갑니다. 그때 에너지를 강하게 주면 똑같은 탄소도 우리 몸을 약 30cm 정도 뚫고 들어갈 수 있어요.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를 가속화해야 하는데, 입자가 무거우니까 장비 규모가 커지는 겁니다. 그래서 가속기 설비 장소도 큽니다."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아예 별도의 건물에 설치돼 있다. 가속기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중입자가속기(싱크로트론)은 아파트 16층 높이 규모의 지하 4층을 차지하고 있다. 지름 20m의 가속기가 빛의 속도로 탄소 원자를 가속해 초강력 에너지 빔을 만들면, 길이 8m, 직경 6m, 무게 200t에 달하는 회전형 겐트리를 통해 암세포에 발사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탄소를 빛의 속도로 가속하는 겐트리의 모습. 연세암병원 제공



▲초강력 가속을 통해 치료하면 다른 암치료기보다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게 있는데,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암조직에 쏘아서 암세포를 죽인 뒤에 에너지는 소멸하는 걸 의미합니다. 브래그 피크는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가다가 특정 지점(암 부위)에서 에너지를 크게 발생시키고 사라집니다. 그 브래그 피크가 생길 때 생물학적 효과가 기존의 암 치료기보다 2~3배가 더 큽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서 사용된 X선과 감마선은 암세포를 겨냥해 강하게 쏘아도 피부를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살상 능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입자선은 몸의 표면에서 방사선량이 적지만 몸속 암조직에 도달하면 방사선량이 극대화됐다가 사라진다. 중입자는 입자가 무거운 만큼 이런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다. 보통 암세포 살상 능력은 X선보다 12배, 양성자보다 3.2배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입자를 사용한 중입자 치료는 초당 10억 개의 탄소입자가 암세포를 공격한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기존 치료와 달리 암세포 외의 주변 조직에 입자가 흩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정밀하게 암세포를 타격하면서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연히 부작용도 적을 수 밖에 없다.

"또 기존에 잘 치료되지 않는 암도 치료가 잘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암은 저산소증에 빠져 있어서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이 자라고 빨리 커지면 암 덩어리도 혈액 공급을 잘 못받는데, 그러다보니 암 덩어리 자체에 산소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하면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잘 안들어요. 그런데 중입자치료는 그런 저산소증에 있는 암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중입자가 강하고 정밀하기 때문에, 기존에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육종, 췌장암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꿈의 암치료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인가 보네요. 현존하는 가장 최신의 장비는 맞는 건가요?

"정밀한 치료라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웃음) 사실 꿈에 암치료기는 저희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언론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비용이 많이 드니, 그런걸로 따지면 최고로 볼 수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장비 중에선 가장 고가의 장비입니다. (얼마인가요?) 기계값만 1500억 원입니다. 이는 설치비, 건물 건축비 등은 모두 다 제외한 금액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치료가 되나요

가속화된 빔은 페인팅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종양을 3차원으로 스캐닝해서, 1mm 미만의 여려겹으로 치료하는 겁니다. 한 꺼풀 치료하고, 그 다음 한 꺼풀 치료하는 식으로 암을 타격합니다. 스캐닝 빔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현재 어느 정도 깊이에서, 어느정도 에너지로, 어느정도의 중입자 선량이 들어가야 효과가 좋은지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에게 치료하기 전에 ‘팬텀’이라는 가상의 인형에 실제로 빔을 쏴보고, 확인 후에 치료에 들어갑니다. 팬텀에는 센서가 설치돼 있어, 팬텀이 받아들이는 신호 등을 확인해 치료가 정확하게 시행될지 사전에 확인하는 거죠. 실제 치료는 보통 한 타임에 20분 정도 시간이 듭니다. 횟수는 암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립선암은 12번, 1주일에 4번 정도이니, 3주 정도 걸립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입자 치료기는 첨단 치료장비이지만, 모든 암에 적용되지는 않고 국소 고형암에 효과가 우수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세암병원, 매일 150건 문의 등 관심 급증.
전립선암, 췌장암, 육종 등 국소 고형암 등이 대상
모든 암에 적용되지는 않아…전이암 등은 어려워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려도, 암을 다 낫게 하거나, 모든 암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네 그렇습니다. 다양한 암에 적용이 되지만, 모든 암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중입자치료를 쓰면 무조건 낫는다고 하면, 이미 모든 암이 정복됐겠죠. 중입자 치료가 효과 있는 암은 국소암 입니다. 암이 다발성으로 완전히 전이된 분들은 사실 쉽지 않아요. 저희는 환자분한테는 어느 게 효과적일지를 가늠해서 봅니다. 중입자도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고 국소 치료거든요. 국소적으로 병이 있으면 그 부분에다가 집중적으로 쏘아서 병을 없애는 치료예요."

▲가장 많이 치료할 수 있는 주된 암은 어떤 암인가요

"전립선 암이 주된 대상 암이 될겁니다. 환자 빈도도 높고 치료도 잘 되는 암이기도 합니다. 그다음에는 췌장암이라든지, 간암 그리고 폐암도 일부 할 수 있습니다. 또 육종. 재발한 직장암 등이 적용될 것 같습니다. 주로 수술이 어렵고, 다른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국소적인 치료가 필요한 암. 그런 암에 중입자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첨단 장비이니 완치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기존 치료방법 보다는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소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국소 제어율을 많이 확인합니다. 국소제어율을 보면 다른 치료에 비해서는 조금 더 높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국소제어율이라는게 구체적으로 해당 부분이 깔끔하게 낫는다 이런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이지만, 보통 70~80% 이상은 제어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관에서 연구해야겠죠. 다만, 국소제어율은 잘 되는데 다른 데 병이 생기는 재발이나 전이는 저희가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항암 치료를 같이 해줘야겠죠."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비용도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입니다.

"비용은 사실 저희가 가장 오픈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가격을 떠벌리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비용이 어느 정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 중입자 치료를 위해서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많이 하시고 그랬는데, 보통 브로커 통해서 하면 1억 원에서 2억 원이니까. 그의 절반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원가 분석 작업 중이에요."

▲중입자 치료기가 국내 첫 상용화인 만큼, 문의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 예약하면 1년 이상 기다려야 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전화 문의가 하루에 한 150통 정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약이 1년 이상처럼 많이 밀려있지는 않습니다. 150통의 전화가 온다고 모두 다 예약을 하시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 오픈하지 않은 만큼, 주로 문의 전화입니다. 상담하시고 실제 진료까지 보고 싶으신 분들은 오셔서 진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두 다 오시는 건 아닙니다. 예약이 적지는 않지만, 아주 많지도 않습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암병원에 설치된 고정형 빔 치료실. 환자가 누워있으면 장비가 환자의 암 부위에 맞춰 이동해 빔을 쏘게 된다. 연세암병원 제공



▲가동이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환자를 이렇게 볼 수 있나요.

"많이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하루에 50~60명 정도로 예상합니다. 1명의 환자에게 보통 12번씩 치료해야되니까. 그렇게 따지면 많은 환자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죠. 다만, 말씀드렸듯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기는 아닙니다. 또 치료비 또한 고비용이다 보니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받을 수 있게 우선순위를 정해야겠죠."

▲우선순위 환자는 어떤 환자일까요. 중입자 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요.

"일단은 일본의 프로토콜을 처음에는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전립선암과 같은 질병 보험 기준이 있습니다. 완전히 말기암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특히 방사선 저항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환자분들 중에서 국소적인 치료를 했을 때 도움이 되는 분들이 주로 치료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입자 치료기가 현존하는 가장 최신 장비인데, 앞으로 중입자보다 더 뛰어난 장비도 개발이 되고 있나요

"물론 탄소 보다 더 무거운 입자도 있습니다. 네온, 실리콘 등이 있죠. 최근에는 산소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는 하나의 이온이 아닌 탄소와 산소, 헬륨 등을 서로 섞어보면서 치료하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들이 있어요. 입자가 무거워지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으니 적절히 섞어주는 거죠. 그런데. 이런 연구는 앞으로 20~30년 뒤에나 상용화 가능성이 나올 거 같습니다."

▲우면 현답을 기대합니다. 암은 언제 극복될까요?

"어렵습니다. 제가 전공의 할때가 1997년인데, 당시에 ‘암이 정복되면 어떻게 하죠?’ 라고 교수님께 물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치료제가 나오면 암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당시 교수님은 걱정 말라고, 암이 정복되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실제 효과가 좋은 새로운 항암제는 계속 나오는데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암이 전이되면 금방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약이 좋아지니까 암을 갖고 살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을 가지고 살면, 삶의 질이 중요집니다. 고통스럽게 살면 안되니까요. 방사선 치료도 결국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거든요. 암이 극복되려면 진정한 꿈의 치료기가 나와야 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꿈의 치료기는 어떤 수준일까요.

"PET CT와 같은 방식으로 몸 전체를 한번 스캔하면, 암이 숨어있는 위치를 발견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 한번 스캔하면서 발견된 암을 없애는 기술이죠. 암은 계속 발생하니까. 예전에 영화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데, 엘리시움이라고, 장비에 누워서 몸을 한번 스캔하고, 바로 치료하는 게 나왔습니다. 앞으로 방사선 치료가 그렇게 역할을 할수 있어야겠죠."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동안 중입자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사실 그분들이 원정치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치료 적응증이 안되는 데 잘못된 치료를 받고 오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입자가 국내에 있으니, 그런 걱정 없이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분에게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일본보다 절대 떨어지지는 않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에 중입자의 시작은 늦었지만, 중입자 연구나 임상은 앞으로 우리가 더 앞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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