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구리 안료 바른 ‘백자동채통형병’ 고국 품으로

  • 문화일보
  • 입력 2023-04-17 11:35
  • 업데이트 2023-04-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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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주임

해외여행을 가면 평소에는 관심 없던 물건도 괜히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물건이라면 더욱 손이 간다. 20세기 초,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여행가, 선교사, 사업가 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선물용으로, 때로는 수집가로서의 호기심에 한국 문화재를 구입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동채통형병’(왼쪽 사진·높이 18.1㎝)은 이러한 역사를 잘 보여주는 문화재다. 통형병은 조선 후기 백자의 기종 가운데 하나로, 대개 높이 20㎝ 정도 크기에 무문(無紋)백자 또는 청화백자로 제작됐다. 전체를 안료로 채색한 경우는 흔치 않으며, 청채(靑彩)나 철채(鐵彩)가 대부분으로, 이 유물과 같이 구리 안료를 바른 사례는 드물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백자동채통형병’의 밑바닥에 부착된 ‘The STANLEY SMITH COLLECTION 1914’라고 기재된 스티커다(오른쪽). 스탠리 스미스(Stanley Smith·1876∼1954)는 영국국교회 소속의 선교사로 1912년부터 1916년까지 충청북도 진천과 강화도에 거주하며 선교 활동을 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의복, 목공예품, 도자기 등 다양한 유물을 수집했고, 1919년 귀국한 후에는 일부를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등에 판매하기도 했다. ‘백자동채통형병’에 부착된 스티커는 스탠리 스미스가 이를 소유했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당시 어떻게 한국 문화재가 반출됐는지 그 경로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백자동채통형병’은 이와 같은 역사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아 2022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의해 환수됐고, 같은 해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 전시됐다. 독특한 모습으로 인해 수집돼 한국을 떠난 문화재가 바로 그 역사적 사실 덕분에 다시 한국에 수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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