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전쟁의 냉기를 녹이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02 09:01
  • 업데이트 2023-05-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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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하일 쿠가츠, ‘귀환’, 2020∼2022년. 까르찌나 제공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까지’
까르찌나, 러시아 회화 기획전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희은 까르찌나 대표가 올가 불가코바의 ‘천사와 싸우는 야곱’을 바라보고 있다.



“예술의 향기가 전쟁의 냉기를 녹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러시아 전문 갤러리 ‘까르찌나’의 김희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28일까지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명작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까지’를 소개하면서다.

강동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까르찌나가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회화 250여 점을 선보인다. 1층 전시장은 리얼리즘 계열, 2층은 모더니즘 경향의 그림을 전시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러시아 그림을 대거 전시한 것인데, 김 대표는 국제 정세 탓에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세계인의 시선이 차가워진 탓이다.

“하지만 예술은 정치를 넘어선다는 소신으로 불멸의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1층 전시장의 분위기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환하다. 러시아의 사계절을 담아낸 풍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년 중 절반이 겨울인 나라이지만 그 속에 깃든 자연에 대한 애정이 화가들의 필치에서 우러난다. 특히 눈앞의 광경에 작가의 심상을 더하는 ‘무드 풍경화’의 거장인 미하일 쿠가츠(84)의 작품이 주목된다. 그는 역시 화가인 유리 쿠가츠를 아버지로 뒀는데,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그의 신작 ‘배웅’ ‘귀환’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담은 이유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르게이 볼코프, ‘ 두 도시’, 2005년.



2층에서 주목되는 작품은 색채 추상 대가 올가 불가코바(72)의 ‘천사와 싸우는 야곱’이다. 추상이면서도 형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완성된 작품 조각을 붙여서 또 하나의 작품을 이룬 그의 그림들은 색감이 강렬하다. 러시아 국립박물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샤갈, 말레비치, 칸딘스키 등과 함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러시아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세르게이 볼코프(1956∼2021)의 작품들은 동화적 화풍에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작가라서인지 그의 그림들을 보는 마음이 유독 애틋해진다.

전시와 더불어 5월 한 달 내내 러시아 콘텐츠 강연이 열린다. 러시아 문화예술 전문가 12명이 문학·음악·영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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